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재테크의 빛과 그늘

[20&30] 재테크의 빛과 그늘

입력 2007-11-06 00:00
수정 2007-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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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11테러’ 이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역시 저축만으로는 돈을 불릴 수 없는 시대에 돌입했다. 한국인의 영원한 테마인 ‘부동산’은 물론 ‘1가구 1펀드’ 시대에 들어선 펀드 투자나 중국·베트남 등으로 대표되는 해외투자 등 다양한 재테크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재테크 연령도 낮아지면서 가정이 있는 30대는 물론 대학 생활을 시작한 20대도 재테크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돈에는 양면이 있는 법. 현명하고 올바른 재테크는 20&30들의 인생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 주지만 남들을 따라 원칙 없이 투자하다 보면 어느새 돈은 일과 가족까지도 흔들어 놓는 ‘독’으로 변해 있기도 한다. 재테크로 인생을 행복하게 만든 사람과 반대로 인생을 우울하게 만든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20&30 ‘재테크의 명과 암’을 들어 봤다.

“돈을 아는 것은 세계를 아는 것”

회사원 박모(26)씨는 요즘 재테크와 ‘사랑’에 빠졌다. 직접 투자는 잘 못하지만 대신 펀드와 적금 등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자신 있다는 박씨의 올해 투자 수익률은 70% 정도. 최근 재테크의 대세라 할 수 있는 중국 펀드에도 가입한 박씨는 날마다 잔고가 불어나는 통장들을 볼 때마다 휘파람이 절로 난다.

“젊을 때 한 푼이라도 아껴야 잘산다는 생각에 매달 월급의 60% 정도는 의무적으로 적금과 펀드 등에 나눠 분산 투자하고 있어요. 재테크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자본주의 사회가 돌아가는 원리를 알게 되죠. 예를 들면 ‘전 세계 고유가가 지속되면 에너지 관련 업종의 주가가 강세를 나타내겠다.’라든지 ‘중국의 국민소득이 높아지면 점차 고급주택이나 자동차 등을 구입하려는 이들이 늘어나는 만큼 관련 종목 주식을 사면 돈을 벌겠다.’라는 식으로 말이죠. 젊은 시절 재테크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뿐만이 아니라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를 깨우치는 공부 같기도 해요.”

회사원 변모(29·여)씨는 주변에 이미 ‘알부자’로 소문이 난 재테크 전문가. 부동산, 펀드, 적금, 주식, 공모주 청약 등 돈이 되는 것들은 뭐든지 다 해본 덕분에 일군 성과다. 최근에는 소액이지만 달러화 가치와 반대로 움직인다는 금에 대한 투자도 시작했다. 매달 100만원 정도 투자하고 있다는 변씨의 올해 투자 성적은 약 60% 정도. 요즘 변씨는 주말마다 수도권 일대 아파트 분양 사무실이나 재개발 예정지역 등을 찾아다니며 ‘돈 될 만한 아파트’를 찾는 노력 또한 소홀히 하지 않는다.

‘세 살 재테크 여든까지’

회사원 최모(24·여)씨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재테크를 시작했다.‘삼팔선·사오정’이 난무하는 요즘 세상에서 노후를 힘들게 보내지 않으려면 돈 벌 수 있을 때부터 불리는 게 현명하다는 생각을 대학 입학할 때부터 했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며 주택 청약통장에 돈을 부었고 펀드와 적금도 이때부터 시작했다. 직장인 2년차인 최씨는 현재 갖고 있는 통장만 해도 10여개에 달하고 모아 놓은 돈 또한 어느새 1억원을 훌쩍 넘겼다. 사원 이모(26)씨의 재테크 이력도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씨는 투자를 위한 종자돈을 벌기 위해 대학시절 한 학기를 휴학하며 5개가 넘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1000만원 정도 돈을 모았다. 당시 생활비를 빼고 실제 김씨가 손에 쥔 돈은 약 800만원. 이 돈의 전액을 펀드에 투자한 뒤 6개월간 어학연수를 다녀왔더니 투자수익이 연수 비용 상당부분을 충당할 수 있을 만큼 불어나 있었다.

“제가 투자할 때만 해도 국내에 ‘펀드’라는 개념이 낯설 때였는데 투자해 놓은 돈 덕분에 공짜 어학연수를 다녀온 셈이어서 기분이 무척 좋았어요. 덕분에 재테크의 중요성을 대학생 때부터 알게 됐죠. 앞으로 아이가 생기면 꼭 아이 이름으로 거치식 펀드에 꼭 가입시켜 주려고 해요.”

