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후보는 찜질방 이용권을 뿌리는데,상품권이라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지역 출판사 사장이 월간지 20부만 정기구독하면 300표를 몰아주겠다고 제안하더라.”
제17대 총선 선거운동이 종반에 접어들면서 일부 혼전지역을 중심으로 ‘조직동원’과 ‘돈바람’이 고개를 들고 있다.막판 굳히기와 판세 반전을 노리고 주말과 휴일 유세에 나선 서울지역 후보들은 ‘돈살포’ 유혹과 공공연한 ‘금품요구’에 시달린다고 증언했다.
종반표심은
총선을 앞둔 마지막 주말인 11일 경기도 일산에서 열린 한 정당의 유세에 많은 시민들이 몰려들어 박수치고 환호하고 있다. 선거전이 종반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표심을 반영한다.
최해국기자 sea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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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반표심은
총선을 앞둔 마지막 주말인 11일 경기도 일산에서 열린 한 정당의 유세에 많은 시민들이 몰려들어 박수치고 환호하고 있다. 선거전이 종반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표심을 반영한다.
최해국기자 seaworld@
●막판 혼전에 선거 브로커도 기승
이번 총선에 첫 출마한 무소속 A후보는 막판에 조직과 돈을 풀어서라도 판세를 뒤집어야 한다는 주위의 ‘충고’때문에 고민에 빠졌다.자체 여론조사 결과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A후보는 “선거브로커 2명이 잇따라 사무실로 찾아와 1500명의 주민 명단과 주소 등을 보여주며 각각 3000만원과 5000만원을 제시했다.”면서 “돈을 주면 부동층을 중심으로 식사를 대접하고 표도 몰아주겠다고 유혹해 꽤 망설였다.”고 털어놨다.
서울 도심 선거구에 출마한 한나라당 B후보측은 최근 지역 유지에게서 ‘압박용’ 전화를 받았다.찜질방 이용권 50장을 달라는 요구였다.“무슨 소리냐.”고 반문하자,그 유지는 “다른 당 후보는 찜질방 이용권을 나눠주는데 뭐하고 있느냐.”라면서 “아무리 선거법을 의식한다지만 돈 한푼 안쓰고 어떻게 당선될 생각을 하느냐.너무 인색하다.”고 힐난했다.B후보측은 “선관위에서 엄격하게 조사한다지만 후보들의 크고 작은 부정사례가 모조리 드러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막판 기세싸움에 눌리지 않기 위해 상품권이라도 뿌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유권자 공공연한 요구… “한술 더 뜬다”
일부 후보들은 “며칠새 대접전 양상을 보이면서 일부 참모들 사이에서는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특히 반장·통장 출신 등 이른바 지역유지들이 “아는 주민이 많아 도와줄 수 있으니 체면도 살릴 겸 돈을 달라.”고 공공연히 요구해 갈등을 겪고 있다고 했다.
유권자들이 소액의 택시비부터 교회 헌금,잡지 구독,노인정 접대에 이르기 까지 곤혹스런 요구를 하는 일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러나 후보들은 선거법이 강해진 데다 포상금을 노린 ‘함정 제의’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선뜻 요구를 들어주기 힘들다고 밝혔다.
강북지역에 출마한 민주노동당 C후보는 신도가 3000여명이라는 한 교회의 목사로부터 ‘은밀한’ 제의를 받았다.두차례만 헌금하면 교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인사할 기회를 마련해 주겠다는 것.C후보는 “예배에 참석해 기도하라는 말을 덧붙였지만,결국 원하는 건 돈이더라.”고 씁쓸해 했다.월간지 20부를 구독하면 지원해주겠다는 출판사 사장도 있었다.C후보는 “출판사 사장에게 ‘누가 시킨 것인지도 모르는데,어떻게 믿겠느냐.’며 돌려보냈다.”면서 “꺼림칙한 제의를 모두 거절하긴 했지만 솔직히 잘한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택시비 5000원만…” 황당 요구도
서울 도심의 민주당 D후보는 선거구내 ‘풍물시장’에 유세하러 갔다가 ‘묘한’ 경험을 했다.안면있는 주민 5∼6명이 “물건을 사야 하는데 돈이 모자라니 좀 빌려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강남지역에 출마한 한나라당 E후보는 “밑도 끝도없이 여러 사람이 식사한 영수증을 선거사무실에 보내거나,택시비 5000원을 요구하는 등 처리하기 어려운 부탁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강북지역에 첫 출마한 열린우리당 F후보는 “당원 활동을 하는 분도 ‘선거판이란게 다 그렇다.’며 직설적으로 돈을 요구하곤 한다.”면서 “노인정 회장이란 분이 회원 명부를 직접 들고 찾아와 ‘이게 다 표’라며 돈을 요구했다.”고 공개했다.서울의 각 지역선관위에 따르면 제보 건수가 선거 초반의 하루 10여건에서 최근 20여건으로 늘어났다.중앙선관위 조장연 공보과장은 “역대 총선에서 되풀이된 ‘일단 붙고 보자’는 식의 혼탁선거 사례에 대해서는 가용인력을 총동원해 강력 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안동환 유지혜 서재희기자
sunstory@seoul.co.kr˝
2004-04-12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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