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사랑과 꿈을 향해 달리는 ‘우리는 하나’

[제4회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사랑과 꿈을 향해 달리는 ‘우리는 하나’

입력 2005-05-23 00:00
수정 2005-05-23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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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길 위를 달리는 사람들, 우리는 한마음입니다.”

22일 열린 제4회 서울신문 하프마라톤에서 1만여명의 참가자들은 짙어 가는 5월의 녹음을 만끽하며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 주변 숲길을 힘차게 달렸다. 가볍게 떨어지는 빗방울은 참가자들의 어깨를 한결 가볍고 상쾌하게 해주었다.

유모차 앞세우고 뛰기도

마라톤에 참가한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함께 그리고 끝까지’라는 마음은 모두 하나였다.‘독도는 우리땅’ 노랫말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가족과 함께 참가한 노병철(46)씨는 “휴일에 온 가족이 달릴 수 있어 어느 때보다 즐거운 시간이었다.”면서 딸 은지(6)양의 손을 꼬옥 잡아 보였다. 지난 3년간 마라톤 대회에 30번 이상 참가했다는 구윤자(34)씨는 유모차를 앞세우고 출발선에 섰다. 하지만 아들 홍성효(2)군이 유모차를 거부하고 직접 뛰겠다고 나서는 통에 주변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장애·국경 잊은 ‘우리는 한 가족’

인천의 정신지체 장애인시설인 예림원 식구 8명은 단 한 명도 낙오하지 않고 완주했다.5㎞ 코스를 뛴 변일매(36)씨는 숨이 턱에 차오르면서도 얼굴에는 완주의 행복감이 가득했다. 감전사고로 두 팔을 잃은 김황태(30)씨는 이날 페이스 메이커로 함께 호흡했다. 한 달에 250㎞를 달린다는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돼 기쁘다.”라며 자랑스러워했다.

가족, 동료와 함께 대회에 참가한 외국인도 여럿 눈에 띄었다.10㎞ 코스에서 49분50초를 기록해 외국인 1위를 차지한 케일 하딩(31)은 “동료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응원해 줘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라며 기뻐했다.

강바람 맞으며…
강바람 맞으며… 강바람 맞으며…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성산대교 아래 한강변을 달려가고 있는 마라토너들.


달린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달린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달린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정신지체 장애인 시설인 예림원 원생이 도우미들의 손을 잡고 힘차게 달리고 있다.


불굴의 마라토너
불굴의 마라토너 불굴의 마라토너
감전사고로 두 팔을 잃고도 마라톤에 참가해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한 김황태씨와 부인 김진희씨.


“아들아 힘내렴”
“아들아 힘내렴” “아들아 힘내렴”
급수대에서 한 아버지가 아들이 행여 탈이라도 날까 걱정스러운 듯 물 적신 스펀지로 열을 식혀 주고 있다.


아빠는 언제쯤
아빠는 언제쯤 아빠는 언제쯤
완주자들이 속속 들어오는 시간. 응원 나온 가족과 친구들이 결승선 옆에서 아직 도착하지 않은 선수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꽃길 사이로
꽃길 사이로 꽃길 사이로
상암 월드컵 공원의 꽃밭 옆 마라톤 코스를 달려가고 있는 마라토너들.


영광의 얼굴들
영광의 얼굴들 영광의 얼굴들
하프코스 남녀부문 입상자들이 서울신문 채수삼 (뒷줄 왼쪽에서 두번째)사장과 시상대에 올라 트로피와 꽃다발을 들고 있다.


아름답고 편안한 코스 “내년에 또 출전”

올해로 4회째인 서울신문 마라톤은 아름다운 코스로 참가자들을 매료시켰다. 두 돌 된 딸과 참가한 단상우(33)·이정희(33)씨 부부는 “영원한 추억으로 남기고 싶다.”라면서 달리는 내내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했다. 앤비 버킹험(35)은 “한국에 온 지 1년6개월 만에 아름다운 월드컵 공원을 둘러봐 즐겁다.”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하루에 13시간씩 식당 주방일을 하면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마라톤 연습을 한 끝에 5㎞ 코스 여자 2위를 차지한 윤명숙(52)씨는 “공기도 좋고 코스도 괜찮아 달리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면서 “내년에 또 참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어린이 세상, 키즈 마라톤

마라톤은 더 이상 어른들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올해 신설된 키즈 러닝에 참가한 280여명 모두 어른 못지않게 뜨거운 경쟁을 펼쳤다. 엄마, 아빠 없이 혼자서 달려야 한다는 두려움보다는 자신감이 앞서 보였다. 태어나서 처음 마라톤에 참가했다는 함성준(6)군은 ‘물 만난 고기’처럼 2.5㎞ 코스를 가볍게 끝냈다. 경기 내내 ‘성준아 천천히 가.’를 외치던 어머니 조희영(32)씨는 “선두에서 아이를 지켜보려고 했던 내 자신이 무색해졌다.”라면서 “아이들끼리 달리게 하니 안전해서 참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장원영(41)씨는 아들 우진(13)·성진(10)군의 첫 완주를 위해 자신의 10㎞ 경기 출발을 늦췄다. 장씨는 “아이들끼리 뛸 기회가 있어서 서울신문 대회를 선택했다.”면서 “어른뿐 아니라 마라톤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은 만큼 의미있는 경기였다.”라고 말했다.

