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남녀 평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실제로 구석구석에서 여성의 역할과 참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그러나 평등이라는 큰 가치를 앞서 실천해야 할 종교계, 특히 기독교계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영 딴판이다. 여전히 성직자는 남성에 극도로 편중돼 있고 교회 안 평신도들이 담당하는 역할에 있어서도 여성은 남성의 그늘에 가린 채 협력자나 수동적인 동반자 수준에 머물러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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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교회의 남녀 평등 문제를 정색하고 짚어보는 토론회가 열려 개신교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목정평)와 여성목회연구소가 오는 28일 오후 3시 기독교회관 강당에서 ‘교회 안의 양성평등’을 주제로 마련한 공동 토론회. 구미정(여성목회연구소 연구실장) 숭실대 기독교학과 겸임교수의 발제에 남녀 목회자 각 1명(정금교 대구 누가교회 목사, 김혁 고양중앙교회 목사)씩이 패널로 참여해 우리 기독교계의 차별 문제를 꼬치꼬치 캐물을 예정이다.
특히 이번 토론회는 그동안 개신교계 일각과 시민사회단체에서 교회 안 차별 문제와 관련해 부분적인 문제제기를 해왔던 것과는 달리 본격적으로 공론화해 공개적인 자리에서 그 양상을 짚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첫 모임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발제자인 구미정 교수는 공개 토론에 앞서 15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교회 여성들은 전통적인 유교적 가부장제에 길들여져 입에 재갈이 물린 채 순종하는 한편, 수적으로 월등히 소수인 남성들이 모든 결정권을 독점하는 현실에 분노하고 있는 양면성을 보이고 있다.”고 개탄했다.
한국교회여성연합회(한교여연)가 최근 실시한 ‘교회문화에 관한 교회여성 의식 실태조사’ 결과는 이같은 차별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예장, 기감, 기장, 성공회, 복음교회 등 5개 교단 소속 교회 여성 8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교회 내 남녀차별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58.7%가 ‘있다.’고 응답했다.
교회 여성들이 교회의 공동의회나 제직회에서의 발언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무려 44.0%가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언하지 않는 이유로 ‘사람들 앞에 나서서 발언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59.1%)과 ‘여자는 순종하고 따라야 한다는 한국의 정서와 문화 때문’(13.6%)이라는 답변이 두드러지게 많다. 하지만 교회의 중요한 일을 계획, 결정하는 데 여성도 동등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응답이 무려 80.4%나 된다.
구 교수는 “교회라고 하는 공적 활동의 장에서조차 여성의 일을 양육과 돌봄 등 눈에 띄지 않는 ‘그림자 노동’에 한정짓는 것은 여성 평신도들에게 열등감을 부추기고, 여성 평신도와 여성 사역자 사이에 불신과 반목을 낳을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 교수는 특히 “교회여성들은 변화된 시대상황에 고무되어 표면상 양성평등의식을 표출하고 있지만, 그 영향이란 것이 수동적으로 밀어닥친 것일 뿐, 내면에서 적극적으로 추동된 것이 아니다.”라며 “교회 여성들의 지위향상은 시혜적으로 주어질 성질의 것이 아니고, 여성들 스스로 주체가 되어 선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성 측 패널로 참석하는 정금교 목사는 “보수성에 매몰된 교회에 실망한 이탈자가 급속히 늘어감에도 불구하고 현재 교회 안에서의 차별 해소를 위한 고민과 노력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여성들이 교회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비례할당제 등 체제 개선과 여성들의 조직적 움직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