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립 논란 장항갯벌 르포

매립 논란 장항갯벌 르포

류찬희 기자
입력 2006-12-18 00:00
수정 2006-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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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패류 사라진 374만평… 어민은 없었다

“갯벌은 살아있는 생명의 보고다. 겉으로 보이는 현상만 놓고 갯벌이 죽었다고 왜곡하지 마라.”“17년이나 기다렸다. 정치권은 더 이상 장항산단을 선거에 이용하지 말고 즉시 착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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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에 처박힌 폐선과 오랫동안 퇴적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는 김 양식 장대 흔적(위). 백부태(아래) 남전리 어민회장이 갯벌을 파고 있지만 조개는 보이지 않는다.
갯벌에 처박힌 폐선과 오랫동안 퇴적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는 김 양식 장대 흔적(위). 백부태(아래) 남전리 어민회장이 갯벌을 파고 있지만 조개는 보이지 않는다.
세계 5대 갯벌로 불리는 서해안 갯벌. 새만금에 이어 장항 앞바다에서 또다시 갯벌 매립 논쟁이 붙었다.

지난 14일 충남 서천군 마서면 금강 하구둑 앞에서는 지역 주민 3000여명이 모여 장항산단 즉시 착공을 외치며 대정부 투쟁을 벌였다. 이들은 트랙터 30여대를 끌고 나와 도로를 막고 장항 읍내를 돌며 가두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장항 읍내 주요 길거리에는 장항산단 조성 대정부투쟁위원회가 내건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자칫 갯벌 매립 찬반을 놓고 격렬한 싸움을 벌였던 ‘제2의 새만금 사태’가 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정부도 고민이다. 우선은 해양수산부의 갯벌 매립 의견이 나오면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보고를 받고 최종 결정을 지을 방침이다. 그러나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진통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폐선·퇴적물로 신음하는 갯벌

산업단지 조성 예정지인 서천군 마서면 남전리3구 앞 갯벌.10년 전까지만 해도 조개를 긁어모으던 곳이었다.70여 가구가 갯벌을 터전으로 조개를 캐어 자식 공부시키며 풍족하게 살았다.

하지만 지금 마을 앞 갯벌은 썰렁하고 황량하기만 하다. 조개를 캐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마을 가까운 곳의 갯벌은 기름띠가 떠다니고 악취가 심했다. 매립 예정지 갯벌 끝 아소래섬까지 걸어가 보았다. 여기저기 폐선이 방치돼 있고, 작은 고깃배 몇 척이 묶여 있을 뿐이다. 갯벌 가운데 장대가 꽂혀있는 것으로 보아 이 곳이 김 양식장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어른 키의 두세배는 됐을 법한 장대는 1m도 안돼 보인다. 마을과 아소래섬 사이에 있는 젖바위도 형태만 남아 있을 뿐이다. 주민 송하섭(50)씨는 “중학교때 젖바위에 기어올라 바다 낚시를 즐겼다.”며 “1m 이상 퇴적물이 쌓이면서 장대와 바위가 묻혀 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민 대부분은 이 퇴적물이 갯벌을 망치게 한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부른 ‘환경 재앙´

바다의 주인은 어민이다. 그런데 어민들의 뜻과는 반대로 바다는 메워졌다.17년 전 군장산단 조성 계획 당시 주민들은 대부분 반대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강행하면서 재앙은 시작됐다. 금강 하구둑 건설에 이어 군산·장항 앞바다를 막는 공사가 먼저 시작됐다. 군산쪽 482만평은 이 달말 매립공사가 끝나고 공단이 조성된다. 장항 쪽은 공단이 당초 2730만평에서 374만평으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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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군산 산단을 조성하기 위해 바닷물 흐름을 인위적으로 돌렸다. 금강하구둑(1.84㎞), 북측도류제(7.1㎞), 북방파제(3㎞)등을 차례로 건설했다. 어업보상도 마쳤다. 자유롭게 흐르던 바닷물이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에 부딪히면서 흐름이 바뀌고 퇴적물이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마을 어민회장인 백부태씨는 “갯벌이 죽어가는 1차 원인은 바닷물 흐름을 바꿔놓은 군산 앞바다 도류제와 방파제, 금강 하구둑”이라며 “갯벌이 겉으로는 멀쩡한 것 같지만 퇴적물이 쌓이면서 숨을 쉬지 못해 어패류가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여년까지는 마을 앞에서 조개를 캤는데 지금은 아소래섬 한참 밖에까지 나가서 조개를 캐고 있다.”고 말했다.

아소래섬 가까이 이르자 마을 앞에서는 보이지 않던 새들이 반겼다. 물이 빠지고 철새가 지나는 시기가 아니라서 그런지 갯벌은 조용했다. 그러나 육지에서는 갯벌 매립 찬반으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장항읍 장암리 방훈규 이장은 “갯벌은 살아있다. 하루 5만∼8만원씩 소득을 올리고 있다.”며 다른 주장을 폈다.

