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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탈선 사고 났는데 알리지도 않았다…코레일 늑장 대응에 시민들 분통

[단독] 탈선 사고 났는데 알리지도 않았다…코레일 늑장 대응에 시민들 분통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2-11-07 12:21
업데이트 2022-11-0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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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호 탈선 사고에 코레일 미흡한 대응 논란

오송역, 기다리다 지친 승객 항의 전까지
사고 발생 후 1시간 가까이 사고 안내 없어
출퇴근길 승객들 큰 불편…“상식 이하 서비스”
코레일 올해 8월까지 탈선 사고만 10건
지난 한해 건수보다 많아…피해액 17억
원희룡 “코레일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바꿔야”
‘무궁화호 열차 탈선’ 계속되는 복구 작업
‘무궁화호 열차 탈선’ 계속되는 복구 작업 무궁화호 열차 탈선사고가 발생한 서울 영등포역 인근 철로에서 7일 오전 코레일 긴급 복구반원들이 사고 열차를 크레인으로 옮기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6일 오후 8시 15분 용산발 익산행 열차가 영등포역으로 진입하던 중 선로를 이탈했다.
이 사고로 KTX 등 열차의 운행이 취소되거나 지연 운행되고 있다. 2022.11.7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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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역 부근에서 무궁화호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한 6일 밤 서울 영등포역에서 관계자들이 탈선 열차 승객들에게 교통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오후 8시 15분 용산발 익산행 열차가 영등포역으로 진입하던 중 선로를 이탈했다. 2022.11.6 뉴스1
서울 영등포역 부근에서 무궁화호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한 6일 밤 서울 영등포역에서 관계자들이 탈선 열차 승객들에게 교통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오후 8시 15분 용산발 익산행 열차가 영등포역으로 진입하던 중 선로를 이탈했다. 2022.11.6
뉴스1
“탈선 사고가 났는데 알리지도 않고 코레일 뭐하는 겁니까!”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직원의 작업 중 사망사고에 이어 전날 밤 무궁화호 탈선까지 발생해 승객 34명이 부상을 입은 가운데 코레일이 사고가 났음에도 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에게 제때 알리지 않는 등 늑장 대응으로 일관해 시민들이 분통이 터뜨렸다. 사고난 시각이 일요일 저녁이라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출근에 대비하던 승객들은 밤 늦은 시각 다른 차편을 구하기 위해 뒤늦게 되돌아가거나 무한 대기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코레일은 전날 사고가 이미 발생했는데도 기다리다 지친 승객들이 항의하기 전까지 사고 안내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철도운송분야 독점 공기업으로서 미숙한 안전 대응과 상식 이하의 서비스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오후 8시 52분 탈선사고 났는데
1시간 다 되도록 사고 고지 전혀 없어”

7일 복수의 열차 승객들에 따르면 6일 오후 8시 52분쯤 서울 영등포역 인근에서 승객 279명이 탄 무궁화호 열차가 진입하던 중 탈선해 KTX를 포함한 82개 열차가 20분에서 최장 3시간가량 지연 운행됐다. 이 사고로 34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가 난 시각 공무원 A씨는 다음날 업무에 대비해 서울행 기차를 타려고 오송역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A씨의 열차는 오후 9시 44분으로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A씨는 이미 사고가 발생한 지 8분 뒤인 오후 9시 오송역에 도착했지만 코레일톡 앱과 역내에서는 전혀 사고에 대한 안내가 없었다고 전했다.

A씨는 “사고나고 나서 오후 9시쯤 역에 도착해 있었는데 사고에 대한 고지가 전혀 없었다”면서 “이후 열차를 타려고 9시 30분쯤 앱을 확인하니 8분 지연으로 안내가 떴다”고 말했다. A씨는 8분 정도 지연이면 기다렸다가 열차를 타야겠다는 생각으로 기다렸다고 했다. 실제 코레일 사규상 지연배상금은 20분부터 지급되기 때문에 19분까지는 지연에 따른 어떤 배상도 받을 수 없다.

