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예산안 숨고르기에 들어갈 새도 없이 이번엔 쟁점법안이라는 준령(峻嶺)을 넘어야 할 판이다.10년 만의 정권교체 이후 과거 정권의 ‘좌편향화’를 되돌리려는 한나라당의 ‘이념 법안’과 감세 주장과 연결되는 민주당의 ‘민생 법안’이 연말 국회의 주요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각 당의 입법 성과가 연말 정국의 성패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에서 격렬한 충돌이 예상된다.이는 각 당의 정체성과도 직결되는 사안이라 지지층 결집을 통한 전열 정비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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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좌편향 바로잡겠다”
한나라당은 지난 10년 ‘좌편향화’의 흔적을 국회 입법을 통해 해소하겠다는 각오로 관련 법 개정을 벼르고 있다.
이명박 정부 초기 촛불 집회를 계기로 논란이 된 떼법 방지를 위해 도입하기로 한 불법행위 집단소송법과 사이버 모욕죄를 담은 형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인터넷 포털의 언론기능을 규제하는 신문법 개정이나 집회·시위에 대한 포괄적 소송을 강화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도마에 올려놓고 있다.이는 지난 2004년 정기국회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4대개혁 입법으로 국가보안법 폐지,과거사 진상 규명법,사립학교법,언론개혁법을 추진한 것과 그 배경이나 모양새가 닮아 있다.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이념 법안’은 이른바 경제회생을 위한 ‘이명박식 개혁 법안’과 연계돼 있다.‘이념 법안’과 ‘MB 개혁 법안’으로 동시에 야당을 압박하며 최대한의 성과를 올리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민주당,“보수 입법에 정면 대응”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보수 입법’에 정면 대응할 방침이다.정세균 대표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의 탈이 덧씌워진 이념법안을 절대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쐐기를 박았다.구체적으로 집시법 개정안과 사이버 모욕죄를 비롯,개인정보의 정보기관 감시를 강화하는 법안을 ‘디지털 유신법안’으로 규정했다.또 국내 정치사찰 허용,휴대전화 감청 및 위치정보 검색 강화 등을 담은 국정원법을 대표적인 국민감시법안으로 몰아세웠다.“국민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법”이라고 규정했다.
대신 민주당은 ‘서민 속으로’를 주요 입법 기조로 내세우고 있다.교육기본법,국민건강보험법,비정규직법,파견근로자보호법,장애인고용촉진법 등이 대표적이다.농수산물 원산지 표시법 제정과 식품피해 집단소송제 도입을 골자로 한 식품안전기본법 개정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박영선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서민의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법안을 우선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하지만 민주당도 이번 기회에 대여(對與) 차별화와 투쟁성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적 접근법을 깔고 있다는 점에서 최종 입법 과정에서 쟁점 법안이 어떻게 조율될지는 예단키 어렵다는 지적이다.
구혜영 구동회기자 koohy@seoul.co.kr
2008-12-0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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