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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임기 시작하는 버냉키 앞길 험난

2기 임기 시작하는 버냉키 앞길 험난

입력 2010-01-29 00:00
업데이트 2010-01-29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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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 벤’이 우여곡절끝에 4년 임기를 보장받는데 성공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이상회 의장이 28일 상원에서 재임 인준을 받음으로써 다음달 1일부터 4년간의 2기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미국의 중앙은행 총수가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중도에 물러나가나 불명예스럽게 임기연장이 불허되는 것은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줄 수 있는 사안이다.

하마터면 바로 이런 충격을 버냉키 의장이 시장에 던져줄 뻔했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 발발 초기에 정책결정의 타이밍을 놓친 것과 위기수습 과정에서 무제한의 발권력을 동원해 대형 금융회사들에 구제자금을 쏟아부은데 대해 일부 상원의원들이 버냉키 의장의 책임론을 거론하면서 인준반대의 목소리를 높임에 따라 버냉키 본인은 물론 오바마 행정부까지도 진땀을 흘리게 만들었던 것.

인준 투표를 앞두고 상원의원들이 앞다퉈 인준 반대의사를 밝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역대 연준 의장 가운데 가장 많은 반대표를 받으면서 재임 인준안이 가결된 것은 버냉키에게는 수모에 가깝다.

“정책금리를 제로(0)로 낮춰 중앙은행이 동원할 통화정책 수단이 고갈되면, 헬리콥터로 공중에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주장을 펴 ‘헬리콥터 벤’이라고 불려온 버냉키 의장은 지난 4년간의 1기 임기의 공과를 따지자면 완전히 낙제점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2006년초 앨런 그린스펀으로부터 연준의 지휘봉을 넘겨받은 버냉키는 처음 몇년간은 전임 그린스펀이 벌려놓은 유동성 잔치를 수습하는데 집중,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금융위기 발발을 사전에 막지 못한 것과 금리인하의 타이밍을 놓친 것에 대해서는 버냉키도 “신이 아닌 이상” 어쩔 수 없었다는 일부 동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며, 위기가 터진 후에는 재빨리 정책금리를 제로(0)수준으로 낮추고 ‘헬리콥터 벤’ 답게 2조달러가 넘는 유동성을 살포, 미국 금융시장을 벼랑끝에서 건져내는데 성공했다는 찬사도 없지 않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버냉키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기는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버냉키 의장이 금융위기 수습 과정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워싱턴 정가에서 버냉키의 재임 인준을 바라보는 인식은 “최선은 아니지만 달리 대안이 없는 선택”이라는 쪽에 가깝다.

단임으로 버냉키를 내쫓는 것은 오바마에게 너무나 큰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의회도 인준안 부결이라는 “뒷감당이 곤란한” 일을 감행할 용기는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금융위기로 파산위기에 몰려 국민 혈세로 구제금융을 받았던 대형 금융회사들이 흑자를 내기 시작하면서 보너스 잔치를 일삼는 행태는 구제금융 정책을 주도해온 연준과 재무부가 비난의 화살을 받게 만들었으며,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도 추락을 거듭했다.

지난달 초 상원의 인준청문회때 짐 버닝(공화.켄터키) 상원의원은 버냉키 의장을 향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는 용어의 정의 그 자체”라고 일갈했다.

이런 분위기는 2기 임기를 시작하는 버냉키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구제금융 정책의 폐단에 대해 책임질 희생양을 찾아온 정치인들은 인책 리스트의 상위에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버냉키 의장의 이름을 올렸다.

이번 버냉키 인준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상원의원들은 대부분 11월 중간선거에서 재신임을 받아야 하는 경우였다.

이 때문에 버냉키로서는 11월 중간선거때까지 도마에 올려져 선거입후보자들로부터 쉴새 없이 난도질을 당해야 할 형편이다.

게다가 의회는 연준에 대해 의회의 회계감사를 받도록 하는 한편 연준의 금융시장 감독기능을 일부 축소시키는 쪽으로 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버냉키는 이런 의회의 규제 시도를 막아내는데도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그러나 이 정도의 고민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버냉키가 안고 있는 최대의 숙제는 출구전략의 시기와 방법을 택해 이를 시행해야 하는 것이다.

위기 수습과 경기부양을 위해 지금까지 뿌려놓은 각종 지원책과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것은, 빚에 허덕이는 가계와 자금조달에 애를 먹는 기업들,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에 매달려야 하는 정치인 모두에게 환영받을 수 없는 조치다.

버냉키는 “자산거품을 만드는 일부 폐해를 감수하더라도 경제를 확실하게 성장궤도에 올려놓을 때까지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할 것”이라는 의지를 다져왔지만, 경제가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서 마냥 제로금리 정책을 고수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당장 연준 이사들 가운데 토머스 호니그 이사와 같은 매파 성향의 인물은 금리인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버냉키를 압박하고 있다.

출구전략을 너무 서둘렀다가는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고 시행시기를 한참 늦출 경우 금융시장에 또 다른 위기의 씨앗을 뿌릴 수도 있기 때문에 최적의 타이밍을 찾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금융위기 발발 때처럼 버냉키가 출구전략의 타이밍까지 놓칠 경우 의회를 비롯한 정치권은 더 이상 버냉키를 비호할 수 없게 되고, 2기 임기를 끝으로 연준의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할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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