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시향 협연 앞둔 ‘쇼팽 콩쿠르 우승’ 브루스 류
지난달 콩쿠르 무대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춤을 즐겼을 쇼팽을 떠올리며 섬세하고 우아한 연주를 선보였다.
쇼팽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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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피아니스트들의 꿈의 무대에서 1위에 오른 영광의 순간을 재연하는 자리를 앞두고 18일 화상으로 만난 그는 오히려 덤덤한 얼굴이었다. 류는 “콩쿠르에서 우승할 거라고 전혀 기대하지 못했고 우승했을 때도 갈라 콘서트에서 또 연주해야 한다는 걱정이 앞섰다”면서 “대회가 끝난 뒤 며칠만 쉬고 계속 연주를 하고 있어 여전히 풀코스 마라톤을 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콩쿠르 직후 그는 폴란드에서 전국 투어를 갖고 해외 무대를 누비고 있다. 이날 만남도 이스라엘 공연을 마치고 캐나다로 돌아온 다음날 이뤄졌다.
그가 ‘잠도 못 자고 먹을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쁜 시간을 마냥 토로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연주를 위해 여행하는 삶이 누군가에겐 꿈같은 시간일 수 있다”며 “불평하고 싶진 않다”는 그의 웃음엔 피아노와 함께하는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마음이 더 커 보였다.
그는 “프로페셔널 피아니스트가 되기로 언제 결심했느냐”는 물음에 “아직 결심하지 않았다”고 농담을 할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취미 부자’이기도 하다. 매일 수영을 즐기는 것은 물론 카트 레이싱에 푹 빠져 레이스 영상을 콩쿠르 예선에서 자랑하기도 했다. “지금은 물론 다른 어떤 취미보다 피아노에 헌신하고 있지만 피아노가 그저 일상의 루틴이나 직업으로 굳어지길 바라진 않는다”고 류는 강조했다. 그에겐 취미가 곧 “열정과 흥미가 가득한 것”이라고 하니 피아니스트로서 언제든 피아노에 대한 관심과 즐거움을 지키고 싶다는 뜻으로 들린다.
오는 27일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의 영광을 재연할 피아니스트 브루스 류.
쇼팽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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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피아노와 삶의 균형을 갖는 것”, “‘쇼팽 스페셜리스트’ 틀에 갇히고 싶진 않다”는 등 자유분방한 류는 앞으로 더욱 많은 레퍼토리로 관객들을 만날 것을 예고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한국에서의 연주가 기대되고 감사하다”며 국내 팬들과의 첫 만남에 대한 설렘도 빼놓지 않았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21-11-19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