A씨는 사고가 난 지 1시간이 다 된 오후 9시 50분까지도 역내에서는 사고에 관한 어떤 안내도 없었다고 밝혔다.
탈선 열차 깨진 유리창
탈선 열차 깨진 유리창 서울역을 출발해 부산역으로 가던 KTX-산천 열차가 충북 영동터널 부근에서 탈선해 승객 7명이 다쳤다.
5일 한국철도(코레일)와 충북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58분께 KTX-산천 제23 열차가 영동역∼김천구미역 사이 영동터널을 지난 뒤 객차 1량(4호차)이 궤도를 이탈했다. 사진은 탈선 사고로 열차 객실 유리창이 깨진 모습. 2022.1.5.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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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호 열차 탈선사고가 발생한 서울 영등포역 부근 철로에서 7일 새벽 코레일 직원들이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오후 8시 15분 용산발 익산행 열차가 영등포역으로 진입하던 중 선로를 이탈했다. 2022.11.7 연합뉴스
무궁화호 열차 탈선사고가 발생한 서울 영등포역 부근 철로에서 7일 새벽 코레일 직원들이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오후 8시 15분 용산발 익산행 열차가 영등포역으로 진입하던 중 선로를 이탈했다. 2022.11.7
연합뉴스
“독점 공기업, 코레일 승객들이 우습나!”

역내 전광판으로 지연 알림 시각만 고지됐을 뿐 사고가 났으니 다른 차편을 알아보라는 등 지연 이유나 차후 승객들의 대응에 대한 역내 사후 고지 시스템은 일절 작동하지 않았다.

이후 8분 지연은 18분 지연으로 변경됐고 지연 시간은 점점 늘어났다.

한 시간 가까이 기다리다 지친 승객들이 “열차가 오기는 하느냐. 기다리면 탈 수는 있느냐. 왜 열차가 오지 않느냐”고 항의를 하자 그제서야 역무원은 “탈선 사고가 나서 다른 차편을 이용하는 게 빠를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사고가 나서 오늘 내에 수습이 안 될 것 같으니 다른 대체 수단으로 강구해라’고 해야 공지 아니냐”면서 “플랫폼 전광판에 8분 지연으로만 띄우면 승객들이 어떤 상황인 줄 알고 판단을 할 수 있었겠느냐. 코레일이 승객들을 우습게 여기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다른 승객 B씨는 “코레일에서 한참 후에 다른 차편을 알아보라고 한 이후 급하게 고속버스를 알아봤지만 다음날이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라 7일 아침 버스들은 전부 매진 상태였고 밤늦은 시각 고속버스를 구해 서울에 도착한다고 해도 이미 대중교통 수단이 끊긴 시각이라 이동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철도 독점 공기업인 코레일이 적자가 날 때는 국민 혈세로 지원 받으면서 정작 문제가 터졌을 때는 안이하기 그지 없고 불량 서비스로 기다리는 승객들을 바보 만들고 오도가도 못하게 발마저 묶었다”고 비판했다.
“세종 공무원들 지각 대란각”
“세종 공무원들 지각 대란각” 6일 오후 8시 52분 발생한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 사고로 출근길 발이 묶인 시민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실시간으로 상황을 올리고 있다. 코레일은 사고 이후 지연 안내 서비스 미흡 등으로 이용 승객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페이스북 캡처
●“세종 공무원들 지각 대란각”
광명~영등포역 운행중지 줄지연

이날 오전에도 사고 수습을 마치지 못한 탓에 아침 출근길 승객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코레일에 따르면 오전 9시 6분 목포에서 용산으로 가는 상행선 열차가 50분 이상 지연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는 사고 여파로 열차 운행중지에 따른 지연으로 발을 구르는 시민들의 글들이 이어졌다.

네티즌 C씨는 “영등포 탈선 사고로 아수라장이다. 오늘 세종 공무원들 지각 대란각”이라면서 “영등포-광명역 셔틀 전철은 운행을 안하고 택시도 안 잡히고 광명역에서 오전 7시 27분에 출발해야 할 기차가 오후 8시 55분에 출발했다”고 전했다. 지연 시각이 무려 1시간 30분 가까이 걸린 셈이다.

