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대학과정 아닌데도… 사립대 학점은행 ‘학위 장사’
지난해 서울 지역 한 사립대의 평생교육원 실용무용과에 입학한 A(21)씨는 한 학기 만에 자퇴했다. A씨는 수능 없이 실기만으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는 입시학원의 설명을 듣고 실기용 안무비로 500만원이나 냈다. 하지만 그가 입학한 평생교육원은 대학보다는 학원에 가까웠다. 대학생들과 같은 대학 건물과 강의실을 이용하지만 수강신청 방식이 다르고, ‘학점은행제’로 운영돼 학위의 성격에도 차이가 있다. “충남에서 올라와 학교 근처에 자취방까지 마련하며 준비했어요. 학점은행제가 뭔지도 모른 채 실기로만 들어가는 대학 전형이 있다고 해서 수백만원을 들여 합격했는데, 다닐수록 학비만 버리는 거 같아 관뒀습니다. 지금은 뭘 할지 몰라 그냥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 중이에요.”4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학점은행제로 운영되는 전국 492개 평생교육과정에 등록한 학생 8만 1357명 중 학위 수여자는 3만 3758명(41.5%)이었다. 등록 학생 수는 2012년(13만 3771명)보다 32.9%가 줄었고, 학위 수여자도 2012년(6만 1606명)보다 45.2%나 감소했다. 또 대학 내에 개설된 222개 평생교육과정 학생 중 24세 미만은 41.9%였고, 서울만 한정하면 51.9%로 절반을 넘었다.
통상 평생교육원의 시간표는 강의 선택제가 아니라 학원처럼 이미 정해져 있다. 강의도 대부분 학원 강사들이 진행한다. 등록금은 학기당 470만~500만원이다. 서울의 한 평생교육원 졸업생은 “실용무용학과에 들어갔는데 올해 졸업하면서 ‘연기학위’를 받아 당황했다”며 “졸업장도 4년제 대학과 일련번호가 달라 같은 취급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학원들도 학점은행제를 4년제 대학처럼 홍보한다. 인천의 한 댄스학원 관계자는 “학점은행제 졸업장도 사실상 정규 4년제와 같은 효력이 있다. 입시반 안무비는 원래 지방에서 500만~600만원도 받는데 200만원으로 싸게 해 주겠다”고 홍보했다. 안무비는 평생교육원 입학 실기시험을 위해 안무를 짜 주는 비용이다.
국민대는 지난해 9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과정을 만들면서 평생교육원은 석사과정을 운영할 수 없음에도 ‘학·석사 융합과정’을 내놨다. 대학 측은 석사를 지원할 때 ‘추천서’를 발급해 준다고 했다. 사실상 과장 광고다. 평생교육원에 들어가면 석사과정까지 진학할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명지대 사회교육원 실용무용학과는 학사 준비가 덜 돼 아예 폐지됐다. 신입생과 2년차 학생 120여명은 상명대와 서울예술종합학교 학점은행제 과정에 편입됐다.
교육부의 평가인정 학습과정 운영 규정에 따르면 학생들이 학점은행제를 정규 대학과정으로 오인하도록 하는 표현은 불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점은행제는 4년마다 교육부 인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대학은 지속적인 실태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2017-01-05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