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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형칠선수 탔던 애마 ‘벤더버그’ 안락사 않고 내년초 귀국 ‘제2의 삶’

故김형칠선수 탔던 애마 ‘벤더버그’ 안락사 않고 내년초 귀국 ‘제2의 삶’

임일영 기자
입력 2006-12-21 00:00
업데이트 2006-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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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산 거세마인 ‘벤더버그 블랙’(12)은 썩 괜찮은 말이었다.2002년 7월 초 5만 2000호주달러(약 3840만원)의 몸값에 한국 땅을 밟은 뒤 곧바로 출전한 부산아시안게임 종합마술 단체전에서 주인과 찰떡 호흡을 뽐내며 은메달을 합작했다.

그러나 ‘벤디’란 애칭으로 주인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이 말은 지난 7일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뜻하지 않게 나락으로 떨어졌다. 빗줄기 속에서 열린 종합마술 경기 도중 앞발이 장애물 끝에 걸려 공중제비를 돌았고, 그 탓에 주인인 고(故) 김형칠 선수를 먼저 떠나보냈다.

이후 벤디의 뒷다리가 부러져 현지에서 ‘안락사’를 시킬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말에 대한 소유권을 가진 유족들도 “어차피 다리가 심하게 부러졌다면 고인과 함께 하늘나라로 떠나보내는 게 좋겠다.”는 입장이었다. 국내외 언론들도 ‘안락사’를 기정사실화했다. 당시 네티즌들은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주인과 말을 순장시키느냐.”며 대한승마협회를 거세게 비난했다.

“벤디, 안락사 안 시킨다”

안락사 위기에 놓였던 벤디에게 최근 희망적인 소식이 날아 들었다.‘벤디의 재활이 가능해 안락사를 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벤디를 정밀진단한 튀니지 출신의 이네스 올파 벤트 투자니(아시안게임 수의분과위원장) 박사는 “엑스레이 촬영 결과 뒷다리 골절은 나타나지 않았다. 고관절에 실금이 갔을 뿐이어서 재활을 통해 보행이 가능할 정도까지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벤디는 카타르승마협회장인 셰이크 하마드 빈 알리 알 타니 소유의 ‘마장(馬場)’으로 옮겨졌다. 치료와 재활은 투자니 박사의 손에 맡겨졌고, 비용은 알 타니 회장이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고 김형칠 선수의 유족들도 “벤디가 돌아온다면 고인이 살아돌아온 것처럼 기쁠 것”이라며 반겼다.

승마계도 크게 환영했다.‘인마일체’를 중시하는 승마계에서 말을 안락사시키는 예가 좀처럼 드물기 때문이다. 시합용으론 어렵더라도 재활을 통해 초보자용 승용마로라도 거듭나게 하는 것이 관례다.

용인 금안회 마장에서 새 삶

승마협회 박원오 전무이사는 “국내로 돌아오기까지 최소 한 달은 걸릴 것 같다. 컨테이너에 실어 비행기로 수송해야 하는데 24시간 이상 서 있을 정도로 벤디의 근력이 회복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벤디는 치료와 재활을 마친 뒤 내년 초 경기도 용인의 ‘금안회’ 마장에서 고인 대신 운영을 맡은 형 성칠씨 부자의 보살핌을 받으며 ‘제2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경기용 말로는 재기하기 어렵지만 자연사하는 그 날까지 편안하게 지내도록 한다는 것이 고인의 유지를 받드는 길이라고 유족들은 생각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2006-12-2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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