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살인 혐의 인정, 계획범죄 가능성 등 수사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과 신상 공개 검토
경찰청장 직무대행 “피해자 보호조치 직접 신청”
대전경찰청 전경. 서울신문 DB
경찰이 스토킹 피해를 신고했던 여성을 살해하고 달아났던 40대 남성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대전 중부경찰서는 26일 전 연인을 살해한 A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4일 대전 중구 B씨 자택에서 말다툼을 벌이던 중 목을 졸라 살해하고 도주했다. 당일 오후 1시 49분쯤 귀가한 아들이 B씨를 발견해 신고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사건 발생 약 18시간 만인 25일 오전 7시 40분쯤 강원도 강릉에서 A씨를 체포했다.
그는 체포된 후 “잘못했다. 죽고 싶다”고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B씨와 연인 사이”라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휴대전화에서 유심칩을 빼는 등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도주 행각을 벌였고 범행 후 택시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이동했다 월미로, 다시 강릉으로 이동한 점을 들어 ‘계획범죄’ 가능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살해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포렌식 등을 실시하고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한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법과 절차에 따라 요건 충족 여부 등을 검토해 신상 공개도 결정하기로 했다.
A씨는 앞서 스토킹으로 신고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10일 B씨는 A씨가 전화·문자 등 연락을 하며 스토킹한다며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A씨에게 접근과 전화·문자 등 연락을 제한하는 긴급응급조치 1·2호를 내렸고, B씨에게 스마트 워치를 지급했다. 그러나 20여 일 뒤인 11월 3일 B씨가 경찰서를 찾아 A씨와 화해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고 스마트워치를 반납했다. 같은 해 12월 27일 A씨와 B씨가 다퉜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지만 B씨가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사소한 말다툼 중에 잘못 눌렸다”고 진술하면서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B씨는 약 10개월 만에 A씨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교체 폭력 이미지. 서울신문 DB
최근 살인 범죄 5건 중 1건이 교제 폭력·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가 선행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초기부터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올해 9월까지 살인 범죄 2760건 중 543건(19.7%)에서 살인 이전 동일 가해자에 의한 가정폭력·교제 폭력·스토킹·성폭력 등의 선행 범죄가 확인됐다. 지난 12일 제주에서 60대 남성이 스토킹과 성폭력 등을 신고했던 여성을 살해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관계성 범죄는 가해자와의 관계 때문에 피해자가 제대로 신고하지 않거나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검사 영장 청구를 거치지 않고 경찰이 법원에 직접 피해자 잠정 보호조치를 신청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전여민회는 “지난해 7월 대전 서구에서 과거 교제했던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다시 스토킹 신고 이력이 있는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면서 “스토킹과 교제 폭력은 단순 사적 갈등이나 개인 간의 다툼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통제와 집착, 위협이 심각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인권침해이자 범죄”라고 강조했다.
세줄 요약
- 전 연인 살해 40대에 구속영장 신청
- 체포 뒤 연인 관계·우발 범행 주장
- 스토킹 신고 이력과 보호조치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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