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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글로벌인가 코리아인가…앰버서더 자존심 가르는 호칭의 전말 [명품톡+]

아이유, 글로벌인가 코리아인가…앰버서더 자존심 가르는 호칭의 전말 [명품톡+]

강민혜 기자
입력 2022-06-01 11:15
업데이트 2022-06-0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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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에서 국내 브랜드 엔조최재훈의 드레스를 입은 아이유(왼쪽), 구찌 드레스를 입은 아이유(오른쪽).
칸 영화제에서 국내 브랜드 엔조최재훈의 드레스를 입은 아이유(왼쪽), 구찌 드레스를 입은 아이유(오른쪽).
지난달 31일 국내외 쏟아진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구찌가 홈 앰버서더였던 아이유를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탁했다는 소식입니다. 그러나 알려진 바와 다르게 구찌가 아이유를 글로벌 앰버서더로 내세운 것은 올해 초의 일입니다.

그러니까, 구찌 측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칸 영화제 폐막식서 구찌 드레스를 입은 아이유를 늦게 공개했을 뿐, 아이유는 이미 홈 앰버서더에서 글로벌 앰버서더가 돼 있던 겁니다.

앞서 명품톡에선 칸 영화제에 방문한 아이유가 구찌 드레스가 아닌 국내 브랜드의 드레스를 입었고, 이에 대한 상세 설명은 폐막 후 전해드리겠다 예고했습니다.

당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칸 영화제 기간 입은 드레스에 관련해서 함구령이 있었다고 합니다. 칸 폐막까지는 언급을 삼가달라는 주문입니다.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여배우와 그가 택한 드레스에 대한 이야기는 패션계서 큰 뉴스가 됐는데도 관계자들은 함구를 택했습니다.

● 깜짝 발표 앞뒤로 모두 ‘쉿’
결국 놓을 수 없었던 Z세대

이후 31일 구찌는 아이유 드레스에 대한 깜짝 발표를 했습니다. 구찌 측은 아이유에 대해, 이날 발표로 글로벌 앰버서더로서의 활동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고, 이전부터 정해져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이미 앰버서더로 활동을 이어왔기에 새로울 게 없다는 내용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구찌 측은 연예인 앰버서더 계약 소식을 미리 알리지 않습니다.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사정뿐 아니라 앰버서더 측 사정이 있기 때문에 계약 직후 알리기에는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발표만 늦었을뿐 구찌의 글로벌 앰버서더로는 올해부터 일했다는 겁니다. 타 브랜드 드레스를 입은 아이유에 대해 구찌가 서둘러 자신들의 앰버서더임을 강조하는 모양새네요.

● 젊은 이미지 탈피하고 싶었지만
탈피 아닌 확장으로

지난해 11월 배우 이정재, 신민아를 글로벌 앰버서더로 임명하며 젊은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싶어했던 구찌였기에 이번 선택은 다소 이례적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실제 지난해 화보를 통해 구찌 다이애나 론칭백 행사의 아이콘으로 내세우고 싶어하기도 했는데요. 이는 다른 럭셔리 브랜드 대비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른바 ‘MZ’ 친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어했기 때문입니다.

구찌를 보유하고 있는 케링그룹의 올해 리포트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봉쇄로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1분기 매출은 상승했습니다. 구찌는 특히 북미, 유럽의 매출에 힘입어 기록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는 게 케링그룹 측 설명입니다. 국내서 구찌의 매출은 정식으로 공개된 바는 없으나, 10대 선호도가 40%를 넘는 등 구찌의 인기가 가장 높은 연령대는 이른바 ‘Z세대’로 불리는 이들이었다는 분석이 가능해집니다.

실제 업계서 구찌는 타 럭셔리 브랜드에 비해 접근 가능한 비교적 낮은 가격대 등으로 이들에게 소구력이 있었다는 평이 나옵니다.

● 스타 마케팅, 럭셔리 브랜드에
정말 효과 있을까

럭셔리 브랜드가 스타 파워를 내세우는 것은 브랜드로서 큰 이득이 되지 않습니다. 브랜드로서는 뮤즈를 세우고, 그들을 신데렐라로 만드는 등의 역할을 합니다. 럭셔리 브랜드의 글로벌 얼굴이 되었다는 것은 모델에게도 큰 영광이죠.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럭셔리 브랜드가 스타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앞서 언급했듯 타겟 시장의 모델을 설정하려는 것입니다.

고가 라인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배우 이영애를 화보서 내세우고, 이정재와 신민아를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탁한 건 그런 속내가 있습니다.

카이와 아이유를 내세워 Z세대에 대한 영향력을 잃지 않겠다는 것도 이런 계산이 깔립니다.

● 홈·글로벌, 치열한 인식 경쟁
무엇이 그들을 갈랐나

이 때문에 패션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글에는 앰버서더의 글로벌·홈 여부를 판가름하려는 내용이 있습니다.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한 럭셔리 브랜드의 이른바 ‘간판 모델’인지, 한국 내수용 모델인지 따져보려는 것입니다.

여성 그룹 블랙핑크는 멤버 지수, 로제, 리사 등이 각각 디올, 티파니, 불가리의 글로벌 모델이 됐습니다. 제니는 샤넬의 코리아 앰버서더에서 글로벌 앰버서더가 된 사례입니다.

세계 최대 럭셔리 브랜드 LVMH 모엣 헤네시 그룹의 루이비통은 아시아 그룹 방탄소년단(BTS) 전원을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탁해 화제가 됐습니다. 루이비통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그룹 측은 올해 1분기 성과가 아주 좋았다고 투자 보고서를 통해 자평합니다. 물론 투자자 대상의 보고서라는 점에서 그룹의 전망에 대해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을 수 있지만, 그룹 측은 루이비통의 성과가 훌륭했다고 별도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맨즈컬렉션, 우먼즈컬렉션 모두 좋은 매출을 기록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BTS의 가치를 팝적으로 해석한 현지 분석 외에는 이들의 발탁 전후 실제 매출량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쳤는가에 대한 분석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이는 다른 럭셔리 브랜드가 그렇듯, 이들 역시 시대의 아이콘으로서 활동하는 의미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국내서 첫 글로벌 앰버서더가 된 남성 아이돌 그룹 멤버는 엑소의 카이입니다. 구찌는 지난해 100주년 기념으로 카이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 이른바 ‘곰돌이’ 컬렉션을 내 업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평소 곰을 좋아한다고 했던 그의 취향을 반영해 디자인한 테디 베어 컬렉션은 럭셔리 업계서 브랜드의 스토리텔링이 성공한 사례로 자리잡았습니다. 실제 판매량과 무관하게, k팝 스타의 선호를 브랜드에 반영한 사례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구찌 드레스를 입은 아이유. 알렉산더 미켈레가 디자인했으며 구찌 측은 이 드레스에 대해 ‘세이즈 그린’ 색상이라고 설명한다. 출시 예정은 없고, 가격도 정하지 않았다. 구찌
구찌 드레스를 입은 아이유. 알렉산더 미켈레가 디자인했으며 구찌 측은 이 드레스에 대해 ‘세이즈 그린’ 색상이라고 설명한다. 출시 예정은 없고, 가격도 정하지 않았다. 구찌
강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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