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피해자 의견 충분한 수렴 없이 정부 입장 위주로 합의”

“생존 피해자 의견 충분한 수렴 없이 정부 입장 위주로 합의”

강윤혁 기자
강윤혁 기자
입력 2017-12-27 21:00
수정 2017-12-28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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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합의 내용 평가는

되돌릴 수 없는 日 사죄 요구하다
우리측 ‘불가역적’ 표현 먼저 언급


고위급 비공개 협의서 주로 합의
靑, 해외서 위안부 언급 금지까지


피해자 단체 설득 등 민감 사안
일본 요청에 따라 비공개 조치
윤병세 前외교 “본질 못 본 평가”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는 27일 위안부 합의가 협의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정부 입장 위주로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민간위원이 중심이 된 TF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비공개 합의 내용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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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의 검토 결과 발표에 앞서 발언을 하고 있다.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의 검토 결과 발표에 앞서 발언을 하고 있다.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위안부 문제는 전시 여성 성폭력에 관한 보편적 인권의 문제로 위안부 합의는 여타 외교 사안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면서 “당사자인 피해자들께서 생존해 계신 만큼 피해자 중심 접근을 충실히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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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 보고서는 “한국 쪽은 협상에서 종래 일본의 ‘도의적 책임 통감’보다 진전된 ‘책임 통감’의 표현을 얻어냈으나 ‘법적 책임’이나 ‘책임 인정’이라는 말이나 피해자 방문 등 피해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조치를 포함시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내각총리대신 자격으로 사죄와 반성을 표명하였으나 ‘되돌릴 수 없는 사죄’를 위해 추진하던 내각 결정을 통한 사죄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가장 논란이 됐던 ‘불가역적’(돌이킬 수 없는)이란 표현이 합의에 들어간 것은 한국 측이 불가역성을 담보하고자 내각 결정을 거친 총리 사죄 표명을 요구하면서 먼저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측은 국장급 협의 초기에는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다 한국 측이 사죄의 불가역성을 언급한 직후 열린 제1차 고위급 협의부터 ‘최종적’ 외에 ‘불가역적’ 해결을 함께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정 권한도 지나치게 청와대에 집중됐다. 외교부는 2015년 4월 잠정 합의 직후 ‘불가역적’ 표현이 포함되면 국내적으로 반발이 예상돼 비공개 부분의 제3국 기림비, ‘성노예’ 표현, 소녀상 언급 등을 수정 또는 삭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는 ‘불가역적’의 효과는 책임 통감 및 사죄 표명을 한 일본 쪽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고서는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은 대통령의 강경한 자세가 대외관계 전반에 부담을 초래할 수 있음에도 정상회담과 연계해 일본을 설득하자는 대통령의 뜻에 순응했다”면서 “더구나 대통령이 소통이 부족한 상황에서 조율되지 않은 지시를 내려 협상 관계자의 운신의 폭을 제약했다”고 당시 정책 결정과정과 체계를 비판했다.

오태규 TF 위원장도 “위안부 합의는 8차례 고위급 비공개 협의에서 주로 이뤄지고 국장급 협의는 조연에 불과했다”면서 “한국에 부담이 되는 관련단체 설득 등이 비공개 부분에 들어가 공개된 부분만으로도 불균형한 합의가 더욱 기울어지게 되었다고 TF는 판단했다”고 밝혔다.

위안부 합의 이후 청와대가 외교부에 국제무대에서 위안부 관련 발언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 데 대해서는 “마치 이 합의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지 않기로 약속했다는 오해를 불러왔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위안부 합의는 한·일 양자 차원에서 일본 정부의 책임, 사죄, 보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보편적 인권 문제, 역사적 교훈으로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것을 제약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일본 측의 희망에 따라 비공개된 내용에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피해자 관련 단체 설득,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제3국 기림비, ‘성노예’ 용어 사용 자제 등 민감한 사항이 포함됐다. 보고서는 “피해자 중심, 국민 중심이 아닌 정부 중심의 합의였다”고 결론 내렸다.

한편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당사자인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TF 보고서에 대해 “위안부 피해자 문제 협상의 복합성과 합의의 본질적·핵심적 측면보다는 절차적·감성적 요소에 중점을 둬 합의를 전체로서 균형 있게 평가하지 못했다”고 평가하며 “비공개 부분은 합의의 핵심이 아닌 부수적 내용으로, 새로운 합의라기보다는 공개된 합의 내용의 연장선상에서 우리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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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2017-12-2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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