‘서민 등치기’ 극성

‘서민 등치기’ 극성

김기용 기자
입력 2006-12-12 00:00
수정 2006-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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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수도·전기 검침원과 구청 직원, 사회복지사, 경찰관 등을 사칭해 소액을 뜯어내는 ‘생계형 사칭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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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위관계자 등을 사칭해 수천만∼수억원을 뜯어내는 전형적인 ‘사칭’ 사기 범죄와는 달리 세상 물정에 어두운 노인이나 주부 등을 대상으로 수만∼수십만원 정도의 소액을 뜯어내는 수법이다.

경제가 어려웠던 1970∼80년대 기승을 부렸던 생계형 사칭 사건이 최근 다시 나타난 것은 실업·취업난 등 경기침체로 인한 사회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달 들어 서울시내 가정집에는 가짜 수도 검침원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11일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수도 검침원을 가장해 가정집을 방문, 수도요금을 현금으로 받아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집 밖 우편함에 꽂혀진 수도요금 고지서를 빼내 해당 가정집을 직접 찾아가 “수도요금이 연체돼 곧 단수될 우려가 있다.”고 협박했다. 이어 “지금 현금으로 내면 편리하다.”고 집주인을 속여 수도요금 18만여원을 챙겨 달아났다.

상수도사업본부는 관할 중랑경찰서에 관련 내용을 신고했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지난 8일 서울시 전체 11개 수도사업소에 “수도공무원이나 검침원을 사칭해 수도요금을 받아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내용의 긴급 공문을 보내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0일에는 충남 연기군 금남면 등지에서 농촌지역 노인을 상대로 한국전력 직원을 사칭해 전기설비를 교체한다고 속여 노인들로부터 30만∼40만원을 뜯어 달아난 사건도 경찰에 신고됐다.

피해자들은 주로 주부들이나 농촌지역 노인들로 범인들에게 의심없이 돈을 건넸다.

지난 10일 전북 순창에서는 족보 입적을 미끼로 적게는 10만원부터 많게는 100만원까지 챙긴 일당 4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은 ‘모 족보편찬회’라는 유령회사를 설립, 종친회 총무를 사칭해 시골 노인들에게 족보에 입적시켜 주겠다며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지난 4일에는 서울 서대문구 일대에서 금융범죄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관을 사칭, 주부들로부터 통장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알아내려 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0월30일에는 충북 진천 등에서 보건소 직원을 가장한 뒤 무료 진료 혜택을 주겠다고 노인들을 속여 3800만원을 뜯어낸 2인조 범인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같은 달 부산에서도 구청 직원이라고 속여 독거노인 등으로부터 5만∼7만여원씩 뜯어내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소액 사칭 범죄는 경제 불황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면서 “경제가 급성장할 때 나타나는 청와대나 정치권 고위 인사를 사칭해 수억원을 뜯어내는 범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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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2006-12-1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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