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임신부에 성희롱 댓글 수백개… 정치인으로서 처참했다”

[단독] “임신부에 성희롱 댓글 수백개… 정치인으로서 처참했다”

이슬기 기자
입력 2021-03-07 20:46
수정 2021-03-08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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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유리천장’ 깨는 용혜인 국회의원

‘국회 영상 캡처 사진 성희롱’ 실검에 올라
“원피스 입지 말 걸… 생각이 먼저 들어
쉽지 않겠지만 성폭력 단호히 대처할 것”

성평등 실현 여성 정치 참여 3법 준비 중

용혜인 국회의원
용혜인 국회의원
“‘원피스 입지 말 걸’ 하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국회의원 생활을 시작하고 이런 상황을 예상 못 한 게 아닌데, 현실로 마주했을 때 느끼는 처참함 같은 게 있었어요.”

지난 1월 18일 오후 8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의 이름이 난데없이 네이버의 10·20대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그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달 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토론자로 나선 용 의원의 영상 캡처 사진이 성희롱을 담은 제목과 함께 게시됐다. 600여개 댓글 중에서도 임신 4개월차인 용 의원의 몸에 관한 성희롱이 주를 이뤘다. “정치인이 국민을 대상으로 형사 고소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성희롱·성폭력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여성을 그렇게 대해도 된다는 시그널을 남기고 싶진 않거든요.”

‘정치하는 여성’으로서 용혜인은 고민이 많다. 오는 5월 말, 출산을 앞두고도 마찬가지다. 용 의원은 역대 세 번째로 임기 중 임신한 국회의원이자 21대 국회의 유일한 임신부 의원이다. 현행 국회법에는 국회의원이 쓸 수 있는 출산휴가, 육아휴직에 관한 조항이 없다. 그래서 그는 국회의장의 허가를 받아 사용하는 ‘청가’ 제도를 이용, 출산 전후로 2~3주 쉬었다 복귀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남편인 박기홍 기본소득당 사무총장이 육아휴직을 한다. “국민 세금으로 녹을 먹는 선출직으로서의 고민이 있어요. 그런가 하면 여성이 출산 후 육아휴직을 쓰면서 충분히 쉴 수 있어야 하는데 제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잘못된 모델로 비치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요.”

그는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정치 유리천장 깨는 망치 3법’을 성안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으로 ‘정당이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 선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할 때 특정 성(性)이 후보자 총수의 100분의60 이상을 초과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자체장 선거의 경우 ‘여성 40%’ 공천 의무를 지키지 않은 정당에 그 비율에 따라 10%씩 선거보조금을 감액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도 함께 준비했다.

21대 국회에서 19%에 불과한 여성 의원 중 한 명이자 3명뿐인 1990년대생 의원. ‘국회에서 이질적 존재’인 그가 여성의 정치 참여를 높이는 데 열심인 이유가 있다. 사회 전반의 성평등 실현을 위한 시스템은 넘쳐나지만 사람이 바뀌지 않아 성과가 더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현재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이수율이 70~80%를 웃도는데,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같은 일이 생겨요. 아무리 시스템을 만든다 해도 결국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는 거죠. 새로운 세대의 여성 정치인이 더 많이 등장해 문제의식을 던지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유리천장을 깨는 부지런한 망치인 그가 말했다.

이슬기 젠더연구소 기자 seulgi@seoul.co.kr
사진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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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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