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혈조 교수 ‘열하일기’ 완역…中 답사해 기존서 오류 잡아
연암 박지원(1737~1805)의 중국 기행문인 ‘열하일기’는 초고가 완성되기도 전에 주변에 입소문이 날 정도로 영향력이 컸지만 현실비판적인 내용과 신랄한 표현으로 공간(公刊)되지 못하고, 오직 필사로만 유통됐다. 그러다 1915년 일본인 아오야기 고타로가 경성에서 조선연구회 고서진서간행의 일환으로 ‘연암외집’(전 2권)을 인쇄본으로 처음 완역 출간한 이래 지금까지 수십종의 번역본이 나왔다.하지만 ‘열하일기’는 철학, 음악, 과학 등 어려운 내용이 많은 데다 당시 백화(白話)인 청나라 말을 그대로 사용해 고전문학 전공자들에게도 결코 녹록지 않은 고전이다. 그만큼 번역 과정에서 오류와 오역의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실상 지금까지 학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번역본으로 꼽히는 북한 학자 리상호의 ‘열하일기’(전3권, 1957년 완간)조차도 상당한 오역이 발견된다.
김혈조 영남대 한문교육과 교수가 기존의 오역과 오류를 최대한 바로잡은 ‘열하일기’(전 3권, 돌베게)완역본을 펴냈다.
연암 산문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연암 연구에 매진해온 김 교수는 2007년 여름부터 1년간 중국 산둥대에 머물며 연암이 다녔던 장소를 직접 답사해 글의 진위를 확인하고, 자료들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연암 스스로 빈 칸으로 비워둔 경우가 아니라면 모두 그 전고를 찾아 번역했고, 청나라 때 자료를 대조해 오역으로 남은 인명, 지명 등을 바로잡았다. 또 필사본으로 전해지면서 원문 텍스트에 불가피하게 생긴 오탈자를 바로잡고, 고사성어와 전고 등을 모두 찾아서 번역했다. 이와 함께 답사지에서 찍은 사진 500컷을 수록해 이해를 도왔다.
김 교수는 서문에서 “원작에 충실하고 완성도 높은 번역서를 만드는 일은 학자에게 주어진 의무”라고 밝혔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09-09-2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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