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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브런치] 공원면적 넓은 신도시 주민들 삶의만족도 높은 이유, 알고보니...

[사이언스 브런치] 공원면적 넓은 신도시 주민들 삶의만족도 높은 이유, 알고보니...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1-06-08 14:48
업데이트 2021-06-0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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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도시 거주민 행복도 높다”...녹지면적과 행복도 상관관계 증명
경제발전 수준이 일정정도 도달한 뒤, 다른 사회적요인이 행복도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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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위치한 ‘워싱턴 수목원’을 방문한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시애틀의 다운타운 한가운데에 조성된 워싱턴 수목원은 도심 녹지 중에서 원시림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 제공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위치한 ‘워싱턴 수목원’을 방문한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시애틀의 다운타운 한가운데에 조성된 워싱턴 수목원은 도심 녹지 중에서 원시림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 제공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자연과 가까울수록 병은 멀어지고 자연과 멀수록 병은 가까워진다’는 말을 남겼다. 2019년 미국, 네덜란드, 영국 등 7개국 31개 연구기관 연구자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팀은 도시 개발을 할 때 자연 그대로 환경을 최대한 보존해 녹지를 유지하는 것이 도시민들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다른 많은 연구들에서도 자연과 가깝게 지내는 삶이 행복감과 인지능력 향상, 정신건강 증진, 통증 감소에 도움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최근 개발되는 신도시나 택지지구들에는 녹지나 수변공간들이 잘 조성되고 있다. 그런 곳에 사는 이들의 삶의 만족도도 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한 것일까. 도심 속 녹지공간이 시민의 행복에 영향이 크고 경제가 발전한 나라일수록 이 같은 경향성은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포스텍 물리학과, 산업경영공학과, 아태이론물리학센터, 기초과학연구원(IBS) 수리및계산과학연구단 데이터사이언스그룹, 독일 막스플랑크 인간발달연구소 인간·기계연구센터, 싱가포르 싱가포르국립대 지리학과, 미국 뉴저지공과대 인포메틱스학과 공동연구팀은 인공위성 영상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녹지가 시민 행복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확인됐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데이터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EPJ 데이터 사이언스’에 실렸다.
국가별 행복도와 도심 녹지 비율
국가별 행복도와 도심 녹지 비율
세계 60개국에 대해 도심의 녹지 비율(원의 색)과 행복도 조사 결과(원의 크기)를 비교했다. 그동안 녹지 실태 조사는 현장 방문이나 항공사진을 기반으로 했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여름철 위성영상을 활용해 더 광범위한 지역을 분석함으로써 연구결과의 타당성과 신뢰도를 높였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제공
지금까지 도시 녹지공간과 시민 행복간 상관관계는 일부 선진국을 중심으로 연구돼 녹지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보편적인 것인지, 국가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지 명확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유럽우주국(ESA)에서 운용하는 고해상도 위성 ‘센티넬-2’의 위성자료를 이용해 전 세계 60개국 90개 도시의 녹지면적을 조사했다. 한국은 서울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센티넬-2 위성은 단파적외선채널을 갖추고 있어서 수풀 관찰에 특화돼 산불발생 가능성 예측에도 주로 활용되고 있다. 연구 대상이 된 도시들은 국가 전체 인구의 10% 이상이 모여사는 곳들이다. 또 녹지공간 분석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위성 이미지가 선명하게 나오는 각 지역의 여름을 분석대상 시기로 했다. 북반구 도시는 2018년 6~9월, 남반구 도시는 2017년 12월~2018년 2월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여기에 유엔의 ‘2018 세계행복보고서’ 데이터와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자료를 종합해 녹지와 경제, 시민의 행복간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국가의 경제적 상황에 무관하게 도시 녹지면적이 넓을수록 시민 행복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60개국 중 GDP 중간 이하인 30개국의 경우는 녹지면적보다는 경제성장이 행복과 더 밀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가 3만 8000달러(약 4223만원)가 넘는 도시에서는 녹지공간 확보가 경제성장보다 중요한 요소라고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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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등 이산화탄소 배출을 혁명적으로 줄일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하고 있다. 특히 점점 뜨겁고 건조해지는 도심 지역에서는 자동차 사용을 줄이고 도심 곳곳에 녹지지대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네이처 제공
현재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등 이산화탄소 배출을 혁명적으로 줄일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하고 있다. 특히 점점 뜨겁고 건조해지는 도심 지역에서는 자동차 사용을 줄이고 도심 곳곳에 녹지지대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네이처 제공
연구를 이끈 정우성 포스텍 교수는 “빅데이터를 분석한 이번 연구는 도심 녹지공간이 행복감 향상의 중요한 사회적 요인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라면서도 “경제발전단계에서 경제성장은 시민행복의 중요한 요소이지만 일정 수준 단계에 오르게 되면 다른 사회적 요인이 행복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차미영 IBS 그룹장도 “이번에 활용한 방법을 이용해 호수나 해안, 강 등 수생환경의 면적과 시민행복간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연구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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