글 사진 장항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경제성 논란

장항 산단 조성을 놓고 갯벌의 경제성 논란도 거세다.

찬성쪽은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산단 조성밖에 없다고 말한다. 반면 환경단체는 갯벌을 보존하는 것이 지역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반박한다.

장항 산단 조성 대정부투쟁 비상대책위원회는 장항 국가산단이 조성되면 6만명의 고용효과와 17만명의 인구유입이 기대된다고 주장했다. 연간 2조 6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를 가져와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것이다. 산단 조성 찬성 주장의 이면에는 지역간 서운함도 배어있다. 당초 군장산업단지로 계획해놓고 군산쪽은 개발하면서 장항만 빼놓은 것은 지역 차별이라고 주장한다. 산단 조성 예정 갯벌은 선박 출입도 어렵고 더 이상 보존 가치가 없으니 예정대로 산업단지를 조성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서천환경연합은 진정으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갯벌을 손대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길욱 국장은 “정부가 당초 2001년까지 산단을 조성하겠다고 해놓고 면적을 줄이면서까지 사업을 연장한 것은 스스로 경제성이 없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남은 공사비는 8000억원 정도에 불과한데, 그나마 서울의 큰 기업들이 대부분 다 가져가고 지역에는 푼돈만 떨어진다.”며 “눈앞에 보이는 개발이익을 따라가면 천혜의 자연 생태계와 연간 3000억원에 이르는 어획고를 잃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갯벌 복원 가능한가

장항에는 갯벌 생사 여부를 놓고 말들이 많다.

산업단지를 조성하자는 쪽은 죽은 갯벌을 더 이상 붙들고 있지 말고 하루 빨리 공단을 조성하자고 주장한다. 군산 앞바다 시설물 때문에 갯벌을 살리는 길도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것이다.

이들은 조개가 살지 않는 것을 갯벌이 죽었다는 증거로 댄다. 설령 조개가 자리를 잡았다고 해도 커가면서 속살이 썩고 크지 못해 빈 껍데기만 남는다고 말한다. 주민들은 조개를 캐기 위해 먼 바다로 나가고 있으며, 매립 대상 갯벌에서는 양식과 어패류를 잡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나우찬 서천군발전협의회 회장은 “장항 산단 조성 예정지는 해마다 퇴적물이 30∼50㎝씩 쌓여 속으로는 썩고 있다.”며 “갯벌을 복원하려면 금강하구둑과 군산 앞바다 북측 도류제, 북방파제를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환경단체는 갯벌이 죽었다는 주장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손을 젓는다. 갯벌 자체가 오염원을 걸러내는 필터링 역할을 하는데 냄새나고 색깔이 변했다고 죽었다고 치부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여길욱 서천환경연합사무국장은 “갯벌은 한 평도 매립해선 안된다. 갯벌은 새 생명이 잉태하는 어머니 자궁과 같은 생명의 보고”라며 매립을 절대 반대했다.

여 국장은 “갯벌의 얼굴은 모두 다르다.”며 “겉으로 보아 어패류가 없다고 죽은 갯벌이 아니며, 밑에는 미생물과 갯지렁이 등 생태계의 보물들이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항 갯벌의 면적이 얼마 안된다고 매립해도 된다는 주장은 자신만 살고 후손은 멸망해도 된다는 것과 다를바 없다.”고 말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장항산업단지 추진 일정

89. 8월 국가산업단지지정

90. 1월 1단계 기본계획 확정

90. 5월 사업시행자지정(토지공사)

94. 4월 어업보상 시작

99. 7월 3진입로 완공

04. 7월 교통·환경영향평가 공람

05. 5월 계획변경, 면적 축소

05. 9월 호안도로공사 시공사 선정

서울시의회, 에너지산업발전 유공자 의장 표창 수여

김규남 서울시의회 의원(에너지전략특별위원장·송파1)은 에너지 산업 발전과 공익 증진에 기여한 유공자에게 서울시의회 의장 표창을 수여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표창은 에너지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기 위한 것으로, 에너지 산업 분야 종사 전문가와 연구기관 종사자 등 전국 40여 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에너지경제연구원 김기웅 팀장을 비롯한 소속 수상자들은 에너지 산업 전반에 대한 정책 연구와 분석을 수행하고, 대외협력 강화를 통해 에너지 산업 발전과 공익 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또 한국수력원자력(주) 박범신 실장 등 에너지 산업 분야 종사 전문가들은 각 에너지 분야에서 오랜 기간 각자 자리에서 전문성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국가 에너지 안정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날 표창 수여식에서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은 “에너지 산업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핵심 분야”라며 “현장과 연구 분야에서 전문성과 책임감으로 에너지산업 발전에 기여해 온 유공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한편, 서울시의회 의장은 서울특별시장과 같이 1000만 서울시민을 대표하는 장관급 대우를 받는 선출직 공직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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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2월 해수부·환경부 의견 수렴 후 정책 방향 결정 예정
2006-12-1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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