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 요약
- 정조 화성 원행 재현, 수원화성문화제 개막
- 야조·선유몽·행궁야화, 3대 대표공연 구성
- 능행차·시민건축 참여, 도시 전체 축제화
궁중·왕릉 축제 전문 조형제 총감독
오는 10월 4~11일 경기 수원 일대에서 열리는 수원화성문화제의 대표 공연으로 꼽히는 ‘야조’의 한 장면. 정조가 호위 군영 장용영을 지휘하며 펼친 야간 군사훈련을 토대로 했다. 수원시 제공
1795년 윤2월, 조선 22대 임금 정조(1752~1800)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기리며 8일에 걸친 화성 원행에 나섰다. 231년 전 그 여정을 오늘의 무대로 불러내는 제63회 수원화성문화제가 10월 4일부터 11일까지 경기 수원시 행궁광장과 화성행궁, 수원화성 일원에서 열린다. 수원화성 축성 230주년을 맞은 올해의 주제는 백성을 널리 이롭게 하는 새로운 빛이라는 뜻의 ‘새빛홍민’이다.
축제의 뼈대는 수원화성을 통째로 무대 삼는 세 편의 공연이다. 주제공연 수원판타지 ‘야조’는 정조가 호위 군영 장용영을 지휘하며 펼친 야간 군사훈련을 모티브로, 7~11일 매일 오후 8시 실제 훈련장이었던 연무대에서 막을 올린다. 방화수류정 아래 용연의 수면에 물과 빛, 음악을 띄우는 수상 퍼포먼스 ‘선유몽’은 5일부터 11일까지 이어진다.
올해 처음 선보이는 ‘행궁야화’(3~11일)는 관객이 객석에 앉는 대신 화성행궁 전각 사이를 걸으며 장면을 찾아가는 몰입형 야간 공연이다. 4일에는 서울·경기·수원·화성이 함께 재현하는 정조대왕 능행차 ‘새빛행행’이 서울 경복궁과 수원 일대, 화성 융릉 등에서 펼쳐진다. 수원 구간에서만 시민 퍼레이드 1240여 명과 재현행렬 1000여명, 말 60필이 길을 메운다. 9월 19일 화서문과 장안문, 장안공원에서 먼저 불을 밝힌 미디어아트까지 더하면 수원의 가을은 한 줄기 이야기로 이어진다.
조형제 수원화성문화제 총감독이 오는 10월 4~11일 경기 수원 일대에서 열리는 문화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2023년부터 문화제를 이끌어 온 조형제(59) 총감독은 궁중문화축전 연출과 조선왕릉축전 총감독을 거친 문화유산 축제 전문가다. 28일 만난 그는 효에서 강병, 다시 홍민으로 옮겨 온 듯한 문화제의 흐름에 대해 “정조의 효와 강한 군사력, 백성을 이롭게 하려는 마음은 서로 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모를 향한 마음에서 출발해 나라의 질서를 세우고, 그 힘이 결국 백성의 삶을 지키는 데 쓰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면서 “화려한 행차나 웅장한 성곽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정조가 꿈꾼 세상이 오늘을 사는 사람들과 어떻게 만나는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3년 만에 되살린 ‘야조’는 그가 직접 연출을 맡았다. 조 총감독은 “규모 자체보다 관객이 그 현장에 들어와 있다고 느끼는 경험이 중요했다”면서 “군사들의 움직임과 정조의 결단이 하나의 이야기로 전달되도록 공연의 흐름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세 공연을 수원화성문화제의 ‘3대 IP’로 내세운 데 대해서는 “같은 역사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만나는 세 개의 입구”라며 ‘야조’가 집단의 에너지를 보여준다면 ‘선유몽’은 정조의 꿈을 감각적인 언어로 펼치고, ‘행궁야화’는 관객이 걸으며 이야기를 직접 만나게 한다고 풀이했다.
‘야조’·‘선유몽’·‘행궁야화’ 대표공연
수원화성 전체를 무대로 시민과 함께
오는 10월 4~11일 경기 수원 일대에서 열리는 수원화성문화제의 대표 공연으로 꼽히는 ‘야조’의 한 장면. 정조가 호위 군영 장용영을 지휘하며 펼친 야간 군사훈련을 토대로 집단의 에너지를 보여준다. 수원시 제공
‘행궁야화’는 대사 없이 시각 요소와 미디어아트만으로 짜여 외국인 관객도 한국의 정서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다만 실제 전각과 마당을 무대로 쓰는 만큼 보존이라는 과제가 따른다. 그는 “궁과 왕릉, 행궁은 무대 장치를 더하지 않아도 저마다의 시간과 질서를 지닌 공간”이라면서 “보존은 기술 검토의 마지막 항목이 아니라 기획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연이 끝난 뒤에도 그 공간이 본래의 모습과 의미로 온전히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가 지키려는 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시민 참여도 올해 문화제를 떠받친다. 시민 500여명이 종이박스 모듈을 쌓아 화홍문을 실제 크기의 70%로 세우는 ‘시민의 위대한 건축-화홍’은 지난해 팔달문에 이은 두 번째 도전이다. 세웠다가 다시 허무는 종이 건축을 택한 까닭을 묻자 조 총감독은 “거대한 건축도 결국 수많은 사람의 생각과 노동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게 하고 싶었다”면서 “마지막의 ‘비움’은 완성물을 없애는 행위가 아니라 함께 만든 경험을 각자의 기억으로 가져가는 과정이다”고 답했다.
대규모 참여가 자칫 동원으로 비치지 않을지 묻자 “참여 인원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시민 참여가 완성되지는 않는다”면서 “참여한 이들이 ‘내가 그 안에 있었다’가 아니라 ‘내가 그것을 함께 만들었다’고 느낄 때 비로소 제대로 이뤄진 것이다”고 짚었다.
제63회 수원화성문화제에선 시민 500여명이 참여해 화홍문을 실제 크기의 70%로 세우는 ‘시민의 위대한 건축-화홍’을 진행한다. 지난해 팔달문(사진)에 이은 두 번째 도전이다. 수원시 제공
문화제는 1964년 10월 15일, 경기도청을 수원으로 이전하는 계획이 확정된 것을 기념한 ‘화홍문화제’를 뿌리로 한다. 2024년 ‘글로벌 축제’로 선정된 뒤 사흘이던 일정을 을묘원행의 기록에 맞춰 8일로 늘렸다. 지난해 미디어아트와 능행차를 합친 수원 3대 가을 축제에는 112만여명이 다녀갔고, 직접 경제효과는 604억원으로 집계됐다.
조 총감독은 “축제의 원형적 철학과 관광산업적 기능이 공존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옥토버페스트나 토마토 축제처럼 재밌게 놀다 보니 관광이 따라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내다봤다. 재정 자립도를 높여 행정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을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주문도 곁들였다.
그가 축제라는 형식에 끌리는 이유는 일상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차량으로 가득하던 도로 위로 왕의 행렬이 지나가고, 도심 한복판에서 사람들이 함께 거대한 종이 구조물을 들어 올리는 순간이 평생 남는 한 장면이 된다는 믿음이다. “수원화성은 세계가 주목하는 유산이면서 시민이 매일 마주하는 도시의 풍경이기도 합니다. 언젠가 ‘수원화성을 보러 간다’는 말과 ‘수원화성문화제를 경험하러 간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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