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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P. ‘오페라의 검은 여왕‘ 제시 노먼, 재즈에도 품 내준 넉넉함

R.I.P. ‘오페라의 검은 여왕‘ 제시 노먼, 재즈에도 품 내준 넉넉함

임병선 기자
입력 2019-10-01 11:08
업데이트 2019-10-0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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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74세를 일기로 타계한 미국의 오페라 소프라노 제시 노먼이 지난 2013년 7월 31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직업과 자유를 향한 행진 50주년 기념식 도중 ‘He‘s Got the Whole World in His Hands’를 열창하고 있다. 로이터 자료사진 연합뉴스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74세를 일기로 타계한 미국의 오페라 소프라노 제시 노먼이 지난 2013년 7월 31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직업과 자유를 향한 행진 50주년 기념식 도중 ‘He‘s Got the Whole World in His Hands’를 열창하고 있다.
로이터 자료사진 연합뉴스
‘오페라의 검은 여왕’으로 추앙받던 오페라 가수 제시 노먼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 마운트 시나이 세인트 루크 병원에서 74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유족들의 대변인은 이날 오전 7시 54분쯤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척수손상에 따른 합병증인 패혈성 쇼크와 다기관 기능 부전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노먼은 2015년부터 척수 부상으로 시름해 왔다. 유족은 “제시의 음악적 성과와 세계 청중에게 기쁨의 원천이 될 수 있는 영감을 줬다는 데 대해 매우 자랑스럽다”며 “기아, 노숙인, 청소년 발달, 예술과 문화 교육 등의 문제에서 그녀의 인도주의적 노력도 마찬가지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례 절차는 나중에 발표될 예정이다.

미국에 인종격리 정책이 여전하던 1945년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아마추어 음악인 가정에서 태어난 노먼은 교회 성가대 활동 등을 하며 성장했다. 아홉 살 때 생일 선물로 받은 라디오를 통해 오페라에 눈을 뜬 노먼은 워싱턴DC에 있는 흑인 대학인 하워드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진학한 뒤 피바디 음악학교와 미시간 대학에서 학업을 계속했다.

유럽으로 건너간 노먼은 1969년 독일에서 열린 ARD 국제 음악콩쿠르 우승을 계기로 세계적인 가수로 발돋움할 기회를 얻었다. 그는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데뷔 공연 무대에서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의 엘리자베트 역으로 호평받으며 일약 스타로 발돋움했다. 당시 뉴욕타임스가 그녀의 목소리를 “소리의 장려한 대저택”이라고 표현한 일은 지금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노먼은 이탈리아 라스칼라,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 등 세계적인 오페라하우스에 서며 ‘카르멘’. ‘아이다’ 등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또 로널드 레이건·빌 클린턴 대통령의 취임식 무대는 물론 1986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60회 생일 축하 무대에도 섰다.

그녀는 또 오페라나 클래식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재즈 음악인 듀크 엘링턴의 노래 등도 즐겨 부른 넉넉한 품을 갖고 있었다. 노먼은 2014년 미국 공영 NPR 방송 인터뷰를 통해 “일생에 걸쳐 내가 노래 부르지 않으려 했던 한 순간도 기억해내지 못하겠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늘 노래하는 일을 사랑했다.
2010년 백악관에서 버락 오마바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국가예술훈장을 수여 받은 뒤 제시 노먼이 손을 맞잡고 있다. 로이터 자료사진 연합뉴스
2010년 백악관에서 버락 오마바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국가예술훈장을 수여 받은 뒤 제시 노먼이 손을 맞잡고 있다.
로이터 자료사진 연합뉴스
1997년 노먼은 52세의 나이로 최연소 케네디센터 명예상을 받았으며, 2010년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예술훈장을 받았다. 또 모두 15차례 그래미상 후보에 지명돼 네 차례 수상했다. 2006년에는 클래식 음악가로는 네 번째로 그래미상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한 프랑스에는 그녀의 이름을 딴 난초도 있을 정도다.

노먼은 고향인 오거스타에 ‘제시 노먼 예술학교’를 세우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무료로 방과 후 음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 공헌에도 앞장섰다. 국내 팬들과는 2001년, 2002년, 2009년 방한해 만났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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