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자고 일어나면 문닫는 업소가 많아 우리도 겁이 나요. 우리 옆집 가게만 해도 벌써 2개나 문을 닫았어요.”서울 역삼동 N생태전문집 종업원의 얘기이다.
성매매방지특별법이 발효된 지 한달여가 돼 가면서 서울 강남 등 유흥업소 주변을 중심으로 휴·폐업 도미노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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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방지 특별법 발효 이후 전국 유흥가… 성매매 방지 특별법 발효 이후 전국 유흥가에 손님 발길이 뚝 끊기는 등 된서리를 맞고 있다.서울의 대표적 유흥가인 역삼동 거리 모습.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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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방지 특별법 발효 이후 전국 유흥가…
성매매 방지 특별법 발효 이후 전국 유흥가에 손님 발길이 뚝 끊기는 등 된서리를 맞고 있다.서울의 대표적 유흥가인 역삼동 거리 모습.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서울 라마다르네상스호텔에서 역삼역 인근 LG강남타워로 이어지는 테헤란로 북측 뒷길쪽은 서울의 대표적인 유흥지역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된 이후 고객들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음식점이나 상가 점포주의 얼굴에는 불안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실제로 N생태전문집의 경우 점심시간에는 직장인 손님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밥을 먹을 정도로 장사가 잘 되지만 저녁 술손님은 한달전보다 3분의1가량 줄었다.
그래도 이 집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주변 대형 일식집 ‘선유’와 ‘남도’는 최근 문을 닫았다. 간판은 그대로인 채 임대 안내문이 나붙었다.
이들 일식집은 룸살롱에 가기에 앞서 1차로 식사를 하는 손님이 많이 찾았었으나 경기불황에다 성매매특별법 발효 이후 손님이 줄면서 결정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인근의 안마시술소 5∼6곳은 대부분 휴·폐업 중이다. 낮에도 손님이 줄을 이었던 이 안마시술소들은 저녁 8시가 돼도 네온사인조차 켜지 않고 주차장은 텅 비어 있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유흥업소 주변 상가 철퇴
성매매특별법의 타격을 받은 곳은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안마시술소뿐만이 아니다. 미장원이나 세탁소, 심지어는 포장마차까지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역삼동 LG강남타워 뒷길에 자리잡고 있는 미용실 ‘제니스’. 평소 이 곳에는 하루 평균 15∼20여명의 속칭 ‘나가요걸’들이 찾아 머리 손질을 하고 갔으나 요즘에는 그 수가 2∼3명으로 줄었다.
이 미용실 헤어디자이너 이모(33)씨는 “성매매특별법 발효 이후 저녁 유흥업소 종사자 손님이 크게 줄었다.”면서 “우리는 직장인들이 있어서 그런대로 버티지만 논현동 일대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 미용실은 대부분 문을 닫기 직전”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하루 고생을 하면 30만원가량 벌었는데 룸살롱 고객과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발길을 끊으면서 수입이 10만원대로 줄었다.”면서 “가뜩이나 어려운데 이상한 법이 생겨 생계를 위협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성매매특별법의 간접적인 영향도 만만치 않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번화가에서 40평 규모의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수일(41)씨가 대표적인 예다.
이씨는 “인근에 모텔과 안마시술소, 룸살롱 등이 밀집해 있어 유동인구가 많았지만 요즘은 30%가량 줄어들었다.”면서 “매출도 20% 정도 떨어졌다.”고 털어놓았다. 하루 매출이 100만원에서 70만원정도로 줄었다는 얘기다. 권리금도 뚝 떨어졌다. 권리금이 한달새 7000만원선에서 3000만원으로 곤두박질쳤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서울의 또 다른 유흥업소 밀집지역인 강남 특허청 사거리.19일 밤 역삼동 특허청 뒷골목은 과거의 영광(?)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강남역 사거리에서 역삼역 방향으로 오른쪽으로 들어서자 포장마차를 비롯한 여러가지 가게들이 스산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는 음식점마다 저녁 8시쯤이면 1차를 하러 오는 손님과 유흥업소 아가씨들이 빽빽히 자리를 채웠지만 지금은 손님 몇명만이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역삼동에서 소고기집을 하다가 삼겹살집으로 업종을 바꾼 김모(46)씨는 “예전에는 하루에 300만원 정도의 매출을 거뜬히 올렸는데 요즘은 현금을 보기조차 어렵다.”면서 “아무래도 폐업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룸살롱 앞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최모(52·여)씨도 “예전에는 하루 30만원대 매출을 올렸으나 지금은 10만원대로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룸살롱 손님의 발길이 끊기면서 주위에 연계된 상권들이 송두리채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봇물 이루는 모텔 매물
요즘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권에는 모텔매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강남권에만 모텔매물이 220여개나 쌓여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강남권 전체 모텔(400여개 추정)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
이들 매물 가운데 20%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에 나온 ‘새 물건’이라는 게 모텔거래 전문 컨설팅 담당자의 얘기다.
강남권 모텔의 경우 수도권 지역의 러브호텔과 달리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와 연계해 손님을 받아왔다. 그러나 강력한 성매매 단속으로 룸살롱 등의 ‘2차’가 사라지면서 모텔 인기가 급락한 것이다. 모텔 매물이 늘어나면서 가격도 폭락했다. 강남권에 있는 대지 150평에 5층에 룸 35개짜리 모텔의 경우 가격이 60억원대를 호가했으나 현재는 45억원대로 떨어졌다. 그나마 사려는 사람도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웃돈은 그만두고 금융권의 채무만 안은 채 그냥 가져가라는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강남권 모텔 매물 가운데 이런 ‘교환매물’이 40여개가 되는 것으로 부동산중개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서초구에서 B모텔을 운영하는 최모(63)씨는 2001년 제2금융권으로부터 담보액의 70%까지 대출을 받아 모텔을 매입했던 경우다. 최씨는 “올해 대출 만기가 됐으나 성매매특별법 발효로 손님이 줄면서 상호신용금고에서 대출금 상환을 요구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빚만 떠안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넘기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모텔과 점포 전문컨설팅사인 RPM컨설팅 고재일 이사는 “모텔업계는 불황과 성매매특별법, 금융기관의 대출금 회수 등으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면서 “앞으로 모텔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 日관광객 발길 끊겨 ‘울상’
성매매특별법의 한파는 지방까지 미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일본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관광수입의 급감을 우려하고 있다. 대체수단으로 중국 관광객을 끌어들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일본인 관광객이 빠져나간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
대표적인 지방 유흥지 가운데 하나인 전남 목포의 하당 신도심도 타격을 받고 있다. 무려 200개에 이르는 모텔과 유흥주점 등으로 밤새 불이 꺼지지 않았지만 요즘은 손님이 뚝 끊기면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모텔과 유흥업소에 이어 임대아파트, 오피스텔도 텅텅 비면서 신도심 공동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통신망을 비롯, 최고의 인테리어로 무장한 모텔은 190개나 되지만 지금은 손님이 없어 개점 휴업상태다.
이 가운데 39개는 자금난 등으로 부도가 나면서 경매가 진행 중이고 다른 모텔들도 손님이 없어 하루 평균 3∼4명의 손님을 받는데 그쳐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를 형편이다.
김성곤 윤창수기자 sunggone@seoul.co.kr
2004-10-2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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