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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日 ‘독도도발’에 깊어가는 정부 고심

잇단 日 ‘독도도발’에 깊어가는 정부 고심

입력 2011-08-04 00:00
업데이트 2011-08-0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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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맞대응 악순환에 양국관계 ‘훼손’ 소지



독도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긴장의 수위가 갈수록 고조되는 가운데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격앙된 국민감정과 확립된 대응원칙에 따라 ‘강경대응’이라는 외길 수순을 밟고 있지만 여러모로 볼 때 득보다 실이 큰 외교게임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독도 문제가 일단 양국 갈등의 ‘핵’으로 돌출할 경우 양국관계 전반이 일시적으로나마 훼손될 가능성이 높고, 특히 국제사회에 독도가 고착화된 분쟁지역으로 비칠 우려가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2005년 3월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에 따라 취해진 노무현 대통령의 대일본 독트린 선언으로 정상외교는 물론 양국 외교장관 회담이 1년 6개월여 동안 단절되는 외교적 공백사태가 초래된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상황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는 분석이다. 일본측이 일정한 도발로 ‘빌미’를 제공하면 우리 측이 강하게 대응하고, 이에 일본은 다시 추가도발로 더 큰 강도의 맞대응을 유도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갈등고조를 통한 독도 이슈화가 일본 측이 노리는 국제분쟁화의 방편이다.

더욱 큰 문제는 정치논리가 개입하고 있는 점이다. 자국내 정치여론에 부응하거나 지지층을 이끌어내기 위해 ‘독도’를 카드로 활용하면서 상황이 더욱 꼬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민당 의원 3명의 울릉도 방문 시도 이후 일본 극우 정치인들이 잇따라 울릉도를 방문할 뜻을 밝히는 ‘황당한’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이재오 특임장관 등 일부 정치인들이 애국적 동기에서 독도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 것이 도리어 이번 사안을 키웠다는 지적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양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운신의 폭도 그만큼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 상태로 양국간 갈등이 고조된다면 한일 간 최고위급 또는 고위급 교류가 사실상 단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올 하반기 가능성이 점쳐졌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방일은 물론 외교장관 회담 조차도 적절한 계기가 없는 한 성사되기 어려운 분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실무급 협의가 이어질 수는 있지만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하거나 합의를 추구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북핵과 6자회담 재개 대응과정에서 양국 모두 아쉬운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로서는 북미대화 이후 후속대화 향방을 놓고 한ㆍ미ㆍ일 3국간 공동보조를 취할 필요성이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

더 급한 쪽은 일본이다. 6자회담 재개과정에서 외교적 역할이 크지 못한 일본으로서는 납치와 미사일 문제의 진전을 연계시키기 위한 북ㆍ일 대화를 추진하려면 우리 정부와의 긴밀한 조율이 절실한 상황이다.

일본 측이 강하게 희망하고 있는 한ㆍ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도 당분간 추진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작년부터 재계를 중심으로 한일 FTA 협상의 조속한 추진을 요구해왔으나 이번 일로 인해 연기 또는 보류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로서도 중국 등 다른 나라와의 FTA를 추진하기 위해 일본과의 FTA를 중요한 협상카드로 활용해야할 처지이다.

이미 중국, 러시아와도 영토 분쟁을 겪는 일본으로서는 한국과 독도문제로 외교마찰을 빚는 것이 주변국의 경계심을 자극해 동북아 역내에서의 일본의 입지와 역할을 스스로 좁히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울러 이미 대지진 사태와 후쿠시마 원전사태 등으로 국제사회에서의 입지가 축소된 일본으로서는 한국과의 갈등으로 국제무대에서의 역할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국회 독도영토수호대책특별위원회가 12일 독도를 방문해 전체회의를 열기로 한 것이 양국 간 갈등을 더욱 격렬한 형태로 분출시키는 ‘뇌관’으로 떠오를 조짐이다.

국회 차원의 공식기구가 독도에서 회의를 개최한다는 점에서 일본 자민당 의원 3명의 울릉도 방문 시도와는 그 후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외교가에서는 국회가 독도특위 개최에 대해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일본의 2류 정치인들에게 우리 정치인들이 너무 말려 들고 있는 느낌”이라면서 “이미 실효 지배하고 있는 땅에 대해 우리가 너무 흥분할 필요가 없다. 일본이 그 땅을 뺏으려면 전쟁을 해서 이기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독도에 대한 실효지배가 강화되고 쐐기를 박을 수 있다면 전체회의를 독도에 가서 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어떤 행위의 동기보다는 그 행위가 가져올 결과에 대한 계산이 외교”라고 강조했다.

이는 특히 일본 의원들의 재방한을 유발하면서 양국간 갈등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경우에 따라 독도를 둘러싸고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나온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부는 정치권과 학계 등 국내적 여론동향을 탐지하면서 독도문제가 양국관계의 전체 판을 깨뜨리지 않도록 대응수위를 조절하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일본의 독도 도발을 오히려 철저히 무시하는 게 낫다”면서 “차라리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보여주는 많은 자료를 조용히 축적하고 일본 주장의 허구성을 파헤치는 ‘조용한 외교’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일본의 도발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컨센서스를 만들어 맞춤식 또는 등가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어찌 됐건 일본 측의 이번 도발로 인해 양국 관계는 짙은 ‘상흔’을 남기게 될 가능성이 커졌고 설령 봉합되더라도 당분간 상당한 갈등요인으로 존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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