“레이스 조건 최적”

하프코스 남자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김광연(38·인천시 계양구)씨는 “코스에 언덕이 없어서 생각보다 수월하게 레이스를 할 수 있었고, 날씨도 선선한 가운데 가랑비가 내려 좋은 기록이 나온 것 같다.”라고 이날 레이스 조건에 대해 만족해했다.

나길회 이효연 김준석기자 kkirina@seoul.co.kr

‘마라톤 패밀리’ 임성빈씨 가족

“마라톤으로 건강 되찾고 가족사랑도 덤으로 얻었죠.” 7년간 마라톤으로 체중을 14㎏ 뺀 임성빈(41·LG전자 근무)씨는 22일 서울신문 하프마라톤에 두 아들 준혁(11·인천 신대초)·찬혁(8·신대초)군과 나란히 참가해 많은 사람의 부러움을 샀다. 아내 김성희(35)씨도 든든한 후원자로 대회에 동행해 가족 사랑을 과시했다.

임씨는 1994년 결혼 이후 몸무게가 꾸준히 늘었다고 한다.176㎝ 키에 몸무게가 89㎏까지 불자 예전부터 앓고 있던 비염이 악화됐다. 의사는 수술로는 완치하기 어려우니 운동을 하라고 권했다. 지긋지긋한 비염이 차츰 호전돼 갔다.

자신이 붙은 임씨는 지난해 처음으로 서울신문 마라톤 하프코스에 도전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17㎞ 지점부터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 달릴 수가 없었다. 완주에는 성공했지만 기록은 2시간41분. 완주자 가운데 꼴찌에서 세 번째였다. 지난 1년간 꾸준히 연습해 올해에는 1시간56분에 완주, 종전기록을 45분이나 앞당겼다. 준혁·찬혁군은 올해 새로 생긴 2.5㎞ ‘키즈(어린이)코스’에 참가했다. 준혁군은 그동안 교내 달리기 대회에서 꾸준히 입상해온 실력파.“매일 밤 달리기하는 아빠를 보고 나도 달리기를 좋아하게 됐다.”면서 “이번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아빠가 용기를 주셔서 기쁘다.”라고 말했다. 준혁군은 이날 4위로 골인, 성적으로만 놓고 보면 아빠보다 한 수 위였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최고령·최연소 참가자

5㎞를 완주한 대회 최고령 참가자 이규훈(79·경기도 안양)옹은 결승점을 넘자마자 아내 윤을호(72)씨에게 달려갔다. 기록은 30분대로 한참 늦었지만 표정만큼은 1등 못지않게 밝았다.

1995년 건강관리를 위해 시작한 마라톤이 팔순을 앞둔 지금은 생활의 일부분이 됐다.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안양천변 시민운동 코스를 돈다.

“지금까지는 주로 10㎞를 뛰었는데 요즘엔 애들이 나이 많다고 5㎞만 뛰래.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10㎞에 도전하고 싶어.”

대회 최연소 참가자인 유희훈(5)군도 많은 참가자들의 박수와 격려를 받았다. 유군은 5㎞ 코스를 아버지 유수동(38)씨와 완주했다. 어린 나이 때문에 다른 참가자들보다 기록은 뛰어나지 않았지만 성인들과 함께 어깨를 맞대고 힘차게 달렸다는 데 큰 보람을 느끼는 듯했다.

유군은 전국의 지역축제 마라톤대회에 자주 참가하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세살 때 마라톤에 입문했다. 지금까지 크고 작은 각종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게 10여 차례. 유군은 “마라톤을 마치고 들어올 때 많은 아저씨들이 환영을 해주면 기분이 좋아져요.”라면서 다음에는 혼자서 5㎞를 완주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버지 유씨는 “언제부턴가 마라톤 대회가 있으면 아들이 먼저 알고 같이 나가자고 졸라댄다.”라고 말했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늠름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아버지 품으로 파고들며 부끄러워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사진 특별취재반 이언탁 도준석 정연호기자
2005-05-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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