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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블로그] 대학로 공연 호객행위 단속과 ‘삐끼들의 속사정’

[현장 블로그] 대학로 공연 호객행위 단속과 ‘삐끼들의 속사정’

김희리 기자
김희리 기자
입력 2016-04-10 18:22
업데이트 2016-04-11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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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예술인들이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는 대학로가 때아닌 ‘삐끼 논란’으로 시끄럽습니다. 경찰이 대학로 일대 공연 호객행위에 대해 집중 단속에 나선 게 발단입니다. 극단과 공연기획사들은 반발하며 ‘생존권’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공연 호객행위는 주로 한국연극협회나 한국소극장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중소 극단이나 기획사들이 많이 합니다. 중소 극단 관계자 40여명은 11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서울 혜화경찰서 정문에서 단속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와 함께 삭발식을 할 예정입니다.

경찰은 “호객행위는 불법이기 때문에 단속이 당연하다”는 입장입니다.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할 뿐 아니라 과대광고나 ‘바가지’로 공연문화 전체에 해를 끼친다는 겁니다. 지난해 4월부터 1년 동안 112를 통해 313건의 호객행위 불편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경찰은 지난달 8일부터 인근 파출소 지역경찰관 3명으로 이뤄진 ‘대학로 전담 클린팀’을 구성해 단속을 벌이고 있습니다.

클린팀은 지난달 31일까지 48건의 불법 호객행위를 단속해 이 중 32건을 즉결심판에 넘겼습니다. 기존에 경범죄 스티커만 발부하던 것에서 벗어나 처벌 수위를 높인 것이죠.

경찰의 단속 강화에 중소 극단 등은 “지나친 단속으로 공연 예술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김재훈 극단 탑아트 대표는 “홍보수단이 마땅치 않은 중소 극단은 발로 뛰며 관객과 만나는 게 유일한 홍보수단”이라며 “극장 앞에서 전단을 나눠주는 것까지 단속하는 통에 홍보가 불가능하다”고 호소합니다. 공연을 알리기 위해 직접 길거리로 나선 배우가 즉결심판에 넘겨지는 바람에 공연 자체가 무산될 뻔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시민들은 “삐끼의 화려한 언변에 넘어가 돈만 날린 적이 있다”거나 “전단을 보고 찾아가 좋은 공연을 알게 됐다”며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중소 극단이 주장하는 ‘생존권’ 보장이 공감을 얻으려면 우선 공연의 질이 담보돼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단속 강화가 예술인의 생존권을 위협할지, 아니면 올바른 공연문화 정착의 기회가 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2016-04-1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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