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버텨! 숨 쉬어!”…숨 참으며 ‘내 이웃’을 구했다

“조금만 버텨! 숨 쉬어!”…숨 참으며 ‘내 이웃’을 구했다

김채현 기자
김채현 기자
입력 2022-08-12 09:07
수정 2022-08-12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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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폭우로 침수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방에 갇힌 이웃을 구조하고 있는 모습. SBS 화면 캡처
시민들이 폭우로 침수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방에 갇힌 이웃을 구조하고 있는 모습. SBS 화면 캡처
“30분 정도만 더 있었으면 저 아마 이 세상에 없었을 수도 있다”

수도권 곳곳을 수마가 할퀴고 간 지난 8일 밤 10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반지하 방에 빗물이 차올라 어른 얼굴까지 물이 차올랐다.

자칫 참극이 벌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지만 이웃들은 반지하방 창문에 달려들어 생명을 구했다.

급박했던 상황은 현장을 목격한 한 시민이 제보한 영상을 통해 공개됐다.

KBS, SBS 등 통해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8일 반지하방이 침수돼 일가족 3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던 곳에서 불과 4분 거리 떨어져 있던 장소에서 촬영된 영상이었다.

영상에는 반지하방에 이미 빗물이 가득 차올라 있는 가운데 이웃들이 구조에 안간힘을 쓴 장면이 담겼다.

이웃들은 “이거 깨야 해요”, “차에 가면 창문 깨는 거 있어요. 그것 좀 갖다줘요”라고 외치며 창문을 깨고 안에 있던 이씨를 구하려 애썼다.

빗물은 이미 이씨의 얼굴까지 차올라 있었다.
시민들이 폭우로 침수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방에 갇힌 이웃을 구조하고 있는 모습. KBS
시민들이 폭우로 침수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방에 갇힌 이웃을 구조하고 있는 모습. KBS
한 남성은 이씨의 이름을 부르며 “조금만 버텨. 침착해. 침착하게 있어. 조금만 기다려. 불빛 보고 오면 돼. 바로 손잡으면 돼”라고 독려하며 구조에 집중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휴대전화 불빛을 켜서 구조를 도왔다.

이들은 파이프렌치와 소화기 등으로 힘껏 창문을 쳤지만 물에 이미 잠겨 있어 수압 때문에 쉽게 깨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한 남성은 유리 파편에 손을 다쳤으면서도 구조의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소화기로 추정되는 물체로 수차례 때린 끝에 물속에 잠겼던 창문이 결국 깨졌다.

“손 손 손! 숨 쉬어!”, “다 나왔어, 괜찮아”깨진 창문 사이로 이씨가 빠져 나왔다. 이웃들은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이씨를 끌어안으며 안도했다.

주변에서 구조를 돕던 시민들은 “아 됐다. 살았다”라며 박수를 쳤다.
시민들이 폭우로 침수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방에 갇힌 이웃을 구조하고 있는 모습. 방송 캡처
시민들이 폭우로 침수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방에 갇힌 이웃을 구조하고 있는 모습. 방송 캡처
이씨는 SBS 인터뷰에서 당시 빗물이 종아리까지 차면서 탈출하려 했으나 수압 때문에 현관문이 열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30분 정도만 더 있었으면 저 아마 이 세상에 없었을 수도 있다”며 “저도 항상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폭우로 거주지를 떠나 대피한 사람은 7개 시도, 54개 시군구에서 6299명이다.

주택 파손·침수 등의 피해를 본 이재민은 1492명이며, 피해 우려로 일시 대피한 사람은 4807명이다. 지자체와 재해구호협회, 적십자사 등은 이들에게 구호물품 4만점을 제공했다.

사유시설 피해는 모두 3879건이며 공공시설 피해는 656건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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