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공방 확산] ‘이철우戰’ 국보법으로 불똥

[‘간첩’ 공방 확산] ‘이철우戰’ 국보법으로 불똥

입력 2004-12-11 00:00
수정 2004-12-11 10:3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여야가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의 ‘조선노동당 가입 의혹’을 둘러싸고 사흘째 ‘혈투(血鬪)’를 벌이고 있다.

이번 사태는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와 맞물려 있는 탓에 여야 모두 한치도 물러설 기색이 아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모두 이번 사태를 국보법 폐지와 개정의 명분으로 각각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파문의 향배에 따라 여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거센 후폭풍으로 후유증마저 예상된다.

열린우리당은 10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정형근 의원을 ‘간첩조작사건’의 주범으로, 주성영·박승환·김기현 의원을 종범으로 각각 지칭하는 등 대야 압박을 강화했다. 이부영 의장은 이날 상임중앙위원회에서 “남의 집 하룻강아지 얘기하듯 간첩이라고 해놓고 이제와서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정신이 있는 사람들인가.”라며 박 대표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박 대표를 ‘폭로정치의 중심’으로 끌어들임으로써 박 대표의 대선 가도에 흠집을 내고, 열린우리당이 추진 중인 국보법 폐지의 명분을 쌓겠다는 의도를 엿보이게 하고 있다.

‘간첩조작사건’ 비상대책위장인 배기선 의원은 “국보법을 지켜내기 위해 저지른 색깔론 단막극인 것으로 다 드러났다.”며 한나라당의 국보법 개정 주장에 일침을 가했다. 이미경 상임중앙위원도 “빨갱이 되면 일생을 망치는구나 하는 공포심이 들게 하는 것이 국보법의 가장 큰 해악이란 생각”이라며 국보법 폐지의 명분을 보탰다.

한나라당도 여당 지도부에 대해 이 의원의 공천 배경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국정조사 필요성을 거론하는 등 대여 공세를 이어갔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태의 진위에 따라 국보법 처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표는 전날 의총에서 “이번 일은 국보법 처리문제와도 무관치 않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에 따라 이 의원의 ‘조선노동당 입당 및 간첩활동’ 의혹을 확인시켜줄 결정적 단서를 확보하는 데 당력을 쏟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의원과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대한 압박도 이어갔다. 이 의원 스스로 공개한 대법원 재판기록 가운데 노동당기와 김일성 및 김정일 초상화 등에 대한 압수내용이 포함돼 있는 2페이지를 누락한 경위 등을 추궁하면서 “조선노동당에 입당했는지 여부를 스스로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고문에 의한 조작’이라는 이 의원의 반박과 관련,“재판 당시 항소이유서 등을 통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며 역공을 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에서 조선 노동당기, 김일성 초상화, 김정일 초상화를 소지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 누구겠느냐.”며 이 의원을 몰아세웠다. 국회 법사위 간사인 장윤석 의원도 “당시 수사와 재판기록을 통해 국민적 의혹을 풀어야 한다.”면서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번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정형근 의원은 “수사를 했다고 해서 배후에 있다는 것은 책임없는 주장”이라며 “해방 이후 최대 간첩사건인 중부지역당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 과장이나 왜곡이 있었다면 관련자나 수자 지휘자인 나는 이 자리에 있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2004-12-11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