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정부, 왜 위기상황 연일 강조하나

[뉴스&분석] 정부, 왜 위기상황 연일 강조하나

입력 2009-01-06 00:00
수정 2009-01-06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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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江 사업 등 지지 유도 정책추진 환경 조성 속내?

“정부는 갈수록 힘 빠지는 얘기만 하고 오히려 민간에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려 애쓰고 있다.”(민간 경제연구소 A박사)

“예전에는 실무 당국자가 비관적인 얘기를 하면 장관이 나서서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는 게 보통이었는데 지금은 그 반대다.”(민간 경제연구소 B박사)

●불황엔 보험용… 회복기엔 정부역할 부각 의도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이 경제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발언을 연달아 쏟아내고 있다. 가계와 기업 등 경제 주체의 심리 위축을 막기 위해 비관적인 얘기는 가급적 자제했던 그동안의 정부 관행은 물론이고 올해 성장률 목표를 3%로 제시했던 얼마 전과도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이명박 대통령이 앞장서고 있다. 지난달 27일 부처 업무보고에서 “현재 상상을 뛰어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그러나 주말에 차가 밀리는 것을 보면 얼마나 큰 어려움이 우리 앞에 닥쳐오고 있는지 잘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한 데 이어 이달 2일 신년연설에서는 ‘위기’라는 단어를 29차례나 언급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국민 대정부 질문’(KBS 방송)에서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4·4분기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며 아예 ‘마이너스 성장’을 공식화했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한국은행의 공식 발표에 20여일이나 앞서 민간 연구기관들도 가만히 있는데 정부가 먼저 나서서, 그것도 온 국민이 TV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역(逆) 성장’ 진입을 선언한 것이다. 강 장관은 5일 금융기관 신년 인사회에서도 “앞으로 일자리를 만들기보다 있는 일자리도 지키기 어려운 사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해 일자리가 지금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을 시사했다. 올해 정부가 목표로 하는 ‘일자리 10만개 창출’과 동떨어진 것으로 민간 연구기관이라면 모를까 국책 연구기관도 언급하기 부담스러운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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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부 관계자는 “상황이 오죽 어려우면 정부가 이렇게까지 말하겠나.”라면서 “다만 10여년 전 외환위기 때와 달리 (이번에는 해외에서 먼저 위기가 촉발됐기 때문에) 원인에 대한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이 보다 솔직한 태도로 상황에 대처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례적인 대응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정책 추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위기감을 고조시킴으로써 감세 등 추가 재정 확대나 ‘4대강 살리기’ 등 논란 많은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자연스럽게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경제가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에 대비해 미리 보험을 들어 두려는 의도와 반대로 경기가 살아났을 때 정부의 역할을 한층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 등 두 방향의 포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민간 소비·투자심리 더 위축” 부정적 시각도

이런 대응 방식에 부정적인 평가도 많다.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정말로 솔직하게 현 위기상황을 설명할 생각이라면 성장률 마이너스 하락과 같은 막연한 언급보다는 금융 부실의 위험이 얼마나 높은지 등 좀 더 현실감 있는 얘기를 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실장은 “아무리 경기가 냉각돼 있다고 해도 정부가 앞장서 비관적인 얘기들을 하면 민간의 소비와 투자 심리는 더욱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면서 “경기가 워낙 안 좋아 정부의 노력들이 좌초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마련한 정책들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고 어떻게 효과를 낼지 구체적으로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2009-01-0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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