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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년 전 ‘자격루’ 복원… 제작자 4명의 이름도 찾았다

484년 전 ‘자격루’ 복원… 제작자 4명의 이름도 찾았다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20-04-22 22:10
업데이트 2020-04-23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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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 처리 마친 국보 229호 ‘물시계’

표면 오염물 제거해 마모된 글자 판독
천문 전문가 안현·김수성 등 4명 확인
좌우 항아리에 새긴 용 얼굴 문양 달라
중요 과학 유산… 고궁박물관 이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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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가 물시계 자격루의 표면 오염물을 제거하는 등 보존 처리를 하면서 수수호에 새겨져 있던 제작자 12명 중 이름이 판독되지 않았던 4명을 모두 확인했다. 사진은 덕수궁 광명문에 있던 자격루.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가 물시계 자격루의 표면 오염물을 제거하는 등 보존 처리를 하면서 수수호에 새겨져 있던 제작자 12명 중 이름이 판독되지 않았던 4명을 모두 확인했다. 사진은 덕수궁 광명문에 있던 자격루.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조선시대 물시계인 국보 제229호 ‘창경궁 자격루’가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되찾았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2018년 8월부터 진행해 온 자격루의 보존 처리를 마쳤다고 22일 밝혔다. 자격루는 물이 증가하고 감소하는 양으로 시간을 측정하는 장치로, 조선시대 국가 표준 시계 역할을 했다. 조선 과학기술 수준을 보여 주는 중요한 과학 문화재로 평가된다.

자격루는 1434년 세종의 명에 따라 장영실이 만들었다. 당대 제작한 자격루는 모두 사라졌고, 지금은 1536년 중종 때 제작한 자격루의 일부만 전한다. 물을 흘려보내는 청동 항아리인 파수호 3점과 물을 받는 길쭉한 원통형 청동 항아리인 수수호 2점이 창경궁 보루각에 남아 있다가 일제가 덕수궁 광명문 안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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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 처리를 마친 자격루 수수호 2점(왼쪽)과 파수호 3점.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보존 처리를 마친 자격루 수수호 2점(왼쪽)과 파수호 3점.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자격루 보존 처리는 2018년 광명문 원위치 이전과 맞물려 시작됐다. 표면에 있는 오염물을 제거하고 재질을 강화하는 보존 처리를 통해 수수호 왼쪽 상단에 양각으로 새긴 제작자 명문(銘文·금석에 새긴 글자) 중 마모돼 읽지 못했던 글자를 판독했다. 제작자 12명 중 이름을 확정할 수 없었던 이공장, 안현, 김수성, 채무적 등 4명을 확인했다. 당시 이공장은 사복시정, 안현은 사헌부 집의, 김수성은 사헌부 장령, 채무적은 장악원 주부였다. ‘조선왕조실록’, ‘국조인물고’, ‘문과방목’ 등에는 안현, 김수성, 채무적이 천문 전문가로서 중요한 임무를 수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수수호 표면에 새긴 승천하는 용과 구름 문양을 분석해 제작 기법도 확인했다. 항아리를 만든 뒤 정교하게 조각한 용과 구름을 차례로 덧붙였고, 밀랍 주조 기법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삼차원 스캔과 실리콘 복제 방법으로 왼쪽 수수호와 오른쪽 수수호 용 문양을 각각 평면에 펼쳐 얼굴과 수염이 다소 다르다는 사실도 찾아냈다.

보존 처리를 마친 자격루는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이전될 예정이다. 이곳에는 2007년 세종실록의 기록을 토대로 온전한 모습을 추정해 복원한 자격루가 전시돼 있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2020-04-2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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