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돈 더 안 내면 美軍 철수” 안보론 못박은 트럼프

“돈 더 안 내면 美軍 철수” 안보론 못박은 트럼프

김미경 기자
김미경 기자
입력 2016-04-28 22:52
업데이트 2016-04-29 10:5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대통령 되면 亞 정상들 만나 방위비 재조정” 공식발표

주요 외신들 “이상한 세계관” “엉망진창 정책” 맹비난

미국 대선 공화당 경선 선두주자인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69)가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외교정책 연설을 통해 밝힌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구상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트럼프는 전날 5개 주 경선에서 대승을 거두며 대선 후보 지명 가능성이 높아지자 자신의 최대 약점인 외교정책을 공식 발표했으나 자국의 이익과 안보만 중시하는 미국 우선주의는 ‘고립주의’를 자초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트럼프는 연설에서 “미국의 외교정책은 완전히 재앙이다. 비전과 목적, 방향, 전략이 없다”고 지적한 뒤 주요 취약점으로 ▲경제 쇠퇴로 인한 군대 약화 ▲동맹국들의 부실한 분담금 지불 ▲우방들의 미국에 대한 의존 약화 ▲경쟁국들의 미국에 대한 경시 ▲미국의 외교정책 목표 이해 부족 등 5가지를 꼽았다.

트럼프는 특히 동맹국의 분담 문제와 관련, “우리 동맹국들은 미국의 엄청난 안보 부담의 재정적, 정치적, 인적 비용에 대해 기여를 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동맹국들이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며 “동맹국들은 우리와 맺은 협정을 존중하는 의무감을 전혀 느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28개국 중 미국을 제외한 4개국만이 최소한으로 요구되는 국내총생산(GDP)의 2%를 방위비로 지출한다”며 “우리는 유럽과 아시아에 강한 안보를 제공하기 위해 우리 군사력을 증강하고 비행기와 미사일, 선박, 장비 등에 수조 달러를 지출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가 지켜주는 나라들은 반드시 이 방위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미국은 이들 나라가 스스로를 방어하도록 준비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나토 회원국 및 아시아 동맹들에 각각의 정상회담 개최를 요구할 것”이라며 “정상회담에서 재정적 책무 재균형(방위비 재조정) 문제뿐 아니라 우리의 공통된 도전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어떻게 채택할 것인지에 대해 새롭게 접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은 집권 후 유럽, 아시아 동맹들과 방위비 재협상을 벌이고, 그가 요구하는 수준의 방위비를 분담하지 않는 동맹에 대해서는 주둔 중인 미군을 철수하거나 ‘핵우산’ 제공을 거둬들이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그러나 한국·일본 등 구체적인 나라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그동안 경선 유세 및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한국과 일본,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등 우방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계속 제기하면서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해 왔으나, 그의 이날 발언은 외교·안보 구상을 공식 발표하면서 재확인을 했다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는 또 중국과의 무역 적자 및 중국의 미흡한 대북 압박 등을 거론하며 ‘중국 때리기’를 지속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 내에서 더 나은 친구를 찾아 혜택을 취하거나 아니면 각자의 길로 갈라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싱크탱크의 한 관계자는 “현 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한 비판과, 더 많은 돈을 위한 협상만 있을 뿐 구체적이고 현실적 방안은 없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이상한 세계관’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트럼프의 일방적 접근은 TV 쇼에는 좋을지 몰라도 외교는 냉혹한 현실 세계”라고 비판했다. MSNBC는 “트럼프의 외교정책 연설은 엉망이었다”며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더 많은 질문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2016-04-29 8면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