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박종훈 “전혀 다른 色의 음악들이 날 자극”

피아니스트 박종훈 “전혀 다른 色의 음악들이 날 자극”

입력 2012-10-15 00:00
수정 2012-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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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에이지 크로스오버 데뷔 10주년 맞는 피아니스트 박종훈

클래식 연주자가 뉴에이지(혹은 이지리스닝)나 크로스오버 음악을 하면 ‘날라리’ 취급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가끔 리사이틀에서 팬서비스로 한두 곡 앙코르를 하는 경우는 있지만, 작정하고 앨범까지 내놓은 경우는 드물었다. 꼭 10년 전 피아니스트 박종훈(43)이 뉴에이지 앨범 ‘안단테 텐덜리’를 발표했을 때 의아한 시선들이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종훈은 일본인 아내인 지아루 아이자와와 함께 듀오 비비드란 이름으로도 활동한다. 아내와 함께 연주할 때 단점을 물었다. “둘이 나란히 앉아 연주하다 보면 페달을 밟으려다가 상대 발을 밟고, 흥에 겨워 상대 팔을 건들기도 하고, 손톱에 긁히기도 하는데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문제들로 많이 다퉜다.”며 웃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박종훈은 일본인 아내인 지아루 아이자와와 함께 듀오 비비드란 이름으로도 활동한다. 아내와 함께 연주할 때 단점을 물었다. “둘이 나란히 앉아 연주하다 보면 페달을 밟으려다가 상대 발을 밟고, 흥에 겨워 상대 팔을 건들기도 하고, 손톱에 긁히기도 하는데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문제들로 많이 다퉜다.”며 웃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그가 엘리트 코스를 거친 데다 막 피아니스트로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단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박종훈은 “뉴에이지 음악을 가볍게 보는 시선들은 알고 있다. 베토벤 피아노소나타와 비교하면 유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뉴에이지는 이해하기 쉽게 예쁜 멜로디로 만든 피아노곡으로 가치가 있다. 편안하게 쉴 때조차 베토벤의 곡을 들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라며 웃어넘겼다.

박종훈은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작은할아버지의 권유로 3살 때 바이올린을, 5살 때 피아노를 시작했다. 12살 때부터 피아노에만 전념했다. “바이올린은 어렸을 때부터 재미가 없었다. 반면 피아노는 연습한다기보다 논다는 생각으로 했다. 남달리 목이 긴 편이어서인지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 무리가 왔던 것도 피아노에 전념한 이유가 됐다.”

15살 때 서울시향과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을 협연할 만큼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이후 줄리아드 음대 대학원에선 세이모르 립킨을, 이탈리아 이몰라 피아노 아카데미에서 라자르 베르만을 사사했다. 2000년 이탈리아 산레모 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유럽 무대에 데뷔했다. 그즈음 한국에선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앙드레 가뇽이 인기였다. 마침 박종훈의 연주를 지켜본 유니버설뮤직 관계자가 ‘앙드레 가뇽 풍의 앨범을 내놓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서울예고 시절 딥퍼플에 빠져 록밴드 기타리스트를 했고, 이후 재즈와 팝을 즐겨 듣고 이지리스닝 계열의 피아노곡을 작곡해 놓았던 박종훈은 선뜻 수락했다.

그렇다고 뉴에이지로 방향을 튼 건 아니다. 2009년 프란츠 리스트(1811~1886)의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 연주회를, 지난해에는 ‘파가니니에 의한 대연습곡’ 전곡 연주에 도전했다. 훤칠한 키와 수려한 외모, 남다른 쇼맨십으로 유럽 전역 귀부인들의 넋을 잃게 했던 19세기 슈퍼스타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은 웬만한 피아니스트는 고개를 내두르는 난해한 레퍼토리다. 피아노곡의 스펙트럼을 1~10까지 나눈다면 박종훈은 극단을 오가는 행보를 반복하는 셈이다.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음악이 다르다. 욕심이 많은 것일 수도 있고, 나쁘게 말하면 금방 싫증 낸다. 리스트의 곡을 오래 연습하고 있으면 짜증 난다. 그럴 때 크로스오버 곡들을 연습하면 리스트를 치고 싶어진다. 전혀 다른 색깔의 음악이 날 자극하고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박종훈은 23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뉴에이지·크로스오버 데뷔 10주년 특별공연을 연다. 박종훈이 대표로 있는 ‘루비스폴카’ 소속 비올리스트 가영과 함께하는 카르멘을 빼면 대부분 직접 작곡한 곡들로 채워진다. “귀에 익은 곡들이 아니라 (티켓 판매의) 위험부담도 있지만 지난 10년 동안 내가 만든 곡들을 들려주고 싶다.”는 게 박종훈의 설명이다.

이달에 나올 새음반 수록곡도 소개된다. “서정적인 뉴에이지 피아노 솔로 곡으로만 100% 채웠다. 쉽고 낭만적인 멜로디이면서도 화성 진행도 신경을 쓰고, 가볍지만 대위법적인 요소들도 포함시킨 깊이 있는 곡들”이라고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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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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