최고의 재테크는 바로 자기계발

회사원 김모(29·여)씨는 현재 적금 말고는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영어·중국어 회화, 요가와 헬스클럽, 경영학 석사(MBA) 학원 수강료 등으로 한 달 100만원 가까운 돈을 쏟아붓고 있다.10년 뒤 억대 연봉을 보장받을 수 있는 좀더 ‘비싼 몸’을 만들고 싶어서다. 김씨는 내후년 쯤 미국이나 중국의 명문 MBA에 입학해 세계적 금융기관에서 투자 전문가로 일하는 것이 꿈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 그토록 재테크에 몰두하지 않아도 노후에 충분한 경제적 여유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생 최고의 재테크는 바로 자기 계발이 아닌가 싶어요. 재테크를 한다고 본업인 일을 소홀히 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자기를 꾸준히 계발하다 보면 돈은 자연스레 따라오게 돼 있습니다. 그게 자본주의 원리잖아요.”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투자도 실패하고 직장도 날리고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일하던 오모(35)씨는 공격적인 재테크 덕분에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간 케이스다.2002년 회사에 입사한 오씨는 증권사 직원은 주식 거래를 할 수 없는 규정을 피해 친구의 계좌를 빌려 처음 투자를 시작했다. 마이너스 통장으로 쉽사리 1억원을 대출받아 시작한 투자는 오씨에게 때마침 불어온 주식 호황과 맞물려 4년 만에 8억원이 넘는 큰 수익을 안겨 줬다.

하지만 그것이 화근이었다. 투자에 자신이 생긴 오씨는 “8억원으로 주식투자를 하면 연 10%씩만 수익을 내도 매년 8000만원을 버는데 뭣하러 힘들게 야근하며 직장을 다녀야 하느냐.”며 지난해 초 회사를 접고 전업 투자를 시작했다. 그러다 주식시장이 침체에 빠지며 원금에 조금씩 손실을 입자 불안감을 느낀 오씨는 수익률을 높여 볼 요량으로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에 손을 댔다 6개월여 만에 원금을 모두 날렸다. 최근에는 수천만원의 빚까지 떠안았다.

현재 오씨는 빚을 갚기 위해 재취업을 준비 중이지만 몇 년을 별 이유없이 쉰 탓에 예전과 같은 고액 연봉 직장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약혼자와도 헤어진 뒤 오씨는 그야말로 ‘백수총각’으로 지내고 있다.

“하루 만에 월급만큼 버는데 일은 무슨…”

요즘 회사원 김모(32)씨는 출근하자마자 인터넷에서 주식 시세를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최근 증시가 호황을 누리자 김씨는 저축은행에서 1억원을 대출받아 주가 변동폭이 큰 코스닥 중소형주를 사서 몇 시간 만에 팔아 치우는 이른바 ‘초단타 매매’를 통해 몇 달 만에 3000만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

주식시장이 끝나는 오후 3시가 되면 김씨 또한 하루 일과가 모두 끝난 것 같은 허탈한 생각이 든다. 남들은 손꼽아 기다리는 주말과 공휴일이 김씨는 고통스럽고 지루하다. 주식 시장이 쉬기 때문이다. 당연히 회사 일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상사에게 여러 차례 지적받았지만 단타매매를 접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한다.“원래 집주인이 전세비를 올려달라고 해 그 돈이나 만들어볼까 해서 시작했던 것인데 의외로 성과가 좋아 목표를 주택구입자금 마련으로 높였습니다. 지금 같은 증시활황이 1∼2년만 지속되면 현재 부족한 집값은 충분히 벌 수 있을 것 같아요. 많이 버는 날은 하루에 1000만원도 넘게 벌어요. 물론 손해 보는 날에는 하루만에 그 비슷한 금액도 날리긴 하지만요. 업무 시간에 이러고 있는 게 회사에 미안한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안 그러면 애들 분유값도 조달하기 힘든 이 상황에 언제 돈 모아서 집 한 채라도 살 수 있겠어요?”

“친구 따라 강남 갔다가…”

회사원 양모(28·여)씨는 지난해 그야말로 ‘친구 따라 강남 갔다’가 돈과 사람 모두를 잃어버린 경우다. 단타매매로 재미를 보던 한 친구가 추천해준 코스닥 종목에 투자했다가 1년 만에 50% 넘는 손실을 입고 손절매한 경험을 갖고 있다.

당시 친구는 “그 회사 공시담당자와 잘 안다.”면서 “내 말을 듣고 투자하는 것은 회사 내부정보를 알고 투자하는 셈”이라며 양씨를 설득했다.

결국 2000만원을 그 회사에 투자한 양씨. 하지만 주가가 연일 내리막 행진을 이어가자 조바심이 생겼고 친구에게 이유를 물었지만 그때마다 친구는 “이 회사 주식이 ‘턴어라운드주(흑자전환된 기업의 주식)’로 소문나 기관들이 개인 물량을 털어내려고 일부러 가격을 흔드는 중”이라며 달랬다. 주가는 계속 떨어지기만 했고 결국 양씨는 올해 1000만원이 넘는 손실을 감수하고 주식을 팔았다.

양씨는 친구에게 전화를 해 화를 냈지만 친구는 “나도 손해를 봤다. 주식은 자기 판단으로 하는 것인데 주가 떨어진 것을 갖고 왜 내 탓을 하냐.”며 양씨와 연락을 끊었다.

“사라고 자꾸 꼬드길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주가 떨어지니까 나 몰라라 하는 친구의 태도를 보니 화가 났던 게 사실이에요.

사과 한마디만 했어도 이렇게까지 화나지는 않았을 텐데 돈 잃고 사람 잃고 왜 이리 짜증이 나는지 모르겠어요.”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2007-11-0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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