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이전 위헌 파장] 여권 ‘헌재결정’ 미리 알았나

[수도이전 위헌 파장] 여권 ‘헌재결정’ 미리 알았나

입력 2004-10-22 00:00
수정 2004-10-22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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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 위헌 결정을 여권 핵심부가 하루 전날, 적어도 몇 시간 전에 미리 알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일 “수도권은 이기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한 발언이 헌재 결정을 예상한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여권의 사전인지설은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국가정보원, 검찰 등 여권 곳곳의 이날 움직임에서 감지된다.

우선 청와대. 오전부터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오늘 아침에 긴장하는 사람도 있었고, 반신반의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언급, 청와대가 헌재의 결정내용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음을 내비쳤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런저런 얘기는 들었는데 경국대전을 인용할 줄은 몰랐다.”며 사전인지설을 뒷받침했다.

또 노 대통령이 전날 유럽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이해찬 총리와 이날 낮 오찬을 함께 하면서 위헌 결정에 따른 대책을 심각하게 논의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헌재 결정 직후 청와대와 이 총리가 내놓은 입장 표명은 똑같은 내용이었다.

심상찮은 움직임은 열린우리당에서도 뚜렷했다. 오후 2시 헌재의 결정선고가 시작되기 직전 긴급 주요당직자 대책회의가 소집된 것이다. 예정에 없던 회의다.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를 진행해야 할 천정배 원내대표와 이부영 의장 등 당 지도부 대다수가 국회 원내대표실의 TV 앞으로 모여들었다. 한 중간 당직자는 오후 1시 비서관에게 급히 전화를 걸어 헌재 결정문을 챙겨 놓을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당 주변에서도 “위헌결정을 내린 재판관이 4명인데 늘어날 듯하다.”는 ‘첩보’가 전날부터 나오기 시작해 21일 헌재 결정 직전에는 “8대1의 위헌 결정이 내려질 것 같다.”는 ‘정보’가 나돌았다. 물론 몇 분 뒤 이는 사실로 확인됐다.

국정원과 검찰 주변에서도 아침부터 “심상치 않다.”는 얘기와 함께 8대1,7대2 등의 구체적 결정 내용까지 회자됐다.

이같은 여권 움직임은 모두가 숨 죽였던 지난 5월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때와는 사뭇 다르다. 헌재가 결정 내용을 여권에 사전에 통보했다기 보다는 여권이 정보력을 총동원, 헌재 재판관 9명을 상대로 일일이 사전 취재에 나섰던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권과 달리 한나라당은 구체적 정보를 입수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경호 박록삼기자 jade@seoul.co.kr
2004-10-22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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