코레일 측은 서울신문과 전화통화에서 “전날 지연은 많이 됐지만 대부분 서울로 다 도착했고 오늘 오전에 많이 막힌 곳은 53분 정도 지연됐고 대체로 2~3분 정도 지연된 걸로 나온다”면서 “오후 4시 정상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이날 앱을 통해 영등포역 무궁화호 궤도 이탈 사고 조치 관계로 광명~영등포역간 셔틀전동열차 운행이 중단됐으며 용산역, 영등포역은 사고 복구 완료시까지 미정차하기 때문에 서울역이나 광명역 고속열차(KTX를) 이용해 달라고 안내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열차 이용에 불편을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리며, 빠른 복구와 안전한 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열차 운행이 중지 또는 지연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사전에 코레일톡이나 고객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상황을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탈선사고 원인은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조사할 예정이다.
무궁화호 탈선사고로 인한 조치를 코레일톡 앱으로 알린 코레일의 열차운행조정 안내문. 코레일톡 캡처
무궁화호 탈선사고로 인한 조치를 코레일톡 앱으로 알린 코레일의 열차운행조정 안내문. 코레일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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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역 부근에서 무궁화호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한 6일 밤 서울 영등포역 대합실에서 119 구급대원들이 부상자를 이송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오후 8시 15분 용산발 익산행 열차가 영등포역으로 진입하던 중 선로를 이탈했다. 2022.11.6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역 부근에서 무궁화호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한 6일 밤 서울 영등포역 대합실에서 119 구급대원들이 부상자를 이송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오후 8시 15분 용산발 익산행 열차가 영등포역으로 진입하던 중 선로를 이탈했다. 2022.11.6
연합뉴스
●지연운행 60분 이상 전년비 128%↑
20분 미만 지연은 보상규정에도 없어

올해 들어 코레일은 탈선 사고만 10건이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제출 받은 ‘열차 탈선 사고 현황’에 따르면 탈선사고는 올해 8월까지 10건이 발생했으며 피해 금액은 17만 3800만원에 달한다.

최근 5년간 코레일 관할 노선의 탈선사고는 2018년 2건, 2019년 5건, 2020년 2건에서 지난해 9건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이미 8월까지 10건으로 이미 지난해 수치를 뛰어넘었다.

탈선사고 피해 규모도 2018년 1억 3700만원, 2019년 5억 5400만원, 2020년 1억 6200만원, 2021년 4억 9200만원에서 올해 들어 17억 3800만원으로 피해액도 껑충 뛰었다. 이는 지난 1월 대형 탈선사고인 경부선 KTX 사고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정상운행 재개까지 하루가 걸린 사고로 고속철도의 연쇄 지연이 발생했었다.

코레일 제출한 지연시간별 지연운행 횟수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TX의 60분 이상 지연 운행은 총 105회로 전년 46회보다 128.3% 증가했다. 이는 최근 5년 이래 최대치다.

KTX 지연운행 배상금도 대폭 늘었다. 지난 7월까지 집계된 지연운행 배상금은 13억 9000만원으로 지난해 전체 8억 600만원보다 두 배나 늘었다. 더욱이 지연 시간 20분 미만은 보상조차 하지 않아 집계되지 않고 열차 지연에 따라 시간적, 비용적 손해를 열차 이용 시민들의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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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호 탈선 여파…혼잡한 출근길
무궁화호 탈선 여파…혼잡한 출근길 무궁화호 탈선사고로 1호선 열차운행이 중지되거나 운행구간이 변경된 7일 오전 서울 경의중앙선 서울역이 출근하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2022.11.7.
연합뉴스
영등포역 탈선 사고현장…서행운행 하는 KTX
영등포역 탈선 사고현장…서행운행 하는 KTX 7일 오전 무궁화호 열차 탈선사고가 발생한 서울 영등포역 탈선 사고현장 옆을 KTX 열차가 서행운행 하고 있다. 2022.11.7 연합뉴스
●원희룡 “승객 불편화 최소화에 만전”
사우디아라비아 출장 중인 코레일 감독관리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은 무궁화호 열차가 운행 중 궤도를 이탈한 사고에 대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코레일은 이제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고 격노했다.

원 장관은 “승객 불편 최소화를 위해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고 국토부는 전했다.

국토부는 철도안전정책관, 철도안전감독관, 철도경찰과 사고조사반을 현장에 투입함과 동시에 철도재난상황반을 구성해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명소 국토부 2차관은 전날 오후 11시 20분 대전 코레일 본사에서 국토부, 코레일이 참여하는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코레일로부터 사고 현황과 대책에서 “최대한 모든 장비를 동원해 사고 복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작업자 안전에도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원 장관은 이달 3일 철도안전 비상대책 회의까지 열고 철도 안전 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이후 잇따라 코레일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이달 5일 오후 8시 20분쯤에는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에서 차량 정리 작업 중이던 코레일 직원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2022년 상반기 신입사원 필기시험에서 엉뚱한 시험지를 배부해 논란을 빚었던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한 달 만인 내달 18일 재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서울신문 DB
2022년 상반기 신입사원 필기시험에서 엉뚱한 시험지를 배부해 논란을 빚었던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한 달 만인 내달 18일 재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서울신문 DB
세종 강주리 기자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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