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가본 동해선] 늙은 누이도 들으리 60년만의 기적소리

[미리가본 동해선] 늙은 누이도 들으리 60년만의 기적소리

이호정 기자
입력 2006-01-17 00:00
수정 2006-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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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선 도로 및 철도복원 공사의 완공이 눈앞에 다가왔다. 지난 2002년9월 온 국민의 관심 속에 동해안 북부 비무장지대에서 작업이 시작된 지 3년4개월 만이다. 끊겼던 도로와 철로가 연결되면 남북교류도 올해부터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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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선은 1937년 개통됐지만 분단으로 60년 동안 운행이 허락되지 않은 비운의 철로. 남북이 끊어진 길을 서로 잇기로 약속했던 시한에 맞춰서 최근 기자가 찾아간 곳은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의 공사현장. 경의선 도라산역과 더불어 현재 남북으로 이어진 남쪽 최북단 기차역이다. 우렁찬 공사장 기계음이나 덤프트럭의 분주한 움직임은 없었다. 대신 인부들이 차분하게 보도블록을 깔거나 설치가 끝난 부스 등의 비닐 포장을 뜯어 내고 있었다. 한눈에 공사가 마무리되고 있음을 알수 있었다.

열차 시험운행에 이어 철도가 정식 개통되면 열차를 이용한 금강산 관광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꿈은 이루어진다던가. 섬 아닌 섬나라에서 다시 대륙으로 연결되는 느낌이다. 철길 바로 옆에는 금강산으로 가는 길이 새로 생겼다. 지난 세월 임시 비포장 도로(04년 12월까지)

-본도로(04년 12월 이후)-도로확장으로 바뀌어져 온 연결도로의 모습이 마치 통일의 시대로 점차 다가가고 있는 듯하다. 포장된 도로에서는 청소와 주변 조경작업이 한창이다. 새로 지어진 톨게이트의 외벽을 산뜻한 색으로 칠하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도 밝다. 톨게이트로부터 새길을 따라 걷다 보니 웅장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새로운 남북출입국관리소(CIQ)다. 금강산을 왕래하는 관광객이나 행사단, 이산가족들이 비좁은 조립식 시설에서 겪었던 그동안의 불편이 말끔히 해소될 것이라는 공사관계자의 설명이다.

조용하지만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다.

동해선 철도는 해상교통을 대신한 남북간 교역의 대체수단으로, 한반도 종단철도로 동북아 육상물류 거점으로 발돋움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장을 찾은 기자도 빌었다. 동해선으로 그동안 막혔던 민족의 뜨거운 피와 겨레의 따뜻한 정이 흐르며 공동번영의 역사가 이어지게 해달라고.

역사의 시계바늘이 다시 새롭게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남북의 부모 형제들이 손을 흔들며 기차와 버스를 타고 오가는 환영(幻影)이 렌즈 이면에 비친다. 카메라를 든 손끝이 떨리고 맥박이 빨라진다.

동해선이 민족의 동질감을 회복하는 ‘거꾸로 가는 시계’의 출발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모두 동해선을 타고 ‘분단 60년’의 시간을 되돌아가보자.

군사분계선을 가로지르는 동해선 도로로 금강산으로 가는 버스행렬이 꼬리를 물고 북쪽으로 가고 있다. 바로 옆에 나란히 뻗어 있는 철길이 개통을 기다리고 있는 동해선 철도.
군사분계선을 가로지르는 동해선 도로로 금강산으로 가는 버스행렬이 꼬리를 물고 북쪽으로 가고 있다. 바로 옆에 나란히 뻗어 있는 철길이 개통을 기다리고 있는 동해선 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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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9월18일 거행된 역사적인 동해선 복원 연결 기공식 장면.
지난 2002년 9월18일 거행된 역사적인 동해선 복원 연결 기공식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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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군사분계선 바로 앞까지 철도 연결공사를 하고 있던 모습.
작년 여름, 군사분계선 바로 앞까지 철도 연결공사를 하고 있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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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통을 기다리며 마무리작업을 하고 있는 동해선 남측 최북단 기차역인 제진역사.
개통을 기다리며 마무리작업을 하고 있는 동해선 남측 최북단 기차역인 제진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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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선 확장도로의 남북 관문인 톨게이트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뒤로 금강산 자락이 병풍처럼 펼쳐져 보인다.
동해선 확장도로의 남북 관문인 톨게이트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뒤로 금강산 자락이 병풍처럼 펼쳐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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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된 출입국관리소(CIQ)의 웅장한 내부 모습.
신축된 출입국관리소(CIQ)의 웅장한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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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선을 따라 철길을 가다 보면 먹이 사냥을 하는 가마우지나 청둥오리 같은 새들이 오가는 이들을 반긴다.
해안선을 따라 철길을 가다 보면 먹이 사냥을 하는 가마우지나 청둥오리 같은 새들이 오가는 이들을 반긴다.


글 사진 이호정 기자 hojeong@seoul.co.kr
2006-01-1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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