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바이러스 2009] 지적장애인 12년 수발 노숙인 무료식사 제공

[나눔 바이러스 2009] 지적장애인 12년 수발 노숙인 무료식사 제공

입력 2009-03-17 00:00
수정 2009-03-17 00:5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소외층 돌보는 사람들

“월 수입 2만원짜리 인생이지만 곁에 있는 가족들이 200명이나 있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합니다.”

충북 음성에 있는 ‘희망의 집’에서 올해로 12년째 중증 지적장애인들을 돌보고 있는 최영철(가명·54)씨는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라고 소개했다. 전자제품 수리기사 출신의 최씨는 1998년 1월 회사 동료의 소개로 희망의 집을 알게 됐다. 이후 생업이던 수리기사 일도 접고 ‘봉사원 최영철’로 거듭났다. 24시간 장애인들의 곁에 상주하면서 목욕과 빨래는 물론 전직을 살려 시설의 장비를 손보고 휠체어 수리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최씨는 나이 50살이 넘었지만 아직 미혼이다. 그래도 200명의 가족이 있어 외롭지 않다고 했다. 월수입이라고는 매달 정부에서 나오는 후생복지비 2만원이 전부지만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자랑했다.

인천시 동구 화수동에서 ‘민들레 국수집’을 운영하는 서영남(55)씨는 7년째 노숙인들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며 자활을 돕고 있다. 서씨는 1976년 22살의 나이에 수사(修士·수도회에 들어가 수도 생활을 하는 남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러나 가난한 이들 틈에 섞여 피부를 맞대며 살고 싶어 2000년 수도복을 벗고 사회로 나왔다. 이후 전국 교도소와 복지관을 돌며 재소자나 소년소녀가장 등을 위해 봉사활동을 했다.

그러다 2003년 전 재산 300만원을 털어 9.9㎡(약 3평) 넓이의 가게를 얻은 뒤 식탁 하나만 달랑 놓고 국수를 팔기 시작했다. 미국의 가톨릭 신자인 도로시데이(Dorothy Day)가 1930년대 세운 ‘환대의 집’을 본뜬 것이다. 서씨는 “가난한 자들을 위해 평생 헌신한 데이의 뜻을 잇고 싶어 식당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오달란 유대근기자 dallan@seoul.co.kr

2009-03-17 1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