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너지] 전기 260가구분 저장 1.2㎿배터리 세계최대

[환경&에너지] 전기 260가구분 저장 1.2㎿배터리 세계최대

입력 2009-05-04 00:00
수정 2009-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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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저장 기술 어디까지 왔나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가 확산되면서 에너지 저장(Energy Storage) 기술에 대한 연구와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재생에너지인 풍력과 태양광은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을 때가 많다. 풍력은 바람이 불 때만, 그리고 태양광은 낮에만, 특히 구름이 끼지 않은 맑은 날씨에만 효율적으로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생에너지가 발전을 멈춘 시점에 전기를 사용하려면 저장시설에 보관을 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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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P가 웨스트버지니아 찰스턴에 설치한 1.2㎿의 에너지 저장 시설. 일본 NGK의 NaS 배터리가 사용됐다.
AEP가 웨스트버지니아 찰스턴에 설치한 1.2㎿의 에너지 저장 시설. 일본 NGK의 NaS 배터리가 사용됐다.


또 신·재생에너지는 대규모 발전소보다는, 필요한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소규모 시설로 설치되는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중앙집중형이 아니라 분산형 전력이다. 따라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모두 전국적인 전력망에 연결하기보다는 에너지 저장 시설을 이용해 현지에서 수요, 공급을 맞추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는 미국, 러시아, 중국처럼 영토가 큰 나라나 아프리카처럼 아직 전력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지역에서 더 유용하다. 특히 현재 개발 중인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지능형 전력망)가 최적의 환경에서 운용되려면 집집마다 혹은 동네마다 에너지 저장 시설이 필요하다. 미 정부가 발표한 경기부양책에도 스마트 그리드와 에너지 저장 연구 및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예산이 포함돼 있다.

전기는 다른 에너지와 달리 현재의 기술로는 대용량 저장이 사실상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전력은 생산 즉시 쓰거나 버리거나 둘 중에 하나의 선택밖에는 없다. 따라서 전기를 화학, 운동, 위치 등 갖가지 형태의 에너지로 변환했다가, 필요할 때 다시 전기로 바꾸는 것이 현재 개발 중인 에너지 저장 기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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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웨일스 지역의 페스티니오그 댐. 저수지로 물을 끌어올려 보관하고 있다가 전기가 필요하면 물을 방류하면서 60초 안에 360㎿의 전력을 생산한다.
영국 웨일스 지역의 페스티니오그 댐. 저수지로 물을 끌어올려 보관하고 있다가 전기가 필요하면 물을 방류하면서 60초 안에 360㎿의 전력을 생산한다.


현재 사용 중인 에너지(전기) 저장 시설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전기화학 제품인 배터리와 축전지(Capacitor)다. 그러나 배터리는 용량이 작고,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휴대전화나 노트북 컴퓨터 등 소형 저장시설로 주로 사용돼 오다가 전기차 또는 하이브리드 전기차에 쓰이는 차량용 배터리도 개발됐다. 최근에는 배터리를 연결해 ㎿급 저장시설을 만들기도 한다. 미국 전력회사인 AEP는 지난해 웨스트 버지니아 주 찰스턴에 250만달러를 투입, 1.2㎿급 에너지 저장시설을 설치했다. 일본의 NGK인슐레이터가 제작한 황화나트륨(NaS) 방식의 배터리를 사용한 것이다.

크기는 폭이 10m, 높이가 5m 정도다. 현재 이 제품은 시장에 나온 거의 유일한 대용량 에너지 저장용 배터리다. 이 시설로 찰스턴의 2600가구 가운데 10% 전력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 전기가 싼 밤에 배터리를 충전한 뒤 전기가 비싼 낮에 가정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수명은 15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AEP는 이 시설을 설치하면서 한여름 낮의 최대 전력 수요에도 효율적으로 대응, 1000만달러에 이르는 예비발전소 건설 및 송전선 보수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NaS 배터리 기술은 지난 1960년대에 포드 자동차가 전기차용으로 개발했으나 NGK가 에너지 저장용으로 전환한 것이다.

배터리 다음으로 많이 쓰여온 것이 열 에너지 저장 (TES) 방식이다. 예를 들어 전기가 싼 밤에 얼음을 얼렸다가 에어컨의 냉방에 이용하는 것이다. 이는 35개국 3300개 빌딩에서 사용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 주와 영국 웨일스 지방에서는 댐을 에너지 저장 시설로 이용한다. 전기가 싼 시간에 댐 아래의 물을 모터로 끌어올린 뒤 전기 수요가 많은 시간에 수력발전기를 돌리는 것이다. 말하자면 중력이라는 위치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에너지 효율은 30% 정도라고 한다.

운동 에너지를 이용하는 플라이휠 방식의 에너지 저장시설도 여러 가지 목적으로 활용된다. 플라이휠은 쉽게 말해 모터 안에 삽입된 회전자(Rotor)로, 모터가 작동을 멈춰도 회전을 계속한다. 즉 모터에 공급되는 전기가 끊어져도 한동안 계속 회전을 하면서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는 일시적인 정전도 허용할 수 없는 반도체 등 고부가 정보기술(IT) 공장 등에 필요한 시설이다.

최근에 부상하는 에너지 저장 기술은 수소이다. 수소는 그 자체가 에너지원은 아니다. 수소를 만드는 데 전기 등 다른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수소를 만들어 보관하면 청정 에너지 저장 시설이 된다. 수소는 휘발유처럼 자동차 엔진에 주입해 연료로 쓸 수도 있고, 연료전지 방식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이도운기자 dawn@seoul.co.kr
2009-05-0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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