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새누리 시의원에게 무릎꿇은 이유는

박원순, 새누리 시의원에게 무릎꿇은 이유는

입력 2012-03-23 00:00
수정 2012-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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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계획 요구 거부 알고 대로…市 팀장 100명 정보공개 교육

지난달 중순 박원순 서울시장은 야당인 새누리당 소속 초선 시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서울시가 저지른 중대한 잘못에 대해 사과했다. 올 1월 말 김용석(44·서초4·문화체육관광위원회) 시의원이 신임 박인배 세종문화회관 사장과 김홍희 시립미술관장의 직무수행계획서 등 자료를 시에 요청했다가 퇴짜를 맞은 게 발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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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시청 서소문별관 브리핑룸에서 서울시 산하 비정규직 1054명의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비정규직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시청 서소문별관 브리핑룸에서 서울시 산하 비정규직 1054명의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시 정보공개 시스템을 비판한 서울신문<2월 17일 자 30면> 칼럼 직후 박 시장은 실·국장들을 모두 소집해 정보공개 시스템 점검과 개선책 마련을 주문했다. 실·국장들은 “시장에게 엄청나게 깨졌다.”고 한다.

처음엔 박 시장이 평소 정보공개와 기록관리에 유달리 관심을 쏟아서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시는 지난달 13일부터 열린 시의회 임시회 직전에야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자료를 내지 못한다고 연락했다.

김 의원은 본회의 신상발언을 통해 “상임위원회 출석을 거부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이에 박 시장과 기동민 정무수석이 전화를 걸어 사과하고, 시에서 사흘 뒤 자료를 제출하면서 파국을 막았다.

박 시장은 2010년 8월 한 모임에서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게 하려면 국민에게 정보를 무장시켜야 한다.”며 “제 소원은 대한민국 정부가 가장 투명한 정부, 숨길 게 없는 정부, 하늘 아래 가장 당당한 정부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10여년 전인 참여연대 사무처장 땐 정보공개사업단을 만들어 투명한 정부 만들기 운동도 벌였다. 틈틈이 ‘투명한 서울시를 위한 과감한 정보공개’를 외친 박 시장의 눈에 산하 기관장 직무수행계획서를, 그것도 시의원 요구사항인데도 대놓고 모른 체하는 게 어떻게 보였을까. 그런 차에 ‘서울시 정보공개 시스템 엉망’이라는 보도가 나가자 박 시장의 분노가 폭발한 셈이다.

그 뒤 시는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100명이 넘는 팀장들을 한자리에 모아 정보공개 교육까지 마쳤다. 하지만 지인에게 귀띔받은 얘기가 씁쓸하게 머리를 맴돈다. “서울시 고위 공무원을 만났는데 시장이 한 번 지시한 건 그냥 듣고, 두 번 말하면 대꾸만 하고, 세번째 언급해야 진짜 하라는 걸로 알고 움직인단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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