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숙의 미술산책] ‘가까운 과거의 우리’를 보라

[백지숙의 미술산책] ‘가까운 과거의 우리’를 보라

입력 2008-08-26 00:00
수정 2008-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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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혜화동 로터리에는 일요일마다 필리핀 장이 선다. 길 위의 노점과 가판에서는 필리핀 사람들을 위한 생선과 야채, 생필품은 물론이고, 음반과 국제전화카드에 각종 생활정보지까지 거래된다. 물건만 파는 게 아니라 모어(母語)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팍팍한 한국 생활을 견디기 위한 정보와 소문도 교환하고, 수다도 떨고 놀이도 하며 가끔은 즉흥적인 공연도 한다. 일요일이면 생겨났다가 없어지는 이 조그만 시장은 거기서 거래되는 재화와 쓰이는 언어 그리고 오가는 사람들 얼굴은 다르지만, 이제는 찾기 힘들어진 옛날 장터의 떠들썩한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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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켈리 ‘Three Reading’(2008, 싱글채널 비디오)
데이비드 켈리 ‘Three Reading’(2008, 싱글채널 비디오)


혜화동의 필리핀 장터가 서울시내 중심가에 이런 ‘이국적인’ 풍경을 일시적으로 끼워 넣는다면, 그런 풍경이 붙박이로 붙어 있는 곳으로는 이태원이 있다. 미군부대 주변에 생겨난 이태원의 다문화 풍경은, 몇 년 전부터 성적소수자들도 가세해 아파트단지와 주상복합건물로 서울을 뒤덮어 버리는 난개발의 소용돌이에서, 독특한 문화 ‘영토’로서 살아남고 있다. 각종 숍과 레스토랑, 와인바, 재즈클럽 등이 관광객과 내국인 손님들을 부르고 있는 이태원 큰길을 지나 구멍가게와 공터, 슬래브 집 옥상들이 이어지는 동네 뒷골목에서는 무슬림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드높다. 하지만 빈 상점들 사이로 적지 않은 부동산업체들이 들어서 있는 것으로 보아 여기도 재개발의 토네이도를 쉽게 피하진 못하겠다. 이슬람사원 주변의 주택가에 위치한 문화공간 ‘도배박사’와 ‘대성반점’에서 열린 전시회를 보러 갔다가 마주한 옛날동네 풍경은 그랬다.

문화공간이라고는 했지만 ‘도배박사’와 ‘대성반점’은 특별한 공간의 성격을 덧붙이기보다는, 예전에 있었던 상점 간판 자국도 그대로 둔 채 인테리어만 간단히 털어낸 후, 시멘트벽과 바닥에 전시를 하는 곳이다. 지금 여기서 열리고 있는 ‘OUT THE INSIDE’전(새달 9일까지)은 미국 이민 1.5세대 작가인 민영순이 기획한 것으로, 토종(?) 미국인, 베트남 보트피플, 한국 입양아 등 다국적 정체성을 가진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작가들의 개별 작품도 흥미롭지만 작품이 놓여 있는 허름한 전시장과 그 주변지역의 재개발 직전 풍경이 한데 뭉뚱그려져서, 이 전시는 어떤 럭셔리한 갤러리의 스펙터클한 전시보다도 임팩트가 강하다.

프랑스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윤리는 보는 것이다.”라고 했다는데,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보는 것 그 자체가 윤리인가 보다. 무얼 보냐고? 레비나스는 타인의 고통을 보자 하지만, 우리는 그보다 먼저 가까운 과거의 스스로를 봐야 할 것 같다. 이주노동자들이 점유하는 혜화동 장터나 3세계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이태원 뒷골목의 문화적 풍경은, 개발이기주의와 토건제일주의의 기세에 눌려 멍청하게 놓쳐 버린 우리 자신의 그것이니 말이다.

이종배 서울시의원 “마약예방교육, 형식적 교육 벗어나 ‘경각심 중심 예방’으로 전환해야”

서울시의회 이종배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은 17일 열린 제333회 정례회 중 ‘마약퇴치 예방교육 특별위원회’(위원장 이종배 의원) 제3차 회의에서 “지금은 마약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형식적이고 피상적인 예방교육을 전면 재검토하고, 실질적인 경각심을 주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했다. 이 의원은 먼저 청소년들이 마약을 어떻게 처음 접하게 되는지에 대한 데이터 부재를 핵심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친구 권유, 클럽, SNS, 호기심 등 접촉 경로를 정확히 알아야 맞춤형 예방교육과 대책이 가능하다”며 “수사 과정에서 진술조서에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을 텐데, 이를 정책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마약 예방은 감이나 추정이 아니라 데이터로 접근해야 한다”며 “경찰 수사 시스템에 접촉 경로 항목을 반영할 수 있는지, 법률 개정이 필요한지, 조례로 가능한지 종합적인 법적 검토를 거쳐 공식 통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집행부에 요구했다. 이 의원은 현행 마약 예방교육의 내용과 방식에 대해서도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마약의 부작용을 ‘끊을 수 없다’, ‘환각이 생긴다’는 수준으로 설명
thumbnail - 이종배 서울시의원 “마약예방교육, 형식적 교육 벗어나 ‘경각심 중심 예방’으로 전환해야”

아르코미술관 관장
2008-08-2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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