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55% 우울증세

탈북자 55% 우울증세

유지혜 기자
입력 2005-08-25 00:00
수정 2005-08-25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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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탈북한 30대 남성 A씨는 북한에서 좋은 ‘출신 성분’에 명문대를 졸업한 엘리트였다. 남한에 와서도 이를 인정받아 금세 일자리를 잡았고 러시아 유학경험 덕에 남보다 빨리 자본주의 사회에 안착했다.

하지만 계속된 경기침체로 직장에서 밀려난 A씨는 재취업을 못하고 이따금 북한 강연에서 나오는 푼돈으로 생계를 잇고 있다. 그는 “고향에서는 나도 상류층이었는데 남한에서는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서 “영구임대주택에 살며 입에 간신히 풀칠이나 하려고 내려온 것이 아닌데….”라며 한숨지었다.

“남한사회에 좌절” 시간 지날수록 우울증세 심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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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의 절반 가량이 우울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 정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에 못미치는 남한생활과 북한에서의 아픈 경험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탓이다.

이는 연세대 연세상담센터 조영아 전임상담원 등이 최근 한국심리학회지에 발표한 ‘북한 이탈주민의 우울 예측요인-3년 추적연구’에서 밝혀졌다. 정착기간이 길어지면 난민들의 정신질환 발병 위험이 낮아진다는 기존 주장을 뒤집는 것으로 당국의 탈북자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구진은 2001년 우울 성향과 관련해 심리조사를 받았던 탈북자 150명에 대해 지난해 같은 내용의 조사를 다시 실시,3년간의 변화를 비교했다.

자기보고형 우울척도 검사인 BDI를 이용한 결과, 탈북자 150명의 전체 우울점수는 2001년 9.7에서 지난해 11.3으로 크게 상승했다. 특히 절반이 넘는 82명(54.7%)이 우울점수 10 이상을 나타냈다.BDI 우울점수는 수치가 커질수록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으로 통상 10을 우울증의 출발점으로 본다.

남자, 고학력자, 결혼 경험자일수록 우울증세 심각

탈북자 중 남성의 우울점수는 2001년 9.19에서 11.44로 높아져 10.37에서 10.97로 변화한 여성보다 증가폭이 훨씬 컸다.‘남존여비’ 문화에 익숙한 북한 출신 남성들이 남한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상실감을 갖기 때문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학력수준이 높은 탈북자들도 상실감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에서 대학까지 마친 사람들은 2001년 우울점수 7.15로 건강한 편이었지만 불과 3년 만에 10.50으로 악화됐다. 고학력자일수록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북한에서 결혼한 적이 있는 사람들의 우울점수는 2001년 10.1에서 2004년 13.05로 급등한 반면 결혼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9.12에서 8.92로 오히려 낮아졌다.

연구진은 “북에 남아 있는 가족을 데려오면서 생기는 문제나 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과 관련된 문제”라고 풀이했다.

북한에서의 아픈 경험들이 상태 심화요인

공개처형 목격, 자연재해, 가족·본인의 질병 등 북한에서 괴로운 일을 많이 겪었던 사람들은 남한정착 초기에는 당장의 해방감 때문에 우울함을 덜 느끼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우울증세가 심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가족이 질병으로 고통을 받거나 죽었지만 도움을 주지 못한 적이 있다.’는 응답비율이 정상집단에서는 47.1%였지만 우울집단에서는 69.5%나 됐다.

탈북자들이 남한사회에서 겪는 스트레스도 우울성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남한언어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응답자는 정상집단에서는 27.9%에 그쳤으나 우울집단에서는 두배에 가까운 50.0%에 이르렀다.‘직장이나 사회에서 차별대우를 받았다.’는 정상집단 11.8%, 우울집단 29.3%였고 ‘직장상사·동료와 다투거나 속상한 적이 있었다.’도 정상집단 22.1%, 우울집단 42.7%로 큰 격차를 보였다.

조영아 전임상담원은 “다른 심리적 장애보다 우울증이 탈북자들의 정신건강 문제의 주요 이슈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를 고려한 치료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2005-08-2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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