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神父들의 1박2일 종교화합 순례기
“이슬람 사원에서는 왜 남녀 공간이 분리돼 있나요?” “한국 이슬람 여성도 히잡(이슬람식 여성 머릿수건)을 쓰나요?” 지난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이슬람중앙성원. 로만칼라에 말끔한 검은 셔츠를 입은 예비 신부들은 쉼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그리고 질문을 받은 이규화 부(副)이맘(이슬람 종교지도자)은 하나하나 친절히 답변을 한다.“줄 맞춰 예배를 볼 때 서로 어깨를 맞대기 때문에 불편함과 불경한 마음이 없도록 남녀 공간을 나눈 거죠. 이슬람 여성의 히잡은 수녀님들의 수녀복과 다르지 않습니다. 쿠란에 명시된 이슬람인의 신앙행위 중 하나이지요.”
주교회의 제공
인천교구 소속 예비 신부들이 밝은 얼굴로 이슬람 중앙성원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주교회의 제공
주교회의 제공
●인천가톨릭대학 예비사제 20명 체험
올해는 인천가톨릭대학 소속 20명의 예비 사제들이 25~26일 1박2일로 첫날에는 성공회와 정교회를 찾았고, 26일에는 행사 마지막 일정으로 이슬람 중앙성원을 찾았다. 이중 11명은 내년 1월이면 사제품을 받는 부제들. 곧 성사를 주관할 입장이지만 이슬람에 대해서는 평소 대화를 나눌 기회조차 드물었기에 누구보다 진지하게 만남에 임했다.
한국 이슬람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예비 신부들은 이어 오후 예배를 참관했다. 그리고 예배를 주관한 이행래 이맘과 다시 대화의 시간을 이어 갔다. 이 자리에서 예비 신부들을 인솔한 인천가톨릭대 송용민(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총무) 신부는 “언론에 자주 보도되는 대로 그저 테러와 연관된 이미지로만 이슬람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면서 “이슬람의 많은 부분을 잘못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이맘은 “정의를 위해 힘쓰는 게 신앙인들이 할 일이다. 우리는 똑같이 그 길을 가는 사람들”이라면서 “정의로운 선배들을 모범으로 삼으라.”고 예비 신부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이들은 앞서 정오쯤 서울 조계사에서 불교와의 만남도 가졌다. 총무원 내 나무갤러리 카페에서 조계종 총무원 총무국장 혜경 스님, 조계사 사회차장 고경 스님 등과 만난 예비 신부들은 승려 교육과정부터 수행생활, 템플스테이의 효과 등 평소 불교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질문했다.
이 자리에서 혜경 스님은 “이 시대의 화두가 종교 간의 화합이라는 말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면서 예비 신부들의 질문에 답했다.
●성공회·정교회·이슬람·불교 순례
조계사 경내를 둘러보는 시간도 가졌다. 예비 신부들에게 조계사 경내를 안내한 고경 스님은 대적광전 앞에서 삼위일체 사상과 불교 삼신불 사상의 공통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선조들의 숨결을 고스란히 지켜온 것이 불교사찰”이라면서 “머지않아 문화재가 될 성당 역시 잘 보존해서 후손들에게 전해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들은 조계사를 둘러 본 뒤 사찰 앞에서 농성 중인 ‘운하백지화국민행동’ 회원들을 찾아 박수로 격려했다.
종교간 대화에 참석한 김현우 바오로(27) 부제는 “처음에는 이슬람 하면 테러 등 좋지 않은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다.”면서 “이번 기회에 많은 오해가 풀렸고, 같은 유일신 신앙인으로서 각자의 신앙을 인정하고 공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기회가 된다면 불교 같은 경우 템플스테이를 통해 더 많은 걸 배워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2009-07-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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