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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정도로 괴로워야 검사”…일본 코로나19 검사 실태

“죽을 정도로 괴로워야 검사”…일본 코로나19 검사 실태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0-04-14 17:32
업데이트 2020-04-1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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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긴급 기자회견에서 마스크 벗는 아베
코로나19 긴급 기자회견에서 마스크 벗는 아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 도착한 뒤 마스크를 벗고 있다. 2020.4.6
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일본에서 중증이 아니면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없는 실태가 문서를 통해 폭로됐다.

14일 발매된 주간아사히(24일자)는 ‘담당의 외래진단 수순(초진의 경우)’라는 제목의 도쿄도 의사회 문서를 한 의사로부터 제보받아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지난달 26일 작성된 이 문서는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가 처음 병원을 방문했을 때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유전자 검사(PCR)를 하는 기준을 순서도로 제시하고 있다.

이때는 감염자 폭증의 중대 국면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던 시기다.

도쿄도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4일 17명에서 25일 41명으로 늘었고, 26일에도 47명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문서를 제보한 의사는 “이것은 도쿄도 의사회가 도내 개업의에게 배포한 문서”라며 “순서도는 PCR 검사를 받는 대상을 짜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잡한 순서도의 첫머리에는 일본 후생노동성이 홈페이지에서도 공개한 ‘발열 37.5℃ 이상’, ‘권태감’ 등의 기준이 제시돼 있다.

아울러 ‘호흡 곤란’, ‘과다 호흡’, ‘청진시 거품소리’ 등 폐렴 의심 증상이 있으면 혈액 검사와 흉부 X선 검사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심지어 증상이 나타난 것만으로는 검사 대상이 아니었다. 이러한 증상들이 나흘 이상 개선되지 않는 경우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돼 있다.
지난 8일 촬영된 일본 도쿄의 관문 나리타 공항에 골판지와 칸막이로 만들어진 격리 시설이다. 입국한 이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를 받고 결과를 통보받을 때까지 대기하는 공간으로 꾸며진 것인데 타지마 쇼타로 일본 후생노동성 간부는 이제는 근처 호텔에 머무르면 되고, 만약 검사 건수가 폭증하면 그때나 이 공간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게야마 유리 제공=AP 연합뉴스
지난 8일 촬영된 일본 도쿄의 관문 나리타 공항에 골판지와 칸막이로 만들어진 격리 시설이다. 입국한 이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를 받고 결과를 통보받을 때까지 대기하는 공간으로 꾸며진 것인데 타지마 쇼타로 일본 후생노동성 간부는 이제는 근처 호텔에 머무르면 되고, 만약 검사 건수가 폭증하면 그때나 이 공간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게야마 유리 제공=AP 연합뉴스
게다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면 ‘발열 37.5℃ 이상’, ‘동맥혈 산소포화도(SPO2) 93% 이하’, ‘폐렴 증상’이라는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발열 37.5℃ 이상이고 폐렴 증상이 있어도 산소포화도가 93% 이하가 아니면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문서를 제보한 의사는 산소포화도 93% 기준에 대해 “우리는 통상 98% 정도의 산소포화도로 살아가고 있다”면서 “93%는 ‘쌕쌕’, ‘하하’ 소리를 내며 죽을 정도로 괴로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주간아사히는 “이 기준에 따르면 상당히 위험한 상태까지 증상이 악화하지 않으면 PCR 검사를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엄격한 코로나19 검사 기준을 일선 의사들에게는 제시하면서 일반 시민에게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해 “이중 잣대”라고 문서를 제보한 의사는 비판했다.

‘가능하면 코로나19 검사를 하지 마라’는 후생성의 방침에 보건소도 따르고 있다고 주간아사히는 지적했다.

엄격한 기준에 따라 코로나19 검사를 하는 도쿄도의 양성 판정률은 36.7%에 달했다.

후생성 자료를 보면 지난 1월 15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도쿄도에선 5660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이 중 2080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같은 기간 오사카부에선 검사자 2362명 중 812명(34.4%), 지바현에선 검사자 1743명 중 455명(26.1%)이 각각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기간 일본 전체에선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탑승자를 제외하고 6만 3132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7123명(11.3%)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지난 2월 1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일본의 전체 코로나19 검사 건수는 11만 9675건이다.

하루 1000~2000건대이던 검사 건수는 3월 말부터는 3000~7000건대로 늘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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