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뺨치네 전통무 칼군무

케이팝 뺨치네 전통무 칼군무

윤수경 기자
윤수경 기자
입력 2022-05-11 20:58
수정 2022-05-12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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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일무’

종묘 제향 때 줄지어 추는 춤
세계적 무용가 김성훈·김재덕
정구호, 무대·의상 미장센 총괄
19~2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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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5층 서울시무용단 연습실에서 고쟁이와 무지개 치마를 차용한 의상을 입은 ‘일무’의 무용수들이 군무를 선보이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5층 서울시무용단 연습실에서 고쟁이와 무지개 치마를 차용한 의상을 입은 ‘일무’의 무용수들이 군무를 선보이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무용단 연습실. 7행 7열로 선 무용수들은 정면에 있는 전면 거울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자신의 동작을 점검했다. 하늘을 찌를 듯 동시에 곧게 뻗어 낸 마흔아홉 개의 손에서 절제미가 느껴졌다. 이어 뒤돌아 오른팔을 둥그렇게 굽혀 올리고 반대로 왼팔은 땅을 향해 둥그렇게 굽혀 우아함을 배가시켰다. 고쟁이와 무지개치마를 차용한 붉은 하의는 무용수들의 몸짓에 따라 화려하게 휘몰아쳤다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무용수들이 바닥에 발을 구를 때마다 그 진동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빠르고 강렬하게 흐르던 음악이 멈추자 무용수들은 그제야 마스크 뒤로 숨을 몰아쉬었다.

서울시무용단이 오는 19~2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종묘제례악의 의식 무용인 ‘일무’(佾舞)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 선보인다. 일무는 조선 왕실 제사인 종묘제례 때 쓰인 종묘제례악 가운데 여러 사람이 줄을 맞춰 추는 무용이다. 일(佾)은 ‘줄’을 뜻한다. 궁중무의 독특한 대형과 구성의 변화 등을 재해석한 이번 작품에서는 케이팝 아이돌을 연상케 하는 ‘칼군무’를 볼 수 있다.

서울시무용단은 이날 처음 공연 의상을 갖춰 입고 1막 ‘일무연구’ 중 무관의 춤 ‘무무’(武舞)와 3막 ‘신(新)일무’를 연습했다. 일무연구는 한국 전통 춤의 형태와 구성이 온전히 구현되는 반면 신일무는 세계적인 현대무용가 김성훈, 김재덕과 정혜진 서울시무용단장이 안무가로 참여해 새로운 스타일의 일무를 만들어 냈다. 예술감독도 맡은 정 단장은 “일무를 통해 전통이 현대로 이어지고 또다시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전체를 아우르며 예술적 아름다움이 돋보일 수 있게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종묘제례악의 음악 역시 새롭게 태어났다. 음악까지 담당한 김재덕은 “콘트라베이스의 저음을 깎아 아쟁인 듯 아닌 듯하게 사운드를 만들고, 싱잉볼을 마림바 스틱으로 쳐 경의 소리를 냈다. 고음을 내는 태평소, 피리 같은 악기 소리는 빼서 무거운 느낌을 덜어 냈다”고 설명했다.

‘일무’는 정구호와의 만남으로도 화제가 됐다. 패션 디자이너인 그는 영화·공연·공간·전시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국립무용단의 ‘단’, ‘묵향’(이상 2013), ‘향연’(2015), ‘춘상’(2017), ‘산조’(2021), 전북도립국악원의 ‘모악정서’(2018) 등에서도 자신만의 한국의 미를 만들어 호평받았다. 서울시무용단과의 첫 만남인 이번 작품에서 그는 무대·의상·조명·소품 등 미장센 전 분야의 디자인을 맡았다. 정구호는 “현대 무용과 일무의 접목은 의미 있는 작업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가 신(新)전통을 만드는 게 의무이자 목표라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며 “정해진 틀에서 해체와 재조합을 통해 변화를 추구했고 현대적 시선으로 강조할 부분은 강조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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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2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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