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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비’와 詩로, 약자 끌어안기로… MZ세대 “5·18을 기억합니다”

‘뮤비’와 詩로, 약자 끌어안기로… MZ세대 “5·18을 기억합니다”

곽소영 기자
곽소영, 박상연 기자
입력 2022-05-18 20:42
업데이트 2022-05-19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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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비경험세대의 5월

광주 초등생들, 안내 영상 제작
시인·작가들은 시 포스터 출판
소수자 편 서려고 노무사 준비
“역사 차원 넘어선 인간적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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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한 초등학교 5학년 학생 16명이 지난 17일 5·18 민주화운동을 기억하자는 손팻말을 들고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담임교사인 정혜원씨는 학생들과 함께 직접 5·18 민주화운동 홍보 영상을 기획하고 제작해 유튜브에 올렸다.  정혜원씨 제공
광주의 한 초등학교 5학년 학생 16명이 지난 17일 5·18 민주화운동을 기억하자는 손팻말을 들고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담임교사인 정혜원씨는 학생들과 함께 직접 5·18 민주화운동 홍보 영상을 기획하고 제작해 유튜브에 올렸다.
정혜원씨 제공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사망 후 처음 맞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광주에서 열린 가운데 민주화운동을 직접 겪지 않았던 10~30대, 일명 ‘비(非)경험 세대’도 각자의 방식으로 ‘오월정신’을 기렸다.

광주의 한 초등학교 5학년생 16명은 지난 16일 민주화운동을 설명하는 ‘5월의 민들레’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5월을 맞아 민주화운동을 잘 모르는 어른이나 1·2학년 후배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안내 영상을 만들자는 취지에서다.

담임 교사인 정혜원(27)씨는 “제자들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정확히’ 기억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만들었다”며 “민주주의의 뜻부터 가르치기 위해 ‘교실의 주인은 누구일까’부터 시작해 학교로, 나라로 확장해 나갔다”고 말했다. 정씨는 “저 역시 비경험 세대로서 수업을 통해 민주화운동에 대한 기억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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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홍보 영상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광주의 한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직접 손으로 그린 영상의 장면들. 정혜원씨 제공
5·18 홍보 영상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광주의 한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직접 손으로 그린 영상의 장면들.
정혜원씨 제공
시인이자 작가로 활동하는 이서영(30)씨는 조부모 세대로부터 이어진 기억을 자신만의 ‘시’로 재생산한다. 지난 6일부터 다른 작가와 함께 민주화운동에 대한 시를 써 포스터로 출판하는 ‘5월을 기리는 글자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씨는 “어릴 때부터 광주에서 조부모님의 이야기나 일기장을 통해 들었던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느낌을 제 나름대로 표현하고 싶었다”면서 “민주화운동이 실제로 일어났던 광장과 도청 앞을 일상적으로 지나다니면서 제 세대만의 방법으로 사건을 기억해야겠다는 부채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시를 통해 광주 민주화운동 경험 세대와 비경험 세대 간의 연결을 표현했다. 이씨는 “기존에는 민주화운동을 말할 때 대의나 참혹함, 슬픔 등을 말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면 비경험세대로서는 좀더 특별하고 이질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씨 사망 당시 장례식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던 안충원(21)씨는 오월정신을 약자 보듬기라고 해석했다. 안씨는 “1980년 5월처럼 2022년에도 여전히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내지 못하는 소수자가 많다”면서 사회 약자와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해 노무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1인 시위 후 ‘근로정신대시민모임’ 등 광주 지역 시민단체와도 교류해 온 그는 “근로정신대 문제가 80~90년이 더 된 역사이지만 현 세대 사람들이 계승하려는 수많은 노력을 보면서 기억을 연대하는 이른바 ‘기억투쟁’의 중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기억은 산 자와 죽은 자의 대화’라고 강조한 ‘기억전쟁’ 저자 임지현 서강대 사학과 교수도 시민들의 기억연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광주 민주화운동을 직접 겪지 않은 사람들이 태어나기도 전의 일을 기억해 나가는 건 역사 차원을 넘어 억울하고 쓸쓸한 피해자에게 인간적인 공감을 표출하며 응답하는 것”이라면서 “역사 해석 바로잡기나 법적 처벌보다 근본적인 바탕에서 사회적 기억을 도모하고 우리가 사는 동시대의 고통과 아픔에도 연대의 시선을 건네며 인간적인 사회로 나아가려는 의지와도 맞닿는다”고 설명했다.
곽소영 기자
박상연 기자
2022-05-1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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