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내 진로’를 밝히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갖가지 관측과 분석이 난무하면서 정치권은 31일 긴장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새판짜기 같은 노 대통령 특유의 ‘승부수’가 나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카드로 ▲열린우리당 탈당 ▲거국중립내각 구성 ▲권력구조개편 및 국민투표 제의 ▲자신의 임기단축 등을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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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31일 오후 정부중앙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참여형 민원행정개선 성과 보고대회’에서 보고를 받고 있다. 남상인기자 sangin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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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31일 오후 정부중앙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참여형 민원행정개선 성과 보고대회’에서 보고를 받고 있다. 남상인기자 sanginn@seoul.co.kr
그러나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발언 파문이 확대되는 조짐을 보이자 임기를 걸고 하는 정치적 승부수가 아니라고 진화에 나섰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내 진로’라는 세 글자만 보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노 대통령의 언급은 우리 사회의 진로에 대한 구상을 밝히겠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탈당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고, 실제 탈당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노 대통령은 최근 세종대왕에 대한 저서인 ‘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를 읽고 “세종은 한글을 창제했지만 이후 한글이 존경받지는 못했다. 한글이 존경받고 널리 사용되는 사회구조가 만들어졌다면 얼마나 좋았겠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앞으로 누가 지도자가 되든,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훌륭한 리더십이 계속 이어질 수 있는 성숙한 사회 구조와 문화를 만드는 데 벽돌 하나라도 쌓고 싶은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저출산 고령화사회, 국민연금 등의 현안은 당을 떠나 해결해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전날 언급과 맥이 닿아 있다.
노 대통령은 정파적 이해관계나 표를 떠나 한국의 내일을 진지하게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여권의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노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거대 담론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2005-11-0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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