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그의 장기는 화조도(花鳥圖)였다. 이화여대 재학 시절부터 꽃·새·나무·동물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그렸다. 그 그림으로 1970년 국전에서 국회의장상을, 6년 뒤인 1976년에는 국전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화려한 색채를 내세운 구상화인 화조도를 그 뒤로도 13~14년간 더 그렸다. 1989년쯤 되자 화풍을 전환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년 전 그린 것이나, 10년 전 그린 것이나, 어제 그린 것이나 다 비슷비슷한 느낌이었다. 현대적 화조도의 시대를 거쳐 먹과 한지를 활용한 추상화로 전환하게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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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공간 73X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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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공간 73X99.
원문자(65) 이화여대 교수가 서울 견지동 동산방화랑에서 27일부터 6월9일까지 개인전을 갖는다. 2003년 금호미술관에서 대형 작품을 중심으로 개인전을 연 뒤 6년 만이다. 이번에 전시된 작업들은 색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채 한지를 오브제로 활용하거나 물성을 활용한 작품들과 먹을 이용해 흑백의 강렬한 대비를 활용한 추상화 작품들이다.
원 교수는 “작품이 서양화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먹과 화선지를 평생 떠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는 동양화가”라면서 “다만 구도에서 현대 서양화를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먹과 화선지를 강조하는 이유는 이것이 문방사우로서, 선비들의 정신세계를 지탱하고 확장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원 교수도 구상에서 추상으로 화풍을 옮겨가면서도 먹과 화선지를 통해 선비의 정신세계와 관념세계를 표현하려는 의지를 포기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서양화에서 흑백의 대조는 차갑거나 강렬하지만, 동양화에서 먹으로 표현하는 흑백은 따뜻하고 순수하다.”면서 “그 차이를 관람객들이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02)733-5877.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2009-05-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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