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비극성 고발한 한국 대표 극작가 박조열씨 별세

분단의 비극성 고발한 한국 대표 극작가 박조열씨 별세

입력 2016-02-21 12:28
업데이트 2016-02-21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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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향민 출신으로 1986년 이후 희곡 창작 중단한 과작의 작가

분단의 비극성을 집요하게 파고든 한국의 대표적 극작가 박조열 씨가 20일 오후 7시께 심장마비로 서울 여의도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86세.

한국의 대표적 극작가 가운데 한 명인 박조열 씨가 20일 오후 7시께 심장마비로 서울 여의도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86세.  3년 전께부터 신부전증을 앓던 박 씨는 이날 투석 과정에서 숨을 거뒀다. 연합뉴스
한국의 대표적 극작가 가운데 한 명인 박조열 씨가 20일 오후 7시께 심장마비로 서울 여의도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86세.
3년 전께부터 신부전증을 앓던 박 씨는 이날 투석 과정에서 숨을 거뒀다.
연합뉴스
3년 전께부터 신부전증을 앓던 박 씨는 이날 투석 과정에서 숨을 거뒀다.

1930년 10월8일 함경남도 함주에서 태어나 한국전쟁 직후 월남한 고인은 스스로 겪은 분단과 전쟁의 비극을 작품에 담아 고발한 작가다.

고유한 희극정신과 새로운 양식의 시도로 분단 현실과 현대인의 위선을 부조리적으로 드러내는 등 한국 극 문학의 표현 영역을 넓힌 것으로도 평가되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다.

북한 원산공업학교에서 문학 교원을 지내다가 한국전쟁 직후 가족을 남겨두고 홀로 남으로 향한 그는 월남 후 입대해 1963년 육군에서 예편했다.

1963년 드라마센터 연극 아카데미(현 서울예술대학)에서 공부하면서 희곡 ‘관광지대’로 극작계에 데뷔했다.

이후 ‘토끼와 포수’(1964), ‘목이 긴 두 사람의 대화’(1966), ‘불임증 부부’(1967), ‘흰둥이의 방문’(1970), ‘오장군의 발톱’(1974), ‘조만식은 아직도 살아있는가’(1976) 등을 발표했다. 희곡 외에 TV, 라디오 드라마도 썼다.

그의 작품은 분단의 비극을 다룬 것이 많은데, 철조망을 사이에 둔 A와 B가 정상회담을 흉내 내며 대장을 기다린다는 내용의 ‘목이 긴 두 사람의 대화’는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와 자주 비교되며 한국 최초의 부조리극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역사성과 정치성을 거부하는 온전한 부조리극이라고는 보기 어렵고 한반도의 비극적 정치 현실을 풍자한 정치우화극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전쟁을 소재로 전쟁의 야만성을 고발한 ‘오장군의 발톱’은 작가가 한국전쟁 당시 최전방에서 복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순진한 청년을 통해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도 모른 채 상대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다 사라져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군대문화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15년간 공연이 금지됐다가 1988년에야 해금된 작품이다. 해금되던 해 극단 미추가 문예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려 백상예술대상 희곡상을 수상했고 다음해 전국연극제에 출품해 최우수상과 연기상을 받았다.

고인은 북에서 고통받은 가족들의 소식을 전해 들은 뒤인 1986년 이후 극작을 중단했다. 수십 년간 단 10편 정도의 작품만 남긴 과작의 작가다.

그는 2010년 국내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내가 제일 그리고 싶은 것은 분단 이야기예요. 분단 때문에 생기는 사람 이야기, 슬픔, 그리움을 담고 싶어요. 그러면 가족사가 생각날 수밖에 없어요. 말할 수 없이 비참합니다.”라며 절필의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고인은 극작 뿐 아니라 연극 시평, 교육자로도 활동했다.

1986년 연극에 대한 사전 규제 근거가 된 공연법의 위헌성을 최초로 공개 제기하고, 이후에도 수년간 그 강도를 높여가면서 사전 규제 폐지 운동을 주도, 1991년 공연법 개정에 기여하기도 했다.

숭의여자전문대 문예창작과 강사, 한양대 연극영화과 강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겸임교수 등을 지냈다.

연극상 대상 및 희곡상(1965), 대한민국 방송대상 극본상(1981), 백상예술대상(1988), 옥관문화훈장(1999) 등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최선분씨, 아들 박현섭(서울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씨가 있다.

빈소는 여의도성모병원, 발인은 23일 오전 8시. 장지는 미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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