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취업자 안전관리 허술] 예순넘긴 ‘황혼취업’…산재 무방비

[고령 취업자 안전관리 허술] 예순넘긴 ‘황혼취업’…산재 무방비

입력 2004-11-23 00:00
수정 2004-11-23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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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산업사회와 고령화사회 도래에 따른 근로자의 건강관리가 노동시장의 새로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가 선진국에 비해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산업현장 고령근로자의 안전과 건강, 복지 등의 문제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따라 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산업안전공단은 미래사회에서의 효율적인 근로자 건강관리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모색에 나서고 있다.

고령 취업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작업장에서의 안전교육 강화 등 재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사진은 지난해 종로 경운동 노인복지센터에서 개최된 ‘고령자 취업 박람회’에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나온 노인들이 채용설명회를 듣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고령 취업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작업장에서의 안전교육 강화 등 재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사진은 지난해 종로 경운동 노인복지센터에서 개최된 ‘고령자 취업 박람회’에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나온 노인들이 채용설명회를 듣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작업전 안전교육 제대로 했으면”

제조업체 간부로 일하다 정년퇴직 후 택시기사로 취업한 김형근(63·인천시 서구 가좌동)씨는 2002년 3월 뇌경색으로 쓰러져 지금까지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 실어증에 반신마비로 그 동안 모아놓은 전재산을 병원치료비로 모두 날려버렸다.

가족들은 산업재해 보상 신청을 했지만 1심에서 패소판정을 받고 2심을 준비중이다.

김씨의 가족은 “언제 나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병원비를 감당할 길이 없다.”면서 “택시회사나 국가차원에서 보상이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울먹였다.

정년퇴직 후 재취업한 박주욱(62·서울시 구로구 독산동)씨. 일할 수 있는 나이에 집안에 틀어박혀 있기 따분해 올해 봄부터 건설회사 일용직원으로 취직했다. 박씨는 타일 붙이는 작업을 보조하다 발판을 잘못디뎌 떨어지는 바람에 척추를 다쳤다.

박씨는 “몇 푼 벌려다 병을 얻어 병원비만 축내고 있다.”면서 “나이든 사람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전교육 등이 있었더라면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처럼 고령자 취업이 늘면서 직업관련 각종질환과 안전사고 등 산업재해가 급증하고 있다.

●고령화 가속, 증가하는 산업재해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2%를 넘어서면서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2019년에는 이 비율이 14.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고령사회로의 전환은 미국·일본·프랑스 등 선진국들보다 급속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고령화 현상은 노동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돼 50세 이상의 고령자와 준고령자 취업인구는 지난 1999년 469만 4000명에서 지난해에는 531만 6000명으로 62만명이나 늘어났다. 이같은 증가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노동현장의 고령화는 산업재해의 급증을 초래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 50세 이상 고령근로자의 산업재해는 1999년 1만 2970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2만 8527명으로 4년 만에 120%(1만 5557명)나 증가됐다.

이는 30세 미만 근로자의 산업재해가 점차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고령근로자의 안전, 건강에 대한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령근로자 직업병 판정기준 모호

나이든 근로자들에게 가장 빈번하게 발생되는 질환은 뇌·심혈관계질환 및 근골격계질환이다.

단순반복작업, 중량물 취급작업, 직무스트레스 증가 등이 주 원인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뇌혈관 질환에 대한 산업재해 판정기준이 애매모호하다.

방사선보건연구원 김수근 책임연구원은 “법원이 업무상 과로가 뇌심혈관계 질환에 미치는 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일관성있는 기준보다는 주관적 판단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뇌심혈관 질환의 위험요인을 관리하기 위한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건강증진 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나이든 미숙련 노동자들의 취업이 늘면서 재해율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사용자들이 공사현장 안전관리에 대한 투자를 높이고 고령 노동자에 대한 안전교육 등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진상 최용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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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r@seoul.co.kr
2004-11-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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