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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5만명 유럽 왕복 마일리지 1월 1일 소멸… 항공사만 4936억 두둑

[단독] 35만명 유럽 왕복 마일리지 1월 1일 소멸… 항공사만 4936억 두둑

하종훈 기자
하종훈, 임주형 기자
입력 2019-12-29 22:22
업데이트 2019-12-30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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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송언석 의원, 항공사 재무제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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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들 현황 공개 않고 수익 챙기는 셈
소비자들, 마일리지 쌓여도 쓸 곳 제한적
“보너스 좌석 있어도 내년 여름까지 매진”
국토부, 대책 없이 “항공사 영역” 팔짱만


내년 1월 1일 소멸되는 ‘국적 항공사’(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규모가 약 246억 마일리지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 35만여명이 마일리지를 활용해 유럽을 무료로 왕복할 수 있는 규모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5000억원에 육박한다. 마일리지는 항공사들이 고객에게 진 ‘빚’임에도 불구하고 항공사들은 정확한 현황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정부도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어 소비자 권익 보호는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신문이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실과 항공사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올 3분기까지 국적 항공사의 누적 마일리지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대한항공이 2조 2135억원, 아시아나항공이 7237억원으로 총 2조 937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내년 초에 소멸되는 마일리지 규모를 나타내는 ‘유동성 이연수익’은 대한항공이 3940억원, 아시아나항공이 996억원으로 모두 4936억원 수준이다. 이는 마일리지로 환산하면(1마일리지는 통상 20원) 246억 8000만 마일리지가 된다. 평수기 유럽 왕복항공권 일반석 구입에 7만 마일리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35만 2500여명이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올 4분기까지 더하면 더 늘어난다.

항공 마일리지는 회계상 일종의 부채로 인식돼 재무제표상 이연수익 계정에 잡힌다. 시효가 와서 마일리지가 소멸되면 이연수익에 잡힌 부채가 항공사 수익으로 바뀐다. 내년 초 항공사들은 아무런 영업활동 없이 5000억원가량을 수익으로 챙기는 셈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2008년 자체적으로 약관을 개정해 마일리지의 유효 기간을 10년으로 정했고, 2008년 쌓인 마일리지는 올 초 소멸됐다. 문제는 고객 마일리지는 계속 쌓여 가는데 이를 소진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보너스 좌석을 사려면 마일리지만 써야 하고, 보너스 좌석 자체가 많지 않아 유효 기간 내 소진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유효 기간이 다가오는 마일리지를 가족 이외의 타인에게 양도할 수도 없다.

대한항공은 논란이 불거지자 내년 11월부터 항공권을 구매할 때 운임의 20% 내에서 마일리지를 사용해 결제할 수 있는 방안을 포함한 마일리지 개편안을 지난 13일 제시했다. 하지만 이 개편안은 일방적으로 소비자에게 불리한 구조로 짜여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내년 여름까지 주요 노선의 마일리지 항공권이 매진되면서 사실상 마일리지를 사용할 길조차 막혀 있다.

송 의원은 지난 4일 정부가 직접 마일리지 적립·사용 기준을 정하고 항공사들이 마일리지 적립·사용 현황을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의 항공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항공사의 사적 자치 영역을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대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박홍수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문화소비자센터 팀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소비자 알권리를 위해 소멸 예정인 마일리지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면서 “마일리지 사용처를 늘리고 이미 마일리지가 소멸된 소비자를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2019-12-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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