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법관 임명식에서 이용훈 대법원장으로부터 직접 임명장을 받은 울산지법 노서영(32) 예비판사는 방청석에 앉아 있는 시부모 강영철(57)씨와 박종숙(53)씨에게 활짝 웃어보였다. 시부모가 없었으면 판사가 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노씨는 원준(7)·원찬(5) 두아들을 둔 어머니이자 4대가 함께 사는 집안의 맏며느리다. 간호학과 출신으로 간호사 자격증을 소지한 드문 경력도 갖고 있다. 남편 강지용(35)씨는 산부인과 전문의다.
노 판사는 연세대 간호학과 93학번이다. 간호학생 실습 때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의료사고가 법조인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됐다.“의료 사망사고가 났는데 환자가족들은 의사들을 탓하고 의사들은 또 간호사들을 탓했습니다. 이때부터 법을 아는 사람이 공정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간호사 자격증까지 딴 뒤 복수전공으로 법학공부를 시작해 1999년에야 졸업할 수 있었다. 졸업 후 본격적인 사시 공부에 나섰지만 쉽지 않았다. 간호실습 기간에 만난 남편과 졸업하던 해 결혼하고 시부모님을 모시며 두 자녀까지 낳아 기르는 1인 3역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가정생활과 공부를 같이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가족들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줬다. 그는 “시아버님이 날마다 새벽에 신림동 고시학원으로 통학시켜주셨고 시어머님도 육아를 책임져 주셨다.”면서 “가정이 안정돼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었지만 며느리와 엄마 역할을 제대로 못해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두 아들에게서 ‘책만 보는 엄마’로 통했던 그는 사시 합격 후에야 아이들과 함께 있을 시간이 나 ‘진짜 엄마’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다음달 큰아들 유치원 입학식에는 참석하지 못한다. 첫발을 내디딘 법관 업무 때문이다. 그는 “간호학이나 법학 모두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처한 사람들을 옹호하는 학문이니 앞으로도 사람을 이해하고 귀기울이는 태도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는 전임 시군판사 3명, 신임 판사 111명, 예비판사 92명 등 신임 법관 206명이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명장을 받았다. 이 대법원장은 종전과 달리 206명 전원에게 일일이 임명장을 수여했다. 가족도 초청하고 임명식 뒤에는 소연회도 열어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테이블을 돌며 사진 촬영도 했다.
글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