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조지 박건형특파원│세종기지에서 만난 장순근(62) 박사는 ‘한국 남극연구의 개척자이자 산증인’이다. 지질학을 전공한 장 박사가 남극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85년. 한국해양소년단이 남극 탐험을 위해 당시 극지연구소가 소속돼 있던 해양연구원에 연구원 파견을 요청하면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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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킹조지섬을 탐사했던 장 박사는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남극연구소 설립을 추진하면서 87년 다시 킹조지섬을 찾았다. 이후 초대 월동대장을 비롯해 3차, 7차, 13차 등 총 4번의 월동대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정년퇴직했지만 올해도 명예직 연구위원으로 어김없이 남극을 찾았다. 기지 설립 이후 2004년을 제외하고는 한 해로 거르지 않았다. 그가 남극과 보낸 20년의 기록은 ‘남극탐험의 꿈’, ‘야! 가자 남극으로’ 등 그가 틈틈이 쓴 저서에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세종기지의 역사를 모두 지켜본 장 박사는 기지 위치에 대한 아쉬움을 먼저 얘기했다. 세종기지가 칠레 공항 및 다른 나라 기지와 분리된 섬에 있어 보트를 타야만 이동이 가능해 위험성이 다소 높다는 것이 장 박사의 설명이다.
킹조지섬에 있는 다른 나라 기지 대원들과의 우정은 그가 20여년 넘게 남극에서 지내며 얻은 가장 큰 선물이다. 장 박사는 “모두가 똑같이 극한 상황에 처해 있는 남극 대원들 사이에서는 국경이 없다.”면서 “중국이 중공이고,러시아가 소련이던 시절에도 우리는 기지를 놀러 다니며 즐겁게 지냈다.”고 기억했다.
2003년 고 전재규 대원의 사고를 비롯해 안타까운 기억도 많다. 고 전 대원은 당시 기지 앞바다에서 조난당한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가 고무보트 전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장 박사는 이어 91년 두 번째 월동대장으로 일하던 당시 친하게 지내던 러시아 대장의 죽음을 꼽았다. 장 박사는 “당시 우루과이 월동대장이 러시아 기지에 있는 수륙양용차를 구입하기 위해 시험운행을 해보던 중 운전미숙으로 러시아 대장을 치었다.”면서 “러시아는 그 다음해 월동대장도 귀국 중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등 유난히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장 박사는 남극의 매력으로 ‘미지의 세계’라는 점을 들었다. 그는 “세종기지 앞바다가 4번의 월동 중 3번 얼었는데 바다가 얼어서 생기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운동장은 일반인들이 보지 못하는 경이로움”이라며 “전 세계 20개국만이 갖고 있는 월동기지를 운영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2012년 대륙에 제2기지가 건설돼 진짜 남극다운 연구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 “나이가 있지만 대륙기지에서 월동을 꼭 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kitsch@seoul.co.kr
2009-01-0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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