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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진단 키트’ 중국 기업에 당한 영국 정부…“환불 추진”

‘코로나19 진단 키트’ 중국 기업에 당한 영국 정부…“환불 추진”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20-04-18 08:00
업데이트 2020-04-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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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이동제한령이 내려진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머무는 관저인 다우닝가 10번의 모습. 런던 AP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이동제한령이 내려진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머무는 관저인 다우닝가 10번의 모습. 런던 AP 연합뉴스
지난 달, 영국 정부가 중국 기업 2곳에서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코로나19 가정용 진단 키트 200만개를 매입할 의향이 있느냐였다.
가격은 2000만달러(243억원 상당).

조건은 두 가지로, 선불 지급과 구매자가 중국 공장에서 진단 키트를 가는 것이었다.
가격은 높았고, 기술은 입증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대응에 잘 대처하라는 국민의 압력은 거셌다.

영국은 솔깃한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적어도 2주 뒤에는 약국에서 판매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지난달 20일 “임신 검사처럼 간단히 코로나19 항체 검사를 받을 수 있다”며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진단 키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옥스퍼드대학 실험실에 조사한 결과 정확성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진단 키트 50만개는 창고에 먼저를 쓴 채 쌓여있다. 비슷한 가격에 샀던 또다른 150만개는 뜯지도 않은 채 방치되 있다. 당혹한 영국 공무원들은 적어도 돈을 되받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영국 보건부 대변인은 진단 키트의 최소한 숫자를 주문했고, 돈을 돌려받고자 하다고 밝히면서도 자세한 사항은 언급하지 않았다.

영국이 중국 기업의 항체 진단 키트에 도박을 건 것은 코로나19 대응에 늦어지면서 국민적 분노와 압박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독일이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하루 5만명을 검사하다 요즘엔 12만명으로 늘렸다. 반면 영국은 하루 2만명이 되지 못한다. 영국 공무원들을 4월 말까지 하루 10만명, 그 이후엔 25만명으로 늘리겠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이나 독일은 수십만개의 진단 키트를 제조할 공장들이 있지만 영국은 이런 공장이 부족한 탓에 검사 능력을 높이고자하다 중국 기업에 당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기업들에게 이런 물자의 해외 수출을 하지 못하도록 했고, 부유한 산유국들은 입찰 형식으로 참여하면서 가격을 높여놓은 실정이다.

이와 관련된 중국 기업 올테스트바이오테크와 완도포는 “제품은 유럽연합(EU)이 설정한 보건·안전·환경 기준에 맞는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외무부는 중국에 이런 회사가 존재하는지, 그들이 생산 제품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외교관을 중국에 급히 파견하는 한편 보건 공무원들은 서류상의 명세서를 다시 살펴보고 있다.

두 회사는 그러나 가격에 대해 언급하기를 거부했다고 NYT가 전했다.
관저에서 자가 격리 중이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달 31일 회상으로 각료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런던 로이터 연합뉴스
관저에서 자가 격리 중이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달 31일 회상으로 각료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런던 로이터 연합뉴스
영국이 진단 키트 문제를 표면화하자, 이들 중국 기업은 기타의 용도에 대해 영국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이 오해했거나 과장했다고 화살을 돌렸다. 완도포는 환구시보를 통해 “자사 제품은 이미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을 위한 보충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올테스트바이오테크는 자사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진단기는 환자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 의료인들만이 사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일을 겪은 지난달 29일 존슨 총리는 중국이 코로나19와 관련된 처리에 분노한다며 회웨이와 단절을 암시했다. 총리 자신도 코로나19로 확진판정을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6일 기준 영국의 누적 확진자는 전날보다 4517명이 증가한 10만 3093명, 사망자는 861명이 늘어난 1만 3729명을 기록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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