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현금 지급으로 지름길 선택… “韓은 취약계층 핀셋 지원을”

입력 : ㅣ 수정 : 2020-03-1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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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받는 재난기본소득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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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이 잇따라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결정한 건 국민에게 직접 현금을 쥐여 주는 게 코로나19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물이 마비되고 금융이 공포에 질린 상황에서 저리자금 지원이나 세금 감면 등 전통적인 대책은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도 재난소득 도입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포퓰리즘에 편승한 전 국민 대상의 무차별적인 현금 살포는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18일 “코로나19가 태풍이나 홍수 등 일반 재난과 다른 건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국가 간 교류가 끊기고 사람이 격리되면서 기업, 자영업자, 근로자 등 모든 경제주체가 직간접적 피해를 입었다. 이에 정부가 피해 일부라도 보전해 주지 않으면 회복할 수 없다는 게 지구촌에서 일고 있는 재난기본소득 논의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이날 1인당 1000달러씩 재난소득을 지급하겠다고 깜짝 선언을 한 것도 이런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정부 개입이 없다면 미국 실업률이 20%로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코로나19가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직전인 지난달 실업률은 3.5%다.

일본은 한 차례 재난소득에 실패했음에도 재추진에 나섰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경기 부양 등을 위해 1인당 1만 2000엔(약 14만원)씩 총 2조엔 규모의 현금을 국민에게 지급했지만, 소비가 아닌 저축으로 이어지면서 경기부양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17일 자민당 의원총회에서 “어려운 상황의 경제를 V자형으로 회복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과감하면서도 크고 강력한 대책을 전례없이 대담하게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에 앞서 홍콩과 마카오, 싱가포르 등은 이미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결정했다. 홍콩은 영주권자 700만명에게 1만 홍콩달러(약 155만원)를 지급한다. 싱가포르는 21세 이상 모든 시민권자를 대상으로 소득과 재산에 따라 최고 300싱가포르달러(약 26만원)의 일회성 현금 지원을 실시한다.

학계에선 우리도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계층을 위한 재난기본소득 지급이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대구·경북 주민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은 소득이 크게 깎였기 때문에 재난기본소득 지급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소비쿠폰보다는 가용성과 활용도가 높은 현금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전 국민에 대한 재난기본소득은 표퓰리즘 성격이 있지만 피해계층 구제 목적이라면 현금을 주는 게 좋은 방법으로 보인다”며 “실업수당 등 사회안전망이 이미 깔려 있기 때문에 행정적으로 어렵지 않은 작업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가 큰 미국·일본이나 도시국가인 홍콩 등과는 상황이 다른 만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광범위한 계층에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보단 먼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직접 지원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제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어느 정도 소득이 있는 사람은 재난기본소득을 받았다고 바로 쓰지 않는다. 나중에 세금으로 되가져가는 걸 알고 있어 저축을 한다. 오히려 소비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낼 수 있다”며 부작용을 우려했다. 2009년 일본이 겪었던 상황을 상기시킨 것이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서울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서울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2020-03-1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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