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미술품 소리소문없이 뜬다

아프리카 미술품 소리소문없이 뜬다

황수정 기자
입력 2008-05-13 00:00
수정 2008-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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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이런 물음표를 찍어 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시장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다. 미술계 한켠에서 지금 아프리카 미술이 조용히 영역을 넓히고 있다. 서구미술 사조에 물들지 않은, 소박하고 개성넘치는 검은 대륙의 미술품들이 소리소문없이 애호가층을 확보해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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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옆 사간동 갤러리 골목을 비집고 지난 3월 아담한 3층 규모로 문을 연 ‘아프리카 미술관’.20여년간 아프리카 미술품을 수집해온 ‘아프리카 마니아’ 정해광씨가 개인소장품 1000여점을 전시해 놓았다. 서구시장에서 한창 주목받기 시작한 인기작가들의 회화 150여점에, 검은 대륙의 전통을 고스란히 담은 조각품이 800여점이나 된다.

개관하자마자 이곳은 사간동 화랑가의 새 명소로 떴다. 개관 기념전으로 마련한 세네갈의 유망작가 두츠 전에 이어 지난달 말 막내린 수단 작가 아부샤리아 전이 모두 크게 ‘흥행’했다. 정해광 관장은 “개관전에 소개된 두츠 작품들은 특히 인기가 좋았다.”면서 “가족 나들이나 데이트를 나왔다가 큰 고민없이 그림을 사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귀띔했다.“일단 한번 걸음하거나 작품을 구매한 사람들은 꼭 주기적으로 다시 찾는 마니아가 된다.”고 말했다.

때묻지 않은 순수성… 작품 완성도도 높아

그렇다면 아프리카 미술의 매력은 무엇일까. 무엇에 이끌려 사람들이 순식간에 마니아로 돌아서는 걸까.

최대 강점은 뭐니뭐니 해도 때묻지 않은 작품의 순수성. 서양 미술사조에 젖지 않았으면서도 높은 완성도를 갖춘 미술품들이 미래투자 가치까지 담보해주기 때문이다. 국내 마니아들 사이에서 현재 가장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것은 특히 쇼나 조각이다. 석조 역사가 깊기로 소문난 짐바브웨 쇼나족의 돌조각품으로, 원래는 돌 안의 영혼을 불러내는 의식에 쓰였다. 돌의 원래 모양을 최대한 그대로 살리는 쇼나 조각에는 기계의 힘으로 매끈히 다듬어지는 현대조각품이 흉내내지 못할 운치에 종교적 신비까지 담겼다.

그러나 아프리카 미술품 인기의 결정적 배경은 거품 없는 가격이다. 높은 예술성에 비해 크게 저렴해 일반 컬렉터들이 간단히 소장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새달 1일까지 아프리카미술관에서 전시되는 세네갈의 인기 작가 아산 징의 경우, 강렬한 원색을 동원해 전원풍의 인물을 그리는 작가의 20호짜리 회화작품이 300만원 안팎. 국내외 웬만한 작가라면 엽서크기조차 사기 어려운 소액이다.

거품 없는 가격… 웬만한 사람도 구입 쉬워

아프리카 미술의 인기상승세는 기실 세계적이다.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는 처음으로 아프리카관을 따로 마련해 아프리카 작가 7명을 초청했다. 최근 국내에 소개된 작가 두츠의 경우만 해도 몇 년 사이 해외시장에서 작품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2006년 다카르 비엔날레에서 유럽예술인연합회 대상을 받은 뒤로는 그의 그림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하반기쯤 아프리카 미술전을 기획하고 있다는 한 화랑대표는 “두츠 등 해외시장에서 이름이 알려진 아프리카 작가들은 서구의 큰손 컬렉터들이 앞다퉈 입도선매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미술이 국내에서 제대로 대접받는 건 시간문제라는 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서울 강남의 대표적 상업화랑에서도 아프리카 전시를 기획하고 있을 정도. 청담동 이목화랑은 31일까지 아프리카 나무조각들을 집중소개하는 전시(‘Primitive Art’전)를 열고 있다. 가나, 나이지리아, 가봉 등 아프리카 6개국의 목조각을 내놓았다. 전시를 기획한 김자영 실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프리카 미술품 수집가들은 ‘서아프리카 지역’‘수단 지역’ 등으로 뭉뚱그려 작품 범주를 나누던 게 보통이었다.”면서 “하지만 최근엔 부족별로 세분해 작품을 연구·수집할 정도로 마니아층이 전문화되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8-